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하나 바꿨을 뿐인데 달라진 모든 것

내려놓음이 주는 가득 참.

by 보통의 하루

40여 년을 타인의 눈에 괜찮은 삶을 살고자 했고, 내 아이만은 그렇게 살지 않게 하겠노라 다짐하면서 "가족의 해외 이주"라는 큰 변화를 결심하게 되었다. 내 근간을 흔드는 큰 변화를 결심하고 나니 내 일에 대한 변화도 처음으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지만, 정작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4화까지 연재의 내용을 요약해 보면 그렇다.


나는 해외 지사를 가기 위해 애쓰는 삶을 살아왔다. 그러려면 영어도 유창해야 하고, 업무적인 성과는 당연하고 주변의 feedback도 좋아야 한다.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혹여나 일하다가 갈등이라도 생기면, 평가를 신경 써야 하고, 갈등으로 인한 성과 영향도 걱정해야 했기에 가능하면 critical 한 논쟁은 내가 희생하고 양보하며 지내왔다.

회사에는 유학파도 많았고, 의사 약사 license를 가진 사람도 많았고, MBA는 물론이거니와 학부 출신 중에도 소위 SKY 출신이 많았다. 단적인 예로 내 팀에는 나 포함 총 7명이 있었는데, 그중 3명은 해외파이고, 한 명은 약사이고, 나머지 두 명은 SKY였다. 나는 학부 출신에 SKY도 아니고, 문과생에 토종 한국파이다 보니, 그 자체 만으로도 주눅이 많이 들었었지만, 임원인 내가 그걸 티 내서는 안되기에 더욱 가면을 쓰고 살았다. 우아한 백조가 물속에서 열심히 물 장구를 치듯, 겉으로는 괜찮은 척, 내면의 나는 매일이 스트레스였다.


아무튼, 회사가 전부였고, 업계를 떠난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내가, 회사를 떠나 내가 이끄는 내 삶을 사는 사람으로 생각을 바꾸자 회사에서의 내 태도가 바뀌고,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마음 그릇이 커지면서 좋은 사람들이 많이 다가왔다.


행복과 인생에 대해 고민은 타이틀이 아닌 사람을 보게 했고, 내면이 단단해지면서 정중한 거절 법을 터득하게 되었으며, 자격지심이 사라지고, 날카로운 논쟁에서도 나를 향한 비난이나 비판이 아닌 일 자체에 대한 것으로 인식하다 보니 감정 상할 일도, 업무와 연계된 사람 스트레스도 모두 사라졌다.

회사를 오래 다니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되려 성과도 좋아지고 평가도 좋아지고, 팀워크도 더 좋아졌다. 그러다 보니 회사 일도 재밌고, 야근을 해도 피로한 게 덜해졌으며, 영어로 발표해야 하는 일도, 긴장을 덜하게 되면서 되려 성공적인 발표로 마무리되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리전에서 일할 수 있는 가능성도 더욱 늘어나게 되었다.


아이러니했다. 내려놓으니 가득 차는 상황이라.


회사에서 Talent (인재) 에게만 기회가 온다는 프로젝트 책임자 역할을 내게 맡겼다. 현재 하고 있는 큰 프로젝트가 연말에 1차 마무리가 되면, 2025년에는 업무 부담을 조금 줄이면서 차츰 내 일을 찾아서 해보고자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 프로젝트를 하게 된다면 적어도 25년 상반기까지는 회사에 올인해야 하고, 그걸 끝내고 나면 원래 하던 프로젝트 2차 목표를 위해 하반기에는 다시 집중을 할 수밖에 없는 cycle로 돌아가야 했다.


남편은 좋아했다. 좋게 생각하라 했다. 2-3년 뒤에 해외지사 나오기로 한 게 더 당겨질 수도 있지 않겠냐며 괜찮다고 본인이 그동안 더 열심히 육아를 하겠다고 했다.


아, 그러고 보니.......

회사를 그만두고 행복을 좇아보겠다는 것을, 아직 남편에게 말을 하지 않았구나.

너무나 큰 방향 전환이고, 나조차 확신이 없고, 무엇보다 나보다 훨씬 걱정도 많고 계획적이고 현실적인 남편에게는 크나큰 충격으로 느껴질 것을 알기에 나 혼자 속으로만 진행되고 있던 "내 행복 찾기 프로젝트"였었더랬다.


그렇게 어영부영, 남편의 지지를 받으며 새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고, 남편은 쿠알라룸푸르에서 두 아이와 서서히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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