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차게 뛰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를 좋아하게 된 건, 어쩌면 너무 빨랐고, 너무 자연스러웠다.
내 심장은 이미 내 마음보다 앞서 움직이고 있었다.
10분 이상 심박수가 100을 넘으면 경고 알림이 오는 스마트워치.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그저 메시지를 주고받고, 이야기만 했을 뿐인데,
너무나 투명해서 민망한 알림 그리고 너무 밝게 빛나는 화면에
162, 168, 172 bpm 계속해서 올라가는 탓에 나는 차마 얼굴을 들지 못했다.
"0 고백 1 차임이네요..."라는 말에 그는 당황했고,
가게를 나서 자연스레 내 팔짱을 꼈다.
지하철 안, 우리는 마주 서있었고,
나는 애먼 지하철 노선도를 보는 척하다가 이내 패딩에 달린 털모자를 깊이 눌러썼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고, 언제부터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느새 나는 그와 손을 잡고 있었다.
볼이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고, 시선이 마주칠까 봐, 그저 조용히 미소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내 투명한 표현이 좋다고 했다.
숨기지 않으려 애쓰는 마음, 자꾸 들켜버리는 감정.
나는 그게 부끄러웠는데, 그는 그걸 귀엽다고 했다.
그리고 내 투명한 표현들은 어느새 정제되지 않은 부담스러운 감정으로 바뀌었고
누르지 못해 넘쳐 과했던 표현들은 그를 뒷걸음치게 만들었을지 모른다.
그가 마음에 들어했던 내 장점이 어느 순간 나의 단점이 되었고,
그것도 모른채 한결 같이 표현하고 있었다고 착각했었던 그 때의 내가 너무 바보같이 느껴질 때도 있다.
사랑이 시작될 때, 우리는 늘 어딘가 서툴고, 또 너무 솔직하다.
그때의 나는 나를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하는 감정에 물들어 있었고,
그는 그걸 다 알고 있었으면서도 모른 척 다가와 주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우리는 너무 다른 속도로 달려가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심장이 먼저 알아봤던 사람.
그래서 잊히지 않는 장면.
그날의 나는, 아직도 내 심장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