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푸른숲발도르프 학교에 다녀오다

by 드림풀러

규모가 큰 발도르프 학교는 어떨까?


처음 다녀왔던 발도르프 학교는 규모가 작았다.

아담한만큼 내 아이에게 집중될 관심은 좋았지만 동시에 친구관계가 우려스러웠다.

한 반에 5명 내외로 학생이 있기 때문에 좀 더 원활한 교육활동이 어렵지 않을까도 고민되었다.


처음 갔던 학교보다 좀 더 규모가 큰 곳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무엇보다 상급반을 가지고 있는 학교들은 자연스럽게 규모가 컸다.

돌아오는 길에 남편과 규모가 큰 편인 곳으로 입학설명회에 다녀와보자고 이야기 나눴다.


우리는 어차피 이사를 감행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과 상관없이 우리 가족과 내 아이에게 최고의 선택을 내릴 수 있는 감사한 상황이었다.

이 이점을 최대한 누리고 싶었다.


발도르프 학교들 중에서 상급반이 있는 곳, 자연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환경을 갖춘 곳으로 알아보았다.

한 반의 학생수도 고려해보고 지금 사는 곳과 문화적 차이가 심하지 않은 지역 등을 고려해서 후보학교를 선정했다.


그 결과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푸른 숲 발도르프학교"를 다녀와보기로 했다.




기다리던 푸른숲발도르프학교 입학설명회를 신청하다


2025년 5월, 기다리던 소식이 학교사이트 공지에 떴다!

푸른숲발도르프학교가 드디어 입학설명회를 연다는 소식이었다.

9월, 10월쯤으로 생각했었는데 혹시 몰라 주 1회마다 학교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얻게된 기회였다.

생각보다 빨리 학교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될 것 같아서 기뻤다.

남편과 일정을 확인한 후 바로 입학설명회참여를 신청하러 사이트에 들어갔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야 한다는 점이었다.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아이들 데리고는 입학설명회에 집중해서 참여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돌봐주시기는 하는데, 문제는 우리 아이들 연령이 돌봐주시는 연령대상에 들어가질 못한다는 점이었다.

3살인 둘째는 너무 어려서 돌봐주신다고 해도 엄마랑 떨어질지도 의문이었다.

아.. 감사하게도 돌봄을 제공해주시는데도 이용하질 못하다니..


대안학교를 선택하려면 부부가 서로 동의하는게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학교에 대해 알아보러 갈 때 둘 다 참여해야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우리 둘 중 한 명이 아이를 돌보고 다른 한 명만 입학설명회를 듣더라도 일단 참여하기로 했다.

앞으로 시간이 많으니 여의치 않으면 다음에 또 와서 입학설명회를 듣지 못한 다른 한 명이 참석하면 될거라 생각했다.


일단 주어진 기회를 잡는게 먼저라는 판단이 들었다.




푸른숲발도르프학교로 향하는 길


입학설명회가 있기 2주전, 감사하게도 시부모님께서 아이들을 봐줄테니 편하게 다녀오라고 해주셨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명언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시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맡기고 출발했다.

입학설명회에 가는 차 안이 마치 이동하는 카페같이 느껴졌다.

남편과 이동하는 차 안에서 데이트 하는 설레는 기분으로 오랜만에 많은 대화를 하며 향했다.


푸른숲발도르프학교도 이전 학교처럼 외진 곳에 있었다.

가는 길이 구불구불 산 길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런 곳에 학교가 있다니 신기했다.

더 신기한 건 이런 곳에 사람 사는 주택들도 있었다.


학교를 지어야 하는 땅값도 분명 관련이 있겠지만 자연과 더불어 생활하는 발도르프학교의 특성상 거의 외진 곳에 많이 있는 듯하다.

아이들이 자연과 더불어 자라기에는 참 좋은 환경이란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여기 다니게 되면 어떻게 라이딩해주지?' 싶다가 아이가 누릴 환경에 '어떻게든 라딩해주면 되지!'로 마음이 바뀌었다.




푸른숲발도르프학교 현장


학교 측에서 알려주신 주차 장소로 가니 학부모님들이 나와서 가는 길을 알려주시고, 주차도 도와주셨다.

주차를 하고 학교로 향하니 이번에는 안내데스트에서 접수확인 및 안내해주시는 분들도 만났다.

그 분들도 역시 학부모님들이셨다.

다시 한 번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함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교사들과 함께 학부모들이 진행하고 주도하는 입학설명회는 여느 입학설명회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이전에 갔던 학교보다 확실히 학교 규모가 컸다.


운동장과 학교 건물들이 여러 채 있는 부분들에서 일단 학교에서 주는 안정감이 있었다.




아이들의 발자취가 놀라웠던 나


입학설명회가 진행된 곳은 강당이었다.

강당 뒤편에는 아이들이 수업한 내용을 담은 노트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번에는 교실 구경하다 마주한 노트가 아니라 제대로 전시되어 있는 노트들이었다.

보라고 놓여진 노트들이다 보니 훨씬 마음놓고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상급반 친구들의 노트를 마주하는 순간 다시 한 번 놀라움을 느꼈다.

교육 수준과 이해수준, 이해한 것을 담아내는 수준들이 어른보다 높다고 느꼈다.


특히 내가 감명깊었던 분야는 미술사와 문학노트였다.

노트에서 다루는 내용들 중에는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내용들도 담겨있었다.


'나는 이 시기에 뭘 했더라?'


상급반 아이들과 나의 사춘기 시절에 오버랩되면서 소화해내는 교육 수준이 비교되었다.

나이 어린 아이들에게 존경스러움까지 느꼈다.

내가 학창시절에 이렇게 공부했다면 재밌지 않았을까 하는 부러움도 느꼈다.


