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발도르프학교에 다녀오다

by 드림풀러

푸른숲 발도르프 학교를 다녀오는 길에 우리 부부는 또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둘 다 공통적으로 느꼈던 부분은 발도르프 학교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예상했던 것보다 학비가 더 든다는 점과 대안학교가 가지고 있는 선천적인 불안한 체제는 단점으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단점들을 뛰어넘는 장점들이 존재했다.


제일 처음에 다녀온 작은 규모의 학교와 달리 큰 규모에서 오는 장점들도 확실히 있었다.


푸른숲발도르프학교 입학설명회에서 푸른숲발도르프학교보다 규모가 큰 곳이 2군데 정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규모가 작은 학교와 큰 학교를 비교해 보았을 때 장점들이 있었으니, 푸른숲발도르프학교보다 더 큰 곳은 어떤 장점이 있을지 궁금해졌다.

학교 규모에 따라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해진 우리 부부는 이번에는 더 큰 규모의 학교 입학설명회를 다녀와보기로 했다.

2군데 중에 이사 가능성이 높은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청계자유발도르프학교" 입학 설명회에 참여해보기로 했다.


이번에도 학교 사이트를 정기적으로 들어가서 입학설명회 공지가 뜨기를 기다렸다.


그러던 6월!

드디어 2차 입학설명회가 있다기에 설명회참여 지원을 했다.

청계자유발도르프학교는 아이돌봄이 아예 지원되지 않아서 미련없이 시부모님께 다시 한 번 부탁드렸다.

이번에는 여행가는 형님네와 우리 모두 윈윈되도록 조카까지 동원해서 함께 봐주신다고 하셨다.

'아이 교육에 이렇게까지 한다고, 유난떤다고 하시진 않을까...'라는 우려가 잠깐 들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시부모님이라면 '아이를 위해 기꺼이 시간과 에저리는 쓰는 좋은 부모, 아이를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모"로 봐주실거란 믿음이 있었다.

시간과 에너지를 내주셔서 감사한 마음뿐이었다.



청계자유발도르프학교로 향하다


입학설명회 당일.

다행히 어제 세차게 내리던 비가 그쳤다.

언제나 그렇듯 아이들 없는 차 안은 이동하는 카페로 변한다.

남편과 나는 좋아하는 커피를 한 잔씩 마시며 잔잔한 음악을 배경삼아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이어나간다.

지금까지의 생활에 대한 평가, 앞으로 삶을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나아갈지, 남편의 사업 방향과 고민, 서로가 상대방의 생활을 지켜봤을 때 개선하면 좋을 점들 등 정말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느 새 금새 목적지에 도착해있다.


청계자유발도르프학교를 가기 위해 양재역을 지났다.

지하철 노선을 잘 모르는 지방사람인 나는 양재역이 어딘지 사실 몰랐다.

"여기가 강남이야 여보!"

앗! 그렇구나..

양재역이라는 말에도 별 반응이 없는 나를 보자 남편이 설명을 덧붙였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부동산의 부도 모르는 큰일날 사람이었다.


"강남"이란 두 글자에 이상하게도 갑자기 긴장되면서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번화가를 지나면서 '이런 곳에 발도르프학교가 있는게 신기하네..'라고 생각하던 순간 점점 외곽지로 넘어가는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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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 근처에 있는 청계자유발도르프학교는 생각보다 적당한 유동성과 자연이 어우러져 있는 곳이었다.

역시 학교 규모가 컸다.


강당에서 입학설명회가 이뤄졌다.

가운데 무대가 있고 오른편으로 선생님들이 앉아계셨다.

교사연수로 다 참여하지 않으셨음에도 상당히 많은 교사들이 계셨다.


2차 입학설명회라서 그런지 학비나 운영방식 등 기본적인 정보를 얻을 수 없어서 아쉬웠다.

설명회에서 제일 많이 차지한 내용이 학교에서 보는 교육관, 가정에서 지켜줘야 할 부분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점들을 다뤄주셨다.

수업시연으로는 영어수업과 저학년 수업이 발도르프학교에서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아이스브레이킹으로 체험했다.


전반적인 설명회가 끝난 후 교사들의 질의응답시간이 있었고 곧바로 배정받은 교실로 가서 실제 학부모들과 질의응답시간을 가졌다.

부모들의 궁금한 내용 중에서 주로 많이 나온 질문은 학폭에 대해서였다. 학폭이 많이 일어나는지,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등을 묻고 답했다.

"아이들 공동체에서 다툼이나 마찰이 없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단지 제가 속해있는 학교와 이 곳의 다른 점은 확실히 있더라구요.

요즘 아이들은 조그마한 마찰에도 친구와 해결하기 보다는 '손절'을 쉽게 해요. 오죽하면 친구 관계로 인해 반편성이 어려울정도입니다.

여기에서도 마찰과 다툼은 있죠. 하지만 다른 점은 아이들이 서로의 부모들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친구를 대하지 않는 것 같아요. 일반 학교보다 서로 더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것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 학년이 8년동안 함께 하다 보니 많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서로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해결해가는 것 같아요. 한 번은 저희 딸아이가 그러더군요. '엄마! 나는 그 애가 이상한 줄 알았는데 그냥 그게 그 친구의 성격이더라구. 이상한게 아니라 그냥 그게 그 아이였어.'라는거에요. 아이가 크면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폭도 넓어가는 것 같습니다."


현재 청계자유발도르프학교에 보내고 계신 학부모님께서 이야기 해주신 답변이 마음에 와닿았다.

