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먼저 반해버린 발도르프

by 드림풀러

단순히 디지털프리를 원해서 시작했던 "학교 찾기"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길로 나를 이끌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이 말을 발도르프학교를 찾는 과정에서 많이 느꼈다.

길을 찾으니 보이지 않았던 길이 펼쳐졌다.



지금 돌아보면 발도르프학교를 찾을 수 있었던건 애초에 명확한 육아관과 교육관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감사하면서도 신기하게도 발도르프학교를 보낼 수 있는 환경들로 조금씩 조성되어간다.

만약 남편이 기존 직장을 계속 다녔다면,

조금만 늦게 발도르프학교를 알게 되었다면,

발도르프학교를 보낼 수 있을거라는 생각조차 불가능했을거라고 우리 부부는 이야기한다.


현실에 순응하고 타협하기 보다는 불완전하더라도 우리만의 길을 찾으려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했던 시간들, 복잡했던 마음들에 누군가 보상을 주는 것 같다.


엄마가 다니고 싶어진 발도르프학교


발도르프 학교를 보내려다 보니 발도르프 교육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육 철학과 교육 방법들에 관심을 자연스레 가졌다.

그러면서 "내가 학생 때 이런 교육을 받았더라면 너무 좋았겠다."는 생각으로 뻗어나갔다.


이미 평생직장은 사라져 가고 끊임없이 배우고, 배운것을 적용할 줄 아는 능력이 매우 중요해졌다.

그만큼 배우는걸 싫어하지 않고 즐거워하는 마음가짐!

배움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에게 "배움"은 무엇일까?

아이들에게 "배움=지겨움", "배움=버거움"이 되어버린 것 같다.

언젠가는 반드시 끝내고 싶은게 "배움"이지 않을까?

주입식 교육에 반복되는 테스트, 테스트 결과에 따른 서열화에 아이들은 지칠대로 지쳐있다.

내가 봐도 안쓰럽기만하다.

성인들도 버거운 경쟁을 나의 어린시절보다 더 어린 나이에 시작해서 끝없는 굴레에 갖힌 아이들의 현실이 안타깝기만하다.

그리고 그 굴레에 내 아이를 밀어넣어야 한다는 현실에 아찔했다.


내 아이들은 배움이라는게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 되었으면 한다.

나를 증명하기 위한 배움이 아니라 나를 찾아가는 배움에 빠져서 지냈으면 한다.

테스트를 위해 휘발성으로 하는 공부가 아니라 깨달음과 통찰력을 위한 공부를 했으면 한다.

호기심에서 출발해 몰입이라는 과정을 거쳐 성취감이라는 결과를 맞보았으면 한다.



발도르프학교 3군데를 다니면서 계속해서 내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하나였다.

"내가 이렇게 공부했다면 어땠을까?"

발도르프학교를 함께 다녀왔던 딸의 또래친구 엄마도 이야기 한다.

"제가 학창시절로 돌아가서 이런 공부를 했다면 좋았을 것 같아요. 오히려 제가 학교를 다니고 싶더라구요."



발도르프 학교에서 본 "배움"은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 외에도 발도르프학교에서 느낀 매력들은 더 많았다.



엄마가 반한 발도르프학교 포인트들


[모든 교육의 출발점은 "나"]

무엇인든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 가장 크게 와닿고 오래남는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내용을 가르치더라도 남의 이야기로 들리면 전혀 남아있지 않다.

무엇이든 "나"로부터 시작하는게 중요하다.

발도르프학교 교육은 "나"로 시작한다.

한글도, 지리도, 과학도, 역사도..

나를 이해하고 내가 속한 곳을 이해하고 궁금해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배움의 즐거움과 진정한 배움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하는 곳]

"나"로부터 시작한 배움은 당연히 즐거울 수밖에 없다.

의미가 남다르고 호기심이 계속 생긴다. 호기심이 생기고, 그 호기심을 따라가다 해결하면 느낄 수 있는 희열.