동시에 처음 갔던 발도르프학교만이 아니라 발도르프학교들 전체가 비슷한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음을 느꼈다.


작품들을 흥미롭게 보고 있으니 어느 새 시간이 흘러 설명회 시간이었다.

설명회를 잘 듣고 싶은 마음에 맨 앞자리에 앉았다.


선생님들께서 준비하신 웰컴 노래로 시작한 입학설명회는 일반 학교에서 느낄 수 없는 따스함이 있었다.

설명회 내용을 들으며 교육 방식, 교사가 가진 아이들에 대한 이해도, 학교 운영방식, 학부모가 설명해주는 발도르프 학교의 장점, 재정상황, 돌봄 이용 상황 등의 정보들을 유익하게 얻을 수 있었다.



너무 참여해보고 싶었던 "오이리트미" 수업


설명회가 끝난 후 4~5가지 과목 중 한 가지 수업에 직접 참여하는 시간이 제공되었다.

푸른숲발도르프학교에서 수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보여주시기 위한 수업시연시간이었다.


일반적으로는 진행요원 학부모님께서 제공하는 과목에 들어가야 한다.

혹시나 제공되는 수업들 중에서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는지 여쭤보았다.

우리 부부가 일찍 도착한 덕분에 다행히 자리가 있어서 원하는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나는 제일 궁금했던 "오이리트미"수업에 참여했다.

다른 학교에는 없는 과목이자 내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수업이라 어떤 내용을, 어떻게 이뤄지는지 너무 궁금했다.

오이리트미 수업을 위해 무용복을 입은 선생님 한 분과 반주해주시는 선생님 한 분이 강당으로 오셨다.


선생님께서는 먼저 참여자들이 생소할 "오이리트미"가 무엇인지부터 이야기해주셨다.


오이리트미 음악과 몸의 리듬으로 아이들의 몸과 의식을 깨워주는 수업이라고 설명해주셨다.

반주자 선생님께서 연주해주시는 반주에 맞춰 오이리트미 선생님의 전달사항에 맞는 움직임을 해내야 한다.

혼자 수행해야 하는 움직임, 옆사람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움직임 등 움직임이 다양했다.


몸을 움직이니 자연스럽게 어른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물론 허덕거림도 있었다.

몸을 움직이자 에너지가 올라가고 실수를 할 때는 서로 웃음이 터져나왔다.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즐겁고 활기찼다.


특히 선생님께서 들려주시는 이야기와 함께 이뤄지는 동작들이 정말 흥미로웠다.

교사였던 내가 "아이들과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수업에 참여하는 내내 '생각보다 쉽지 않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에게도 어려운 이 수업에 아이들이 참여하면 많은 자극과 훈련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직접 오이리트미에 참여해보니 교육적 가치가 상당하다고 생각했다.

일단 자기 신체조절능력이 상당히 높아진다.

신체조절이 가능하면 감정조절도 함께 연습이 된다.

일단 교사의 이야기를 들어야하니 경청의 자세도 기를 수 있다.

교사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를 해야 하니 이해력도 높아진다.

자기와 다른 사람의 움직임에 집중해야 한다.

다른 사람과 호흡을 하기 위해서는 배려심도 높여야 한다.

친구와 합을 맞추는 과정에서 협동심과 친밀감도 높아진다.

음악에 맞춰 움직이다 보니 리듬감도 높아진다.

잘 안되던 동작을 반복적으로 하다 성공하면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

자꾸 실수하는 동작을 잘 하고 싶은 마음으로 지속하다 보면 인내심과 끈기도 기를 수 있다.


이 수업 하나로 내 아이가 얻게 될 것들이 무수히 많을 것 같았다.

경청의 자세, 신체조절능력, 인지와신체의 조화로운 발달, 감정조절 능력, 이해력, 집중력, 배려심, 협동심, 친밀감, 리듬감, 성취감, 끈기, 인내심...


삶을 살아갈 때 제일 필요한 덕목들이라고 생각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내가 내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길러주고 싶은 능력들이다.


어떤 학부모는 "아이들이 이렇게 뛰면 다음에 이어지는 수업에 집중이 가능한가요?"라는 질문을 했었다.

나는 이 질문에 답을 알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이렇게 움직이고 난 후라 더 집중이 가능하다.


내가 유치원에서 일했을 때 아이들을 오전 중에 오히려 더 많이 뛰어놀게 했다.

그렇게 에너지 발산을 마음껏 하고 나면 오히려 교실에 돌아왔을 때 아이들은 차분해지고, 서로 싸움이 적다.


만약 아이가 너무 흥분해서 다음의 차분한 과목에 집중할 수 없다면 그것 또한 아이가 노력하고 연습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회를 받아서 연습할 수 있는 상황이 아이에게 더 유리하다.




푸른숲발도르프학교를 다녀온 느낌 정리


입학설명회를 듣고 수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나는 이 학교가 "함께 커가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내 아이를 보내고 싶었던 곳.

함께 성장하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는 곳.

경쟁이 아닌 더불어 서로 돕고 사는걸 연습하는 곳.

주입식이 아닌 진정한 교육이 이뤄지는 곳.

배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곳.

자연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곳.


직접 와서 살펴본 발도르프 학교는 내가 바라는 교육을 최대한 가깝게 이행해주고 있는 교육기관이었다.


이런 생각에 다다르니 내가 내려놓아야 하는 부분들이 있음을 느꼈다.


부모 참여를 부담으로만 느끼지 말자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학교에 참여하는 나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교육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누리는 권리가 있으면 해야 하는 의무도 있음을 아이가 터득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속한 공동체를 위해 기꺼이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 또한 교육적일 것 같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부모 참여가 부담이 아니라 어쩌면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교육할 수 있는 기회이자 내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제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특권이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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