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향수, BloomWood

by own scene

"향을 외우셔야 합니다"


수많은 조향 클래스 중에서 이 브랜드를 택한 이유가 있다. 대부분의 향수는 냄새를 맡으면 그림처럼 떠올랐다. 꽃밭에 앉아 있거나, 숲 한가운데 나무 냄새가 스며드는 장면처럼. 그렇지만 이 브랜드는 달랐다. 느낌은 그려지는데, 선명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맡을 때마다 다른 느낌이 오갔다. 그게 재미있어서 이곳에 문의를 했다. "다른 곳은 인공향료를 사용해요. 저는 천연향료를 사용합니다." 선생님의 자부심이 엿보였다. '차이가 뭔데, 저렇게 자부심이 있는 거지?' 혼자 짱구를 굴리고 있었다. 선생님은 내 생각을 읽은 것인지, 차이점을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딸기우유를 생각해 보세요. 실제로 딸기는 들어가지 않았어요. 인공 딸기 향료가 가미되었을 뿐이죠. 그림으로 생각해 볼게요. 인공향료로 딸기를 그린다면, 누가 봐도 딸기를 알 수 있게 그린 정물화예요." 내 눈치를 살피며 말을 이어갔다. "사람마다 딸기의 기억은 다를 수 있죠. 어떤 사람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인 딸기를, 또 누구는 딸기 좋아했던 애인과의 씁쓸한 기억처럼요. 그걸 추상적으로 그려본다면 누군가에게 딸기 그림은 핑크빛으로, 어느 누군가는 새파란 물감을 섞을 수도 있어요. 천연향료는 추상화와 같아요." 그때 느꼈던 '이상한 낯섦'이 천연 향료 때문이었다. 난 정물화는 그려도 추상화는 그리지 못하는데, 향으로 그것이 가능할지 걱정이 앞섰다.


들어선 작업실에는 향료 병들이 세워져 있었다. 잡지에서 봤던 조향사의 작업실을 실제로 내 눈으로 확인하니, 흥미롭고 신기했다. '와. 여기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슈렉의 아기 고양이처럼 맑고 설레는 눈빛으로 응시하는 내게 선생님은 단호하게 말했다.

"향을 외우셔야 합니다. 그래야 향수를 만들 수 있어요."

"ㅇ_ㅇ?" 당황이 앞섰다. 생각하지 않았던 전개였다. 조용하게 이 향과 저 향을 오가며 공을 들여 조합하는 것을 생각했다. 암기하며 머리를 쓰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잔잔하게 앉아서 행하는 명상을 떠올렸을 뿐이라 황당했다. "그러면 향수를 만들 때 일일이 조합하지 않아도 돼요. 머릿속으로 향료를 선정하고 조합해요." 선생님의 말에 내 요리를 연결시켰다.


나는 요리를 쉽게 하는 편이다. 대부분이 레시피를 보면서 요리를 하지만, 나는 레시피를 보지 않고 나만의 요리를 만들어낸다. 머릿속에서 재료를 조합하여 만들고, 중간에 맛을 보며 부족한 맛을 채운다. 모든 맛이 입력되어 있어서 자동으로 출력이 가능했다. '선생님의 조향도 나의 요리와 같은 거구나' 싶었다. 조향을 어렵게 느꼈었는데, '아, 이거 요리네?'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베이스, 미들, 탑 노트. 세 그룹으로 나눠진 향료를 하나씩 맡으며 느껴지는 것을 노트에 적기 시작했다. "삼 냄새""가죽 냄새" "오래된 책 냄새" "비 오는 날의 흙냄새" "풀 냄새" "풀 냄새" 또, 풀 냄새. 많은 향에서 풀냄새가 나는데 외울 수가 있는 건가? 이대로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선생님, 다 풀냄새가 나요." "풀 냄새 안에서도 미묘하게 다른 것을 캐치해 보세요. 무릎까지 오는 풀 냄새, 발목까지 오는 풀 냄새."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내 코와 머리도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허브 잎을 따서 그릇에 올려둔 냄새" "허리까지 오는 나무 몇 그루" "무성한 숲 한가운데" "산에서 갑자기 불어오는 소나무 냄새" 머릿속에서 이미지를 그리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마음에 드는 향 4~5 가지를 선정해 보라고 말씀하셨다. 시더우드, 샌들우드, 네롤리, 로즈우드 향을 골랐다.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나무 향이 은은하게 풍겨서 선택했다. 이 향들을 여러 비율로 조합해서 첫 향수를 만들었다. 모난 데 없이, 편안한 향. 특별한 매력은 없지만 그 누구도 싫다고 하지 않을 것 같았다.

내가 처음으로 만든 향수라니, 설렜다. 비율이 달라져도 향은 달라질 테니, 이것은 세상에 하나뿐인 향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벅찼다. 이 기분 좋은 향을 나만 갖고 있자니 너무 아쉬웠다. 지인들에게 나눠주고자 공병을 주문했다. 사람들과 내 향을 공유한다니, 설레 미칠 지경이다.


나의 두 번째 향은 어떤 향일까?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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