결국에는 못다 핀 한 송이
"저 꽃 선물 받고 싶어요."
조심스럽게 꺼낸 말에, 그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답했다.
"잊을만할 때 줄게요."
처음엔 그 말이 제법 따뜻하게 느껴졌다.
기억 속 어딘가에 조용히 남을 말처럼, 시간이 지나도 유효할 약속처럼 받아들였다.
그날 이후, 꽃집 앞을 지날 때마다 문득 그 말을 떠올렸다.
받은 적 없는 한 송이를 상상 속에서 받아드는 일은 어쩌면 그때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기대는 천천히 자리를 잡았다.
말 없이 꽃을 건네는 순간이 언젠가는 올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
"엎드려 절 받기 식은 좀 그래요."
"선물은 주는 사람의 마음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그 명분이 내 바람을 뒤로 미뤄도 된다는 신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가 말한 ‘잊을만할 때’는 결국 오지 않았다.
지금쯤이면 정말 잊어도 괜찮을 시간이 되었을까.
우리가 계속 만났더라면, 그 한 송이를 언젠가는 받았을까.
아니면 애초에, 줄 마음이 없었던 말이었을까.
나는 꽃을 좋아했다.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받아보고 싶었다.
누군가 건네는 작은 한 송이로도 하루의 마음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꽃 자체가 의미라기 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사소한 선물을 건네며
하루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설렘이 아닐까.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작고 단순한 바람 하나쯤은
끝내 닿지 못한 채 가슴속에 묻고 살아간다.
내가 오래도록 잊지 못했던 건 꽃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나의 조심스러운 진심이었다는 걸,
내 마음속에서 조차 못다 핀 그 한 송이를 나는 아마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