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언제부터 조향을 하고 싶어졌는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향을 좋아했다. 중학교 때 처음 산 향수는 엘리자베스 아덴의 ‘그린티 코롱’. 그해 겨울엔 불가리의 ‘쁘띠 에 마망’을 샀고, 그때부터 차곡차곡 모은 향수 병이 지금은 백여 개쯤 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새로운 향을 맡는다. 갖고 싶고, 향유하고 싶다.
요리할 때도 혀보다 코가 먼저 반응한다. 싱겁다, 짜다, 맵다—이 모든 감각을 향으로 먼저 감지한다.
처음 들어서는 공간은 공기 속 미세 향기로 분위기를 읽고, 향이 불쾌한 곳에선 몸부터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
차, 커피, 와인, 위스키를 좋아하게 된 것도 결국 ‘향’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향은 나와는 거리가 먼 일이라 여겨졌다. 향수를 고르기 전, 나는 늘 조향가들의 글을 읽었다. 그들의 언어는 깊고 감각적이었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향을 말하는 문장들을 보며, ‘나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느꼈다. 감히 넘볼 수 없는 세계처럼 보였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호텔이나 브랜드가 시그니처 향을 갖고 있듯 나도 나만의 향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향수를 써왔지만, 늘 어딘가 부족했다. 계절에 따라, 기분에 따라 어울리는 향이 달라졌고 내가 누구인지 말해주는 향은 끝내 찾지 못했다. 그렇다면 내가 직접 만들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누구를 위한 향도 아니고, 브랜드를 대표하는 향도 아닌, 나를 담은 향.
내 손끝에서 태어난 향이 누군가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머물기를 바란다.
'따뜻하고 편안한 향이 나던 사람'으로.
하나하나 맡아본 향의 기록이 될지도 모르겠다.
향이 기억을 불러오듯, 이 기록도 오래도록 머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