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색을 닮은 나 파란색을 닮은 너
이상하게도, 우리는 참 잘 맞았다.
한 문장이 끝나기도 전에, 그다음 말이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웃음이 겹치고, 공감이 겹치고, 공백이 없었다.
그래서 더더욱 처음엔 조심스러웠다.
서로 연락하는 속도도, 말투도 살피며 마치 아주 깨지기 쉬운 유리병을 다루듯, 마음을 천천히 꺼냈다.
그리고 손 마저도 닿기 조심스러워서 당신은 손끝으로 내가 끼고 있던 반지의 굴곡진 부분을 톡 건드리기도 했었다.
서로 너무 급하지 않기로 했고, 혹여 기대했던 모습과 다르더라도 실망하지 않기로 했다.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기로, 예쁘게 만나보자고 조심스레 약속했다.
3시, 역 앞에서 만난 우리는
10시까지 한순간도 쉬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아니면, 이제 막 시작된 이야기의 첫 장면처럼.
그날 우리는, 서로의 색을 만들었다.
서로가 좋아하는 색을 조합했고 서로에게 어울리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관계가 시작되는 순간이 있다면 그건 어쩌면 색을 섞는 순간처럼,
처음엔 어떤 색이 나올지 모르지만 서로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결과를 조용히 지켜보는 일.
그날의 우리도 그랬다.
조심스럽지만 분명한 온기로,
서로의 마음에 잔잔히 스며들었다.
그게 전부는 아니었지만, 그 시작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이야기는 아프기보다 애틋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