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숲 근처 카페 "cafe tachi" 에서 쓴 글
오랜만에 서울숲에 왔다. 좋은 날씨가 쨍쨍히 머리를 비춘다. 사람들은 마스크 아래로 미소를 지으며 어디론가 가고 있다. 뚝섬역에 내리는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방향으로 카드를 찍고 지하철을 나선다.
이전에 서울숲에 들렀을 땐 날씨가 궂은날이었다. 사람도 적었다. 서울숲 카페거리 이곳저곳을 다녀도 거리에 사람은 적고 간혹 유명한 집만 사람들이 줄을 서며 들어가길 기다리고 있었다. 이리저리 다녀도 막상 들어갈 곳이 적어 한동안 성수에 올 일은 없겠다 생각했다.
좋은 날씨에 오랜만에 들러서인지 기분이 좋다. 역에서부터 전과 달리 많은 사람들을 봐서인지 숲이 북적이는 것 같았다. 새로 생긴 카페들이 많았다. 2층 다세대주택에 딸린 것 같은 카페는 벽을 창문으로 해두어 골목길을 지나는 와중에 안이 투명히 보였다. 팔에 문신한 직원이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조금 거닐 다 당장 점심을 먹어야 해서 서윤이가 고른 집으로 들어가 점심을 먹었다. 지나가다 걸려 들어간 곳이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미리 알아두고 찾은 맛집만큼 맛있어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음식도 깔끔했고, 내부도 깔끔해서 사진 하나를 남겼다.
이 시간까지 몸이 카페인을 마시지 않으면 내 옆에 카페인이 슬며시 내 옆구리를 찌르는 것처럼 두통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니 만족한 듯한 카페인은 머리 괴롭히기를 그만두고 조용히 잠에 들었다.
부처님 오신 날에 회사에 출근을 했다. 한 층에 60명 남짓한 회사에 나 홀로 있을 줄 알았는데 내 앞자리와 저 건너 건너편에 다른 팀 팀장님이 출근을 하셨다. 나까지 세 명이었다.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연휴의 시작을 회사에서 맞이하였을까 이 세 사람은?
조금 이르게 회사를 나서니 오늘은 무엇을 하느냐, 내일은 무엇을 하느냐, 연휴에 특별히 무엇을 하느냐는 물음에 오늘은 집에 가고, 내일은 서윤이를 만나고, 연휴에 딱히 특별한 일이 없습니다. 그런 대답을 하며 나섰다. 어제 말한 내일이 오늘인데 지금은 성수의 카페에서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올린다. 내일은 무엇을 할지 잘 모르겠다.
나의 연휴는 알람이 없는 아침, 아침에 일어나 조용한 카페를 찾는 오전, 혼자 먹는 점심, 떠도는 오후, 일찍 귀가하는 저녁으로 하릴없는 하루들의 연속일 것이다. 누구는 KTX를 타고, 누구는 비행기를 타나 나는 버스 아니면 2호선 아니면 걸어 다니는 연휴가 될 것이다. 탈 것은 변변치 않으나 나의 연휴는 그 어떤 이의 연휴보다 평화로이 고요할 것이다.
우리의 평일이 우리 연휴의 하루 같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