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하면 미디어를 보여주지 마세요

미디어가 우리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

by 드림풀러

우리 부부는 아이를 갖기 전부터 미디어에 절대 노출 시키지 말자는 약속을 하고 자녀계획을 세웠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에 내린 결정이었고, 유치원 현장에서 미디어 노출된 아이와 아닌 아이의 차이점을 극명히 알고 있던 나의 경험도 한 몫 거들기도 했다.


무엇보다 친척오빠의 영향이 컸다. 어렸을 때 사람과의 소통이 아닌 미디어의 일방적인 주입이 얼마나 사회성 발달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 바로 옆에서 보았다. 장사로 바빴던 외가친척들은 TV 앞에 아이를 앉혀놓았다. 아이는 TV 앞에 멍~하니 앉아 장시간 시청하며 얌전하게 어른들의 장사를 도왔다. 그 당시 "효자"라는 말을 하며 칭찬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초등학교 가서 발견되기 시작했다. 남들이 보내는 시그널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고, 그렇기에 상황에 맞는 대응도 힘들어했다. 자연히 사회생활에서도 어려움을 겪고있다.


책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깨달은 우리 부부는 신호집에서부터 아예 TV를 들이지 않았다. 대신 보고 싶은 영상이 있으면 다운 받아서 보는 수고스러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래야 2개 볼거 하나 보기도 하고 틈나는대로 켜놓는 TV에 눈이 묶여 있지 않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흘러가는 시간을 잡고 싶었고 새어나가는 집중을 붙잡고 싶었다. 이마저도 아이를 키우며 시간이 없어서 몇 년간 못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우리 아이가 책을 좋아하기 위해서는 책보다 센 자극들을 멀리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고맙게도 첫 째는 우리가 바라는대로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커주고 있고, 둘째도 누나만큼은 아니지만 누나를 따라 책을 자주 잡고 들여다 본다.


아이를 직접 키우며 느낀 미디어의 단점은 명확하고 생각보다 다양했다.



모방과 관찰의 기회를 빼앗는다


제일먼저 느낀 단점은 아이들이 세상을 배워나갈 때 가장 큰 무기로 사용되는 모방과 관찰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든다. 미디어 외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에게 미디어는 상당히 큰 자극이다. 당연히 다른 자극들보다 센 자극인 미디어에 아이들의 눈은 묶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부모가 다른 사람을 대하는 매너, 말투, 상황에 따른 적절한 반응 등 사회성에 기본이 되는 기술과 태도들을 쳐다보며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긴다.

우리 아이 둘 다 관찰력이 좋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자주 듣는다. 어떤 일이든 어떤 상황이든 유심히 쳐다보는 아이들이 모습이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왜 노는데 집중하지 않고 저렇게 쳐다보고 있지?"

놀이터에서 만난 형님들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엄마는 동생을 어떻게 대하는지 딸 아이의 눈은 언제나 레이더처럼 돌아간다.

"유뿡아, 이거 필요해? 누나가 이거 해줄까?"

"아~ 우리 유뿡이 이거 먹고 싶었어? 누나가 까줄게!"

말을 아직 하지 못하는 3살 유뿡이는 누나가 아파서 울면 휴지를 뽑아와서 누나 눈물을 닦아준다. 그리고는 토닥여준다.

상황에 맞게 남을 대하는 방법, 남을 배려하는 태도도 관찰과 모방울 바탕으로 형성해나간다.


자기만의 논리를 갖춰나간다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모은 관찰로 나름의 데이터를 쌓아간다. 그 데이터로 상황을 파악하고 판단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기가 판단한 것들이 맞는지 물어보기 시작한다.

"엄마, 지금 화났어?"

"나 때문에 화났어?"

아침부터 너무 정신없이 바빠 순간적으로 굳어진 내 표정을 보고 딸아이가 물었다. 엄마의 표정, 빨리 해달라고 보챘던 자신의 행동을 앞뒤로 살피고 생각해고 "엄마가 나때문에 표정이 안좋다"라고 나름 판단하고 묻는 거였다. 이렇듯 아이들은 안보는 듯 보고 있고, 안듣는 듯 듣고 있다. 이 말은 아이들은 매 순간이 배움의 순간이라는 뜻이다.

