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에 무엇을 제안할 수 있는가?
제안능력이 있어야 한다.
플랫폼은 수없이 많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들은 단순히 '선택하는 장소'일 뿐, 플랫폼에서 실제로 선택을 수행하는 사람은 고객이다. 그렇다면 플랫폼 다음으로 고객이 인정해 줄 만한 것은 '선택하는 기술'이 아닐까. 각각의 고객에게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상품을 찾아 주고, 선택해 주고, 제안해 주는 사람.
당신이 누구든, 어디에 있든, 어떠한 일을 하든, 기획자가 되어라.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자유롭게 살아갈 각오를 해야 한다.
"지적자본론"의 저자인 마쓰다 무네아키는 CCC(컬쳐 컨비니언스 클럽)의 CEO이다. CCC를 말하며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단연 츠타야서점이다. 도쿄 다이칸야마에 있는 츠타야서점을 방문했을 때 나는 서점을 방문했다기 보다는 오히려 책이 엄청 많은, 엄청 큰 카페를 방문한 것 같았다. 원하는만큼 얼마든지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곳이었다.
마쓰다는 매장의 '매'라는 글자에 '팔다'라는 한자(賣)는 부적절하다고 말한다. 매장의 '매'라는 글자는 '판매'의 한자(賣)를 쓰기보다, 고객 입장에서 '산다'는 한자(買)를 써야 한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기획자는 '판매'에 집중하여 매장을 꾸릴 것이 아니라, 방문한 고객의 입장에서 '구매'하는 매장을 꾸려야 한다. 이러한 철학 위에 세워진 츠타야서점은 우리가 자주 방문하는 교보문고 등의 여타 서점보다 공간대비 수익면에서 효율은 떨어질 수 있지만, 사람들이 얼마든지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가 되었다. 사람들에게 책을 파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 먼 곳에서도 찾아 오는 장소가 되었다.
"지적자본론"은 기승전결의 4가지 장으로로 되어 있다.
1장, 기 : 디자이너만이 살아남는다
책에서 말하는 디자인이란 기획의 의미와 같다. 사람들의 니즈를 이해하고, 그들에게 꼭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하고 제안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디자이너만이 살아 남을 수 있다.
2장. 승 : 책이 혁명을 일으킨다
라이프스타일을 가장 잘 제안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책이다. 책을 파는 것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책의 내용, 책에 담겨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고객에게 제안할 수 있어야 서점은 살아남을 수 있다. 책을 판매의 대상이 아니라, 제안의 콘텐츠로 바라볼 때 비로소 혁명이 이루어진다.
3장. 전 : 사실 꿈만이 이루어진다
마쓰다의 오랜 꿈은 단순한 서점이 아니라 문화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 생각하고 비웃었지만, 사실 새로운 것이란 모두 처음엔 누군가의 꿈일 수밖에 없다. 마쓰다의 꿈은 지금 훌륭하게 츠타야서점으로 실체가 되었다. 인터넷과 오프라인 매장을 비교해 보았을 때, 오프라인 매장의 고유한 가치는 즉시성과 직접성, 그리고 편안함이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즉시 살 수 있고, 무수히 많은 책장의 책들은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압도감을 준다. 그리고 잘 디자인 된 공간은 방문한 사람들에게 편안한 휴식처가 되어준다.
4장. 결(회사의 형태는 메시지다)
엘레베이터에서 인사한 사원이 누군지 몰라본 마쓰다는 문득 회사가 너무 커졌다고 생각했다. 필요 이상을 커진 회사는 고객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고, 빠르게 대응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분사를 결정한다. 분사의 기준은 '휴먼스케일'이다. 사람의 손이 닿는 크기. 회사를 휴먼스케일로 꾸리고 싶어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자유롭기 위해서다. 마쓰다가 생각하는 자유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고 할 수 있는 자유다. 이를 위해서는 약속을 지켜 고객들에게 신뢰를 쌓아야 하고,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책의 일관된 메세지는 "라이프스타일 제안"이다. 플랫폼이 넘치는 시대에서, 경쟁력 있는 플랫폼이 되기 위해선 사람들에게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할 수 있는 기획자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 것인가.
책에 쓰인 휴먼스케일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의미 있는 단어가 되었다. 맨 처음 이 단어를 접한 것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였다.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건축물은 주로 휴먼스케일을 고려하여 지어졌다고 한다. 사람의 손이 닿을 정도의 규모에서 우리는 편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스핑크스나 파르테논 신전, 63빌딩 등의 마천루에서 우리는 편안함보다는 압도감을 느낀다. 그러나 한국의 옛 고궁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휴먼스케일에 이유가 있지 않나 싶다.
마쓰다가 생각하는 회사란 모든 기획자들이 고객으로부터 답을 찾고, 사람들에게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할 수 있는 회사다. 오랜 시간동안 고객들에게 약속하고 약속을 지킴으로써 신뢰를 쌓아간다. 그리고 그 신뢰를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서 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진다. 규모는 휴먼스케일. 지적자본론을 읽고 마쓰다가 생각하는 기획회사란 이런 거라 생각했다. 동의한다. 나는 그런 회사를 좋은 회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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