그게 또 다른 배움의 원동력이 된다.

발도르프학교 노트를 보면 한번에 느낄 수 있다.

진정한 배움이 무엇인지.


[몸과 인지가 조화로운 교육]

교육청에서 지향하는 교육은 "조화로운 인재"다.

하지만 정작 교육현실에서는 조화로움보다는 한쪽으로 치우친 교육이 더 많다.

몸보다는 인지, 말하기 보다는 듣기, 통찰력보다는 암기력에 더 비중을 두고 교육한다.

나는 몸과 인지, 말하기와 듣기, 통찰력과 암기력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발도르프학교는 인지만큼이나 몸을 많이 움직이도록 농사, 둘레길, 집짓기, 오이리트미 등의 교육과정이 짜여져 있다.

몸과 인지의 조화를 위해 발도르프학교만 가지고 있는 "오이리트미"수업이 특히나 인상깊다.


[조화로움의 절정, 오이리트미]

"오이리트미"라는 수업은 발도르프학교에만 있다.

생소했지만 한번의 수업참여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오리이트미 수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겠다는걸 알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오이리트미 수업은 강당에서 몸을 움직이며 하는 수업이다.

몸이 더 잘 움직여질 수 있도록 음악이 돕는다.

부드러운 음악, 때로는 경쾌한 음악이 교사의 지시와 교사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시너지효과를 준다.

음악에 맞춰서 막무가내로 움직이는게 아니라 교사의 지시사항을 듣고 이해한 후 자신의 몸을 조절해서 움직여야한다.

그야말로 인지와 신체 조화의 절정을 이루는 수업이라고 생각한다.

혼자하는게 아니라 짝꿍친구, 옆에 친구들과 어울려 수업을 하기도 한다.

협동심과 친밀감을 높이는데 아주 효과적이다.

내 아이가 발도르프학교를 다니면서 오이리트미 수업을 꼭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회적기술(소통, 배려, 협상 등)을 연습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

학교 규모에 따라 한 반을 구성하는 학생수가 다르다.

작은 규모의 발도르프학교는 5명 내외에서 중간 또는 큰 규모의 학교는 20명 내외로 이루어진다.

다른 일반학교와 크게 차이나는 점은 한 학급이 구성되면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탈하지 않는 이상 한 번 맺은 인연이 8년동안 이어진다는 점이다.

8년 동안 졸업할 때까지 친구와 담임교사가 쭉 이어진다.

어떤 사람은 한 번 내 아이가 교사에게 찍히면 그대로 8년 동안 계속되는거 아니냐고 우려를 표한다.

하지만 어차피 일반학교에 가더라도 처음 낙인찍힌 아이는 학교 교사들 사이에 암암리 소문이 퍼져 다루기 힘든 아이로 알려지게 된다.


오히려 8년동안 함께 있음에 가지는 장점들이 나는 더 마음에 들었다.

8년동안 같은 아이들과 지내다 보니 서로 피할 수 없는 관계가 된다.

그러면 그 안에서 더 많은 사회적 기술과 교류를 하게 된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친구보다 직장동료가 더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거다.

친구는 싸우고 안맞으면 안보면 그만이지만 직장동료는 내가 다른 직장을 구하지 않는 이상 싫어도 계속 봐야 하는 사이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 나와 안맞는 사람과 마주했을 때 어떻게 지혜롭게 해결해나갈지를 배우고 연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거라 생각한다.


[자연과 함께 하는 교육]

발도르프학교들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지역에 위치해있다.

농사를 짓기도 하고, 식물을 키우기도 하면서 자연과 함께 지내는 기회를 많이 제공한다.

특히 우리가 보내려고 하는 푸른숲발도르프학교는 학교 뒤가 바로 산이다.

아이들이 산에서 노는 즐거움을 알고 익숙하다.

사람도 결국에는 자연의 일부다.

가까이 옆에 두고 지켜봐야 친해지고, 애정이 생기고, 이해할 수 있다.