자기가 관찰한 상황을 나름대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5살 아이의 모습에 새삼 놀랄 때도 있다. 어떤 사건이나 상황을 나름의 기준으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것도 관찰이 기본이 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폭넓고 자연스러운 어휘력 습득을 막는다


식당에 가면 특히나 미디어를 쳐다 보고 있는 아이들, 가족간에 대화 없이 각자의 폰을 들여다 보는 모습들을 정말 많이 본다. 그런 모습들을 볼 때면 좋은 배움의 장을 놓치고 있는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어휘력은 공부 잘하기 위함보다는 다른 사람과의 소통능력을 좌우하기에 내가 중요하게 보는 역량인이다. 특히나 어린 나이일수록 말을 잘하는지 못하는지에 따라 자신감부터 문제행동까지 관여되는 부분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금부터 엄마랑 한글공부 하는거야! 이거 뭐야? 가방! 따라해봐. 가방!"

각잡고 하는 한글공부보다 흘러가듯 생활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훨씬 많다. 우리 큰 아이를 보면 어른들의 대화를 듣고 거기서부터 어휘력을 넓혀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엄마! 배려심이 뭐야?"

"엄마! 천 쪼가리가 뭐야?"

"엄마! 그래서 이모가 힘들었대?"

대화에 참여하고 싶은 아이는 어휘력 뿐만 아니라 나아가 문맥적 맥락도 파악하려 애쓴다. 어휘를 많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용하려는 어휘를 적절한 상황에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맥락과 적절한 어휘사용은 어른들의 대화 속에서 훨씬 많이 배울 수 있다. 미디어에 눈과 귀가 닫힌 아이들은 훌륭한 배움의 기회를 빼앗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배움의 시작인 호기심이 싹틀 수 없다


미디어 기기에 빠진 아이는 현실 세계에 궁금증을 가질 수 없다. 세상에 호기심을 갖는다는건 정말 중요하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고려할 수 있는 동기가 되기도 하고, 사회적 문제점을 발견하기도 하고, 발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해보기도 한다.

즉, 사회성, 문제해결력, 호기심, 사회적 트렌드, 사업적 기질과 능력 등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할 때 정말 중요한 능력들을 이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주입식 정보를 습득하는 방식인 미디어 노출은 세상에 호기심을 갖고 궁금증을 갖는데 한계를 만든다고 생각했다.

특히 사람에 대한 궁금증과 사람들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은 AI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능력으로 보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호기심과 궁금증을 가져야 한다.

"엄마! 오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할머니는 왜 화난거야? 언니는 왜 운거야?"

이런 궁금한 상황들, 사람과 사람간의 충돌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감정들을 읽어내고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물론 사회성 뿐만 아니라 자연과 자연 안에서 발견하는 과학과 수학도 미디어에서 자유로워야 발견할 수 있다.



강한 자극이 주는 중독성


뭐니뭐니해도 미디어가 주는 단점에 중독성을 빠트릴 수 없다. 어른도 폰을 잡고 쇼츠를 보기 시작하면 1~2시간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아이들은 오죽할까. 자기관리와 자기계발에 관심이 많은 나도 가끔 폰을 잡고 들여다 보면 몇 시간 사라지는 경험을 가끔씩한다. 그런 다음 몰려오는 후회란..

"아..차라리 이 시간에 잘 걸.." 폰을 잡고 일탈(?)을 한 후 단 한 번도 잘했다거나 기쁜 마음이 든 적이 없다. 아이들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자연스럽게 시간관리도 어려워진다.

어렸을 때 하루를 어떻게 관리하고 시간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매 순간, 매일, 한 달이 쌓여 1년이 되고 10년이 되기 때문이다. 인생도 복리 효과를 누리기 때문에 그 차이가 엄청 달라지기는 분기점이 분명 온다.

아이들이 중독성을 쉽게 느끼는 미디어 보다 다양한 놀이들의 재미를 더 먼저 알았으면 좋겠다.



물론 독박육아라 할 정도로 홀로 아이를 보는 상황이라면 미디어를 잠깐 틀어주고 얻는 휴식까지 뭐라하지 못한다. 얼마나 육아가 힘든지, 감정노동과 육체노동이 동시에 드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되돌아 보았으면 좋겠다. 내 아이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내가 노력할 부분이 남아 있지 않은지.

전집 한 권 더 사다들이는 것보다 미디어 10분 덜 보여주는게 훨씬 아이에게나 경제적인것이나 훨씬 더 좋다. 더불어 이렇게 키우면 1년마다 육아가 수월해진다. 적어도 미디어로 하는 실랑이는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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