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도르프 학교 현장 속으로, 직접 가보다

by 드림풀러

"따뜻함"이 묻어났던 첫인상


발도르프 학교를 다녀온 생각을 먼저 이야기 하자면, "잘 다녀왔다!"였다.

사실 다녀온 직후에는 확신 조금과 수많은 고민이 생겨서 더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찾아가 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부분들이 많았을테고, 더 고민해야 할 부분들을 모르고 지나쳤을거다.

지금 돌아 보면 용기있게 스타트를 잘 끊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부부가 다녀온 발도르프 학교는 지방에 있는 규모가 작은 학교였다.

학교를 찾아가는 길에 "여기에 학교가 있는게 맞나...?" 싶을 정도로 외진 곳에 발도르프 학교가 있었다.

학교 입구에서 맞아주시는 남자 두 분과 이사를 나누고 학교로 들어갔다.

당연히 학교 선생님이실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학부모라고 소개하셨다.

학부모님들은 입학 설명회가 진행되는 동안 설명회에 참여한 다른 아이를 돌봐주시기도 하고, 질문에 답해주시는 등의 역할을 해주셨다.

이 모습을 보자 발도르프 학교에 학부모 참여가 많다는 이야기를 현실에서 마주한 느낌이었다.


학교에 들어서서 제일 많이 느낀 기분은 "아늑함', "편안함"이었다.

일반 학교에서 느꼈었던 감정과는 사뭇 달랐다.

학교 규모가 작아서인지 아담하고 가족적인 분위기가 있었다.

특히 1층에 있는 1학년 반은 "저희 집보다 분위기가 편안한데요?"라고 할 정도로 좋았다.

이런 곳에서 학교를 적응하면 아이들이 잘 적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발도르프 학교에서 놀라움을 발견한 순간들


발도르프 학교를 둘러 보면서 생각지도 못해 놀랐던 점들이 몇 가지 있었다.

발도르프 학교는 부모가 만들어주는 교과서가 있긴 하지만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나눠주는 일반적인 교과서는 없다.

발도르프학교에서는 부모가 직접 만든 노트만 아이들에게 주어진다.

노트 안의 공백을 아이들이 직접 채워나가는게 교과서가 된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들을 자기만의 수준과 방법으로 소화한 다음 그 내용들을 채워나가기 때문에 교과서라기 보다는 학습일지에 더 가깝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이 교과서 내용을 채워가는 형식이다 보니 특별한 과목도 없을거라 생각했다.

교육 수준도 아이들 수준이니 낮을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사실 "교육내용의 체계성"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현장에서 살펴보았던 노트 내용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그야말로 놀라웠다.


같은 내용을 배워도 아이들이 각자 자신이 소화하고 이해한대로 교과서에 담다 보니 노트 내용이 아이들마다 다 달랐다.

노트마다 아이가 무엇을 더 인상깊어했는지, 무엇을 더 핵심이라고 생각했는지 여실히 보였다.


노트를 살펴보니 기록한 내용의 교과목도 함께 보게되었다.

일단 주먹구구식으로 교육이 이뤄지는게 아니라 나름대로 학년별로 다루는 교과목이 정해져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일차적으로 안심되었다.


노트를 보다가 내가 놀란 포인트가 또 있었다.

모든 교육이 "나"로부터 출발한다는 점이었다.

나는 여태껏 내가 받아왔던 교육이 나에게 큰 의미가 없었던 이유가 항상 "내"가 빠져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발도르프 학교에서는 지리 과목도 "나"로부터 뻗어나간다.

내가 몸담고 있는 동네학부터 시작해서 동아시아로 확장되고, 세계지리로 뻗어나간다.

이렇게 시작된 교육은 항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나와 관련되어 배웠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이 남는다.


유아교육도 그래서 항상 아이의 배경지식과 경험을 바탕을 두고 출발한다.

내가 관심있어 하는 프로젝트 접근법도 마찬가지다.

내가 평소에 관심있어했던 교육법과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육포인트들이 발도르프 교육에 담겨 있어서 정말 반가웠다.

특히!

8학년이 되면 프로젝트 기간이 있어서 자기가 정한 주제에 빠져서 자신이 주도적으로 진행해보는 경험도 아주 좋았다.


세 번째 놀랐던 점은 몸과 인지를 조화롭게 발달시키려는 노력이었다.

발도르프 학생들은 교실에 앉아서 공부만 하지 않는다.

농사도 짓고, 예술도 하면서 지낸다.

발도르프 학교들이 대부분 자연에 가깝게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을 최대한 느끼고 경험하면서 성장한다.

내가 먹는 쌀 한톨이 "농부들의 노력"이라는걸 말로만 접하지 않는다.

직접 그 노고를 느끼고, 그 과정에서 자연과 인간은 하나로 이어져있음을 몸으로 체감한다.

자연 앞에서는 무력한 인간을 느끼는 기회로 매사에 감사한 일들을 경험하며 긍정적인 태도를 기를 수 있다.

한참 성장하는 과정에 놓여있는 아이들이 책상과 교실에 묶여 있는 모습이 안타까웠는데, 이 부분도 내 생각과 바라는 마음이 맞아떨어졌다.


마지막은 학부모들의 노고였다.

학교를 짓는데 자금부터 부지까지 부모들이 나서서 추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학교 체육실 벽면을 학부모들이 발도르프 특유의 기법으로 색칠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학부모의 참여도를 느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학교를 돌아보면서 학교 곳곳에서 느껴지는 학부모들의 손길과 땀, 정성이 느껴졌다.




만족스러웠던 발도르프학교,

그와 동시에 생긴 다른 고민들


발도르프 학교 분위기와 교육 방법, 내용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내가 다시 돌아가서 학생이 된다면 발도르프 학교에 다니고 싶을 정도였다.

이것만해도 이번 발도르프 입학설명회에서 얻은 수확이 엄청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외 부분들에 대해서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참여하면서 "상급반"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부부가 갔었던 학교는 규모가 작다 보니 상급반이 없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다른 학부모님은 자기 아이가 곧 졸업할 예정이라 상급반에 진학할 학교로 이사가야할지, 일반학교로 진학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하셨다.

"상급반"이라는 이야기를 처음 듣게 된 나는 상급반에 대해 알아볼 필요를 느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학교 규모가 다 다른지, 다르다면 어떤 점이 다른건지 궁금해졌다.


또 고민해야 할 점은 한 반의 인원이 너무 적다는 점이었다.

한참 친구와 교류가 많고 소통해야 시기라고 생각한다.

발도르프 학교 한 반의 인원이 3~5명이라 너무 적게 느껴졌다.

적은 인원이 아이의 사회성 발달에 과연 괜찮을까 걱정이 되었다.




발도르프 학교에 다녀왔음에도 끊임없이 고민과 걱정이 생기는 나를 보며 "과잉고민러인가?"싶었다.


하지만 남도 아닌 소중한 내 아이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학교"라는 곳을 음식점 메뉴 고르듯이 이거 아니면 저거 식으로 결정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가보지 않은 길을 선택하려면 적어도 갈만한 가치가 있는 곳인지 확신이 필요했다.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하기 위해서 후회없을 것이란 자신이 있어야 했다.


우리 부부가 아이 교육을 위해 발도르프 학교를 선택한다면 주거지, 경제적인 부분, 가족문화까지 많은 부분들을 바꿔야 한다.

우리 가족 인생 전체에 큰 변화와 영향을 미칠 결정이기에 더욱 심사숙고해서 고민 또 고민하고 서로 끊임없는 대화를 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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