공립학교 선생님을 직장으로 다니시는 학부모님의 이야기라 더 설득력 있게 느껴졌다.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 학년이 그대로 올라가는 것에 부정적인 부모들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이 답변에서 좋은 점을 발견했다.

똑같은 친구와 8년동안 함께 지내면서 친구가 성장하는 동시에 나도 함께 성장하는 것.

그래서 지속적으로 같은 대상과 다양한 관계를 형성해나가보는 것.

그게 일반학교에서 얻을 수 없는 인간관계를 연습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했다.


나는 교육비, 방과후 같은 기본적인 내용들이 궁금해서 질문했다.

질의응답 시간에 전반적으로 의문이 들었던 점은 몇몇 참여자들 제외하고는 적극적으로 질문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학교를 나와서 남편을 기다리며 다른 부모들의 대화를 우연찮게 듣게 되었는데, 확실히 발도르프 학교들 입학설명회를 찾아다닌 분들이 많으셨다.

발도르프 학교들 중에서 자기 가족에게 맞는 학교가 어디인지를 고심하는 것 같았다.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의 후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입학설명회가 어땠는지 남편과 이야기 나누었다.

학부모 질의응답시간에 각자 얻은 정보들을 교류하면서 의견을 취합했다.


제일먼저 청계자유발도르프학교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접근성이라고 생각한다.

푸른숲 발도르프학교보다는 수도권이나 경기도권에서 오기 편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사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반학교를 보내기 싫은 가정에서는 아주 큰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타깝게도 어차피 이사를 해야 하는 우리 상황에서는 큰 장점으로 여기지지 않았다.

하지만 접근성이 좋다는건 학생수가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뜻일 수 있다.

학생수가 일정하게 유지가 되면 학비의 안정성까지도 연관이 된다.


학생수가 많다 보니 그만큼 학교운영에 참여하는 학부모의 수도 자연스레 많아진다.

실제로 엄청난 수의 위원회가 조직되어 있어 학교 관리 및 운영이 잘 되는 것처럼 보였다.

인력이 많은 만큼 교육운영과 학교운영에서도 활동을 진행하는데 큰 강점이 될 것 같았다.




우리 가족에게 어울리는 학교는 어디일까?


푸른 숲 발도르프학교와 청계자유발도르프 학교 중에 어디가 우리 가족과 어울릴지 고민했다.

둘 다 좋은 곳이지만 우리 가족에게 더 맞는 곳을 선택해야 후회가 없기 때문에 남편과 함께 신중히 생각하며 의견을 주고 받았다.


우리 부부가 제일 먼저 공통적으로 느꼈던 부분은 다른 발도르프 학교들을 갔을 때만큼 "좋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많이 의아했던 부분이다.

'규모에서 오는 장점이 더 클 것이라 생각했는데 미비해서 그런가?'

교육내용은 비슷하더라도 학교 건물 상태나 교사의 수도 많은데 뭐 때문일까 고민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학교의 규모였다.

적정 규모가 넘어가자 오히려 단점이 들어난다는 느낌을 받았다.

청계자유발도르프학교는 규모가 큰만큼 교사의 수도 많다.

발도르프학교에는 학교장이 없는 특성상 너무 많은 교사의 수가 오히려 독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교장이 없다는 점은 교사권의 자유로움이 보장된다는 장점도 있지만 하나의 철학을 가지고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문제점은 남편이 참여한 질의응답 시간에 들었던 질문을 이야기 나누면서 발견되었다.

한 반을 구성하는 학생수와 관련된 질문이었다.

아이들끼리 교류할 때나 단체 수업 때 학생들이 많아야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른 분의 질문을 통해 프로젝트와 같은 개별 과제로 수업이 이뤄지는 경우에는 오히려 어려움들이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질문하셨던 분은 지방에 있는 소규모 발도르프 학교를 보내시는 중이고, 매우 만족하며 보내고 계셨다가 상급반 진학을 위해 학교를 알아보는 중이셨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한 명의 교사가 많은 수의 아이들에게 개별적으로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 프로젝트 과제를 지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우려스러웠다.


방과후도 푸른숲보다 잘 되어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1~2학년까지는 부모가 돌아가면서 다른 가정의 아이들까지 함께 돌보며 산을 돌아다녀야 한다고 들었다.

물론 담임교사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고 하셨으나, 고관절에 문제가 있는 나는 도저히 감당이 안될 것 같았다.


무엇보다 "다른 발도르프와 이 학교만의 장점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글쎄요..교육은 비슷한것 같고 아무래도 오래되고 규모가 크다는 점 아닐까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특별히 이 학교만의 특장점이 없다면 굳이 비싼 집값과 생활비를 들여 여기까지 오지 않아도 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문제는 우리 집 막내였다.

첫째가 발도르프학교를 다니면 둘째는 발도르프학교 근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녀야 한다.

하지만 청계자유발도르프학교 주변에는 마땅히 보낼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그나마 있었던 기관마저 올해를 기준으로 폐원한다고 하니 막내의 통학이 문제였다.




지금까지 3군데의 발도르프학교를 다녀보았다.

다니면서 확실한건 발도르프학교를 보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는 점이다.

발도르프학교 중에서 우리 부부에게는 규모가 너무 큰 곳보다 중간규모의 학교가 더 맞는다는걸 알게 되었다.

미리 준비하고 알아보니 좋은 점이 있다는걸 느낀 순간이었다.


그럼 지금부터는 뭘 준비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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