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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회사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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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wnscale Sep 29. 2019

YES 보다 더 값진 NO

     해야할 일은 할 수 있는 일보다 많은 것처럼 느껴진다. 첫 회사를 다닐 때 매일 맨 마지막에 퇴근하며 스스로에게 되물어 보았다. 지금 하고 있는 야근은 내가 능력이 부족 해서일까? 회사를 다닌지 얼마 안 됐을 때였으니 우선 무조건 스스로의 능력 부족이라 생각했다. 사회초년생인 내가 뭘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당연히 내 능력탓이겠지 하며 더 가열차게 야근을 했다.


     야근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할 수 있는 능력을 빨리 올리지 않는 이상 야근은 길어질테고 고통도 길어질 것이다. 그러느니 최대한 일을 많이 해서 내 능력을 끌어 올리자. 저 어깨너머로 할 일이 보이면 기다리기 보다 마중을 나가 적극적으로 했다. 되는 대로 회사를 다니면 그저 무엇인가 되고만 인생이 될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다.


     그렇게 야근을 몇 년하다 보니 어느 정도 야근의 원인이 보였다. 나는 모든 일을 잘할 재주는 없었다. 그런데 회사는 모든 일을 잘하길 원했고, 나도 그 요구에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했다. 월급에 대한 대가라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무도 하고, 프로젝트도 하고, 임원 보고도 하고, 시장에 직접 나가 고객조사도 하고 이 모든 것을 동시에 진행하는 재주는 없었다. 시간은 언제나 모자랐다. 여유로운 날은 가끔 있었지만 정말 가끔이었다. 항상 하루가 짧았고 공식적인 퇴근시간은 아무런 의미 없는 시간이었다. 야근이 일상이었다.


     직장 선배님의 추천으로 [ONE THING - 복잡한 세상을 이기는 단순함의 힘] 이라는 책을 읽었다. 책의 메세지는 책 제목 그대로였다. 많은 것을 할 생각하지 말고 중요한 것 한 가지를 제대로 하라. 우선순위를 생각하고, 가장 중요한 일에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라. 나는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에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고, 노력하고 있는가 되물어 보았다. 글쎄, 나를 포함해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지? 왜 관련부서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할까. 이 정도 수치는 다른 사람도 뽑을 수 있는데 내가 왜 하고 있을까? 거절하지 못해서다. 거절을 왜 못할까 생각해 보았다. 무서운 상사의 부탁이라서? 그렇다기엔 상사의 부탁도 아니었던 것이 더 많다. 동료의 부탁도 많았고, 후배의 도움요청도 있었다. 내가 결론 내리기론 나의 우선순위가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일, 저 일 ‘모두’ 하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들어오는 요청을 거절할 이유가 명확하지 않으니 그 사이로 거절의 죄책감이 비집고 들어온 것이었다.


     그 깨달음 뒤에 회사를 이직하고 가장 처음 한 생각은 내가 이 회사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 할 것인가에 대해서였다. 그리고 누군가가 나에게 2019년에 이 회사에서 무엇을 하셨어요? 라며 물어본다면 뿌듯하게 대답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그것을 정리하고 나의 우선순위에 가장 높이 두었다. 그리고 이 일을 위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 다짐했다. 그렇게 다짐하니 처음에는 어색하고 미안한 마음이 컸지만 거절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팀장님의 오더에, 관련부서의 협업에 아예 하지 않지는 못하더라도 당장은 못한다거나, 언제까지 해줄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이유는 물론 나의 우선순위를 말하면서다.


     팀장님이나 직속상사분들은 아마 이런 내가 신기하고 괘씸할 수도 있다. 하라면 하는거지 무슨 말이 그리 많은지. 이기적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주어진 일만 하고 생각없이 일을 하는 것이 더 이기적이라 생각한다. 직장인 대부분들은 바쁘다. 그런 그들의 공통점은 항상 거의 모든 것에 대해서 YES라고 대답한다. 물론 자의는 아닐 것이다. NO라고 말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진정 성과를 내려면 수많은 일들에 대해 NO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일에 무조건적인 YES를 해야 한다. 일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정말 중요한 일을 선택하고 그거 하나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그것 하나에 대해서는 내가 회사에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 이 글을 쓴지 5년은 지난 것 같다. 지금도 내 생각은 변함이 없다. NO라고 말하고, 내가 가장 잘 기여할 수 있는 일에 적극적으로 YES를 말하며 집중하는 것이 내가 거절한 일, 내가 거절한 사람을 뛰어 넘어 더 큰 목표와 더 좋은 결과를 내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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