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다정함은 분명히 아름다웠다
그날은 서울에 한파경보가 내려졌던 날이었다.
사람들 모두가 움츠러든 그 겨울,
입김조차 얼어붙는 날씨였지만,
나는 내 베이지색 목도리를 풀어 코트만 달랑 하나 걸치고 온 그의 목에 감아주었다.
감기기운이 있었던 그는 아마도 그날의 설렘을 망치기 싫었던 마음에 일부러 티 내지 않았던 것 같다.
발걸음이 가는 대로 그가 떠나는 기차 시간에 맞춰 함께 발걸음을 옮겼고,
우리는 그 길에 조금은 급하게 우리 사이를 정했다.
기차 타러 가는 에스컬레이터 끝에서 조금 낯선 듯, 그러나 어쩐지 익숙한 듯
서로를 가만히 안아주었다. 그리고 꾸벅 인사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눈을 맞추며 그렇게 인사한 직후,
그는 작게 웃으며 그 품으로 살짝 꼬옥 안으며 한 마디를 덧붙였다.
“안 놔줘야지.”
그 말이, 그 포옹이, 그날 그 기차역의 겨울 냄새와 함께
아직도 마음 깊숙한 곳에 남아 있다.
결국 그는 그토록 따뜻하게 안아주던 그 손으로 나를 가장 먼저 놓았다.
그때의 다정함은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 흘러 갈등 속에서 증발했고,
그 손이 나를 떠나간 순간까지
나는 그 말, “안 놔줘야지”를 마음속 어딘가에 품고 있었다.
그 사람이 남긴 따뜻한 말 한마디는
이토록 오래 남는데, 그는 정말 다 잊고 살 수 있는 걸까.
때로는 가장 따뜻했던 기억이 가장 오래된 상처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계절이 나를 스쳐간 것을 나는 끝내 원망만 할 수 없다.
겨울을 따뜻하게 만들어준 사람. 그리고 그 온기를 남기고 떠난 사람.
나는 확실히 사랑받고 있었다.
그러니 고맙다,
잠시라도 나를 안아줘서. 잠시라도 나를 놓지 않으려 해 주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