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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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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wnscale Jan 14. 2020

작년엔 뭐했나, 올해는 뭘 하나

     눈 깜빡할 새라는 말이 그대로다. 어느새 1월이고, 어느새 월급날도 다음 주로 다가왔다. 작년엔 많은 일이 있었다. 첫 이직, 새로운 집으로 이사. 두 과정이 녹록지 않았다. 이직하는데도 돈이 많이 들었다. 그동안 감사했다며 식사 대접하고, 차 한잔 함께하는데도 꽤 많은 돈이 들었다. 인사할 사람이 많고, 대접할 사람이 많다는 게 회사 생활 나쁘지 않았단 것 아니려나 싶다. 새로운 집으로의 이사는 혼자 사는 집이니 많은 돈이 들지 않을 것 같았으나 그렇지 않았다.


     작은 집에서 더 큰 집으로의 이사라 이전에 없던 큰 식탁 겸 테이블도 사야 하고, 원룸 살 땐 빌트인이라 딸려 있던 냉장고나 인터넷을 새로 달려니 그것도 돈이다. 도시가스에 처음 전화를 걸어 등록도 했다. 집을 따뜻하게 해 줄 식물인 극락조도 대형으로 하나 들여놨다. 자연을 집으로 들여놓는데도 돈이 드는구나. 그래도 보기 좋으니 돈이 전혀 아깝진 않았다. 그릇도 새로 샀다. 돈 들어갈 일 투성이었다. 집을 꾸미며 새로 알게 된 것은 커튼은 엄청 비싼 물건이라는 것이다. 작은 원룸에서 자취할 땐 블라인드 하나로 창문을 가리면 그만이나, 나름 창이 큰 집으로 와 커튼을 다니 보통 일이 아니다.


     작년에 계획한 것들을 꺼내본다. 오픽 점수를 만들겠다. 정기적인 취미 모임을 가지고, 읽은 책을 나눔 하겠다. 목표 몸무게를 달성하겠다. 브런치 매거진을 만들겠다. 돈을 이 정도 저축하겠다. 절반은 했고, 절반은 못했다. 한 것보다 못한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한 해의 목표를 적으며 이 정도는 할 수 있어, 이건 꼭 해야지라며 다짐했던 일들이 지금 보니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것 같다. 잘못을 저지른 강아지 마냥 딴죽을 피우는 모양새다.


     올해도 작년과 그리 다르지 않은 목표를 세운다. 영어점수를 따고, 취미를 계발하고, 건강한 몸을 만들고, 글을 쓰고, 아껴 써 저축한다. 이렇게 적으니 산다는 게 참 단순하다. 복잡한 목표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단순한 목표를 이뤄도 충분히 행복한 삶이다.


     삶을 멀리서 보면 희극이요,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한다. 내 삶을 어디에서 얼만큼 떨어져 볼 것인지는 내가 정할 수 있다. 부대낀다 싶은 날, 힘들다 싶은 날은 몇 걸음 떨어져서 바라보고 그래도 아등바등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간다면 몇 걸음 더, 건널목을 건너 바라보면 괜찮을테다.


     올해는 뭘 하나. 거창한 것을 하기보다 나는 뭘 하고 싶어 하나 생각을 정리한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얺고 떠올렸을 때 좋은 일, 행복한 일, 미소 짓게 하는 일을 하나씩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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