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균열과 단절의 트리거

사실 그게 문제는 아니었는데,

by 나의 바다

나는 그가 선물한 작은 물건 하나에 우리 관계 전체 의미가 무너지는 기분을 겪었다.

그걸 받았던 날이, 그 시간이 너무 소중해서

내게 이 관계를 버틸 수 있게 할 만큼의, 그만큼 특별한 거라 믿었다.
그래서 그날의 온기와 말들, 건네던 순간의 분위기까지 모두 함께 기억하고 있었다.


그가 아무렇지 않게 누군가에게 같은 것을 건넸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때,
나는 우리 관계에 대한 불안함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 불안이 순간 너무 커져서, 그래서 그 감정을 바로 다루지 못했고, 쏟아내듯 말했다.
그리고 조금 뒤늦게 알았다. 내 방식이 그에게 너무나 큰 상처였을 거라는 걸.

이미 주워담을 수 없는 터라 더욱 무력감에 빠졌다.


단순히 물건 때문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그가 점점 멀어진다는 불안,
내가 여전히 그의 특별한 사람인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
작은 서운함조차 편하게 말할 수 없었던 답답함이 함께 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나의 말들은 또다시 감정적으로 몰아붙이고 있다고 느꼈을 것이다.

쏟아진 진심은 서로가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표현되었고, 당연히 결국 닿지 못했다.


그는 충돌을 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고, 나는 당장의 상황을 나누지 않으면 더 불안해지는 사람이었다.


나의 미숙함으로 감정의 진폭과 크기를 고려하지 않은 채 그에게 표현했고,

아마도 당신은 그 무게에 숨이 막혔을 것이다.


이 글을 쓰며 돌아보는 건 그가 나를 가해자처럼 느꼈던 감정을 부정하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이제야, 그가 왜 그렇게 느꼈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는 의미에 가깝다.


나는 감정이 지나간 뒤에야 그가 감정을 얼마나 방어적으로 다루는 사람인지 떠올렸다.

그날 그가 느꼈을 막막함을, 상상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내가 조금 더 천천히 말했더라면 감정보다 사실을 먼저 꺼냈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그건 모른다. 아마도 결과가 조금 나중이었겠지.


우리는 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채 너무 빠른 속도로 엇갈렸다.


지금에 와서야 돌아보게 된다. 그때 내가 어떤 방식으로 그에게 부담이 되었는지,

어떤 방식으로 그를 숨 막히게 했을지를.


이건 자책이 아니다.
그리고 이제 와서 무언가를 다시 되돌리고 싶다는 마음도 아니다.

그저, 말하지 못했던 마음의 형태를 이제야 스스로 알아가는 과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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