지친마음을 품어주는 것도, 힐링시켜주는 것도 자연이다.

그래서 나는 비록 자연과 많이 친하진 못하더라도 내 아이는 자연 속에서 키우고 싶었다.


[유기적인 교과과정]

발도르프 교육은 공식을 외우고 문제는 푸는 단순한 방식의 수업이 아니다.

그 공식이 왜 나왔는지, 배웠다면 어떻게 써먹을 수 있는지 유기적으로 연결된 교육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예를 들어, 자와, 콤퍼스의 역할과 용도를 배우고 충분히 연습해서 익혔다면, 그것을 써먹기 위해 집을 짓는다.

"내 아이가 사랑한 학교"라는 책에서 보면 피리를 배우기 전에 촛불의 불을 꺼지지 않을 정도로 불어보는 경험을 먼저하는 일화가 여기에 해당하지 않을까싶다.

교사의 말보다는 아이가 직접 느끼고 조절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곳.

그런 곳이 발도르프 학교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곳]

김미경 대표님이 "육아의 목표는 종국엔 스스로 살아가게 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유치원 교사로 일한 덕분에 "스스로 하는 기본생활습관과 자립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자기 학교를 스스로 청소하고, 물건을 챙기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한 가지 기준으로 평가하지 않는 곳]

"아이들을 한 줄로 세우고 뛰게 하면 1등부터 서열화가 되지만 둥글게 세우고 각자 방향으로 뛰게 하면 모두가 1등이다."

내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


어떤 아이는 공부를 잘하지만 다른 아이는 글쓰기를 잘한다.

어떤 아이는 달리기를 잘하지만 다른 아이는 말을 잘한다.

어떤 아이는 꾸미기는걸 잘하지만 다른 아이는 악기연주를 잘한다.

각자 좋아하는게 다르고 잘하는게 다르다.


지금의 학교는 아직까지도 한 가지 기준으로 평가한다.

"너는 얼마만큼 성실한 학생이니?"

"너는 공부를 얼마나 잘하니?"


나는 우리 아이가 속한 학교가 아이마다의 기준으로 평가하고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자기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곳]

서열화의 가장 안 좋은 점은 "다른 아이에 비해 나의 위치가 어디인가"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기에게 집중하기 보다는 남을 인식하고 비교하는게 필수적이다.

나도 어렸을 때는 남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 하는지가 중요했었다.

책을 읽어가며 나를 다듬고 변화함에 따라 많이 바뀌었다.

내 인생에서 남을 지우고 나 자신으로 채워가는게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건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내 아이한테 더욱 "나한테 집중하는 시간"을 주고 싶었다.


"나는 뭘 좋아하지?"

"나는 뭐를 잘하지?"

"나는 뭘 하고 싶지?"


발도르프학교를 다니며 비교를 하지 않는 것, 발도르프학교에 있는 프로젝트기간들이 내 아이가 "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줄거라 믿는다.


[내 아이가 커가는 과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는 곳]

발도르프학교 특성상 학부모참여가 많은 편이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다. 일반학교에 보내면 이것저것 신경쓰지 않고 맘편히 다른 엄마들에 묻혀서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발도르프학교가 오죽 마음에 들었으면 이런 나의 간사한 마음도 바꾸었다.


발도르프학교 행사나 운영에 참여함으로써 내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자주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학부모들끼리 소통하고 조율하는 모습을 아이가 관찰하면서 사회관계, 협력하는 모습을 모델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내 상황과 맞지 않아서 참여가 어려울 때는 거절하는 모습에서 아이들도 어떻게 거절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글을 읽다보면 발도르프학교에 장점만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세상에 장점만 있는 곳이 있을까?

당연히 단점도 가지고 있다.


무엇을 더 크게 생각하고 바라보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발도르프학교가 가진 단점보다 장점을 더 크게 바라보고 선택하려한다.

keyword
이전 09화청계발도르프학교에 다녀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