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박깜박 ADHD엄마라서
엄마가 되자마자 갑자기 심한 안전+건강 민감증 증세가 생겼다.
자식에 대한 보호 본능 때문인지 세상의 크고 작은 여러 가지 위험이 엄청 크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애들 옆에서 잠깐 핸드폰 보려다가 '삐--—삐----' (경고음 울림)
잠깐만, 핸드폰에 생각보다 많은 양의 전자파가 나온다던데? 다 큰 성인한테도 좋을 리 없는 전자파가 당연히 아직 쪼그마한 애들한테는 더 안 좋겠지?
핸드폰 하루종일 옆에 들고 있는 세대가 지금이 처음이라 장기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던데.. 치워! 당장 치워!!
말랑이 분유를 태우다가 '삐-삐-삐-------'
얼마 전에 분유에서 뭐 안 좋은 물질이 발견 됐다는데 이건 괜찮은 건가?
항생제 엄청 먹인 소에서 나온 젖으로 만든 분유를 먹으면 아기에게도 전해지는 거 아니야?
그럼 이 소는 어떤 환경에서 키운 거야? 스트레스받아 서 병든 소는 아니겠지?
꼬물이 반찬 만들 때도 '삐------------------'
플라스틱 용기는 환경호르몬 나올 수도 있겠지?
이 식재료들은 안전한 거 맞을까?
중국산 아니지? 농약 뿌렸나?
심심하면 뉴스에 먹는 것에서 안 좋은 물질 검출되었다고 나오던데..
그런 독소가 애들 뱃속으로 들어가서 피가 되고 살이 돼서 쌓여가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해!
아이들 예방접종 시기에도 '삐-삐-삐-삐-'
예방접종, 혹시 모르는 부작용 감수하고 꼭 다 맞춰야 하는 걸까? 지금은 거의 없어진 병이나 걸려도 얼마든지 치료할 수 있는 것까지 싹 다?
조리원 언니가 자기 조카 멀쩡하던 정상아가 예방접종 맞고 바로 부작용으로 영구장애까지 왔다던데..
아무리 부작용이 드물다고 해도 내 아이에게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은 누가 해 줘?
밖에 나갔을 때는 수시로 '삐------삐------삐----------삐-------------삐----------------------------------------!!!'
평소에 덤벙거리며 물건이나 시간을 놓치기 일쑤였던 내가 제일 신경을 곤두세웠던 부분은 아이들 잃어버리지 않기!!
아마 내가 딴생각에 빠질 수도 있다고 스스로 불안하다고 느꼈는지 아니면 세상이 불안하다고 느꼈는지 아님 둘 다인지, 집 밖에 나가 있을 때면 아이들을 내 몸에서 한시도 떼어 놓지 않았다.
아기 말랑이는 1-2m(손이 언제든 닿는 곳), 꼬맹이 꼬물이는 10m (시야에 잘 보이는 곳)만 떨어져도 바로 경고음이 삐삐 거렸다.
나도 알고 있다.
내가 별나서 더 유별스럽게 걱정이 많다는 걸.
그런데 내가 걱정하는 게 잘못된 건가 싶기도 하다. 이렇게 위험요소가 많은 환경에서 아직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하는 작은 생명들은 엄마인 내가 완전 책임지고 보호해주어야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내가 괜찮겠지~ 했다가, 혹시나, 만에 하나, 안 괜찮은 경우가 생기면 절대 안 되는 거니까 말이다.
깨어있는 아이들은 귀엽다
성가시기도 하지만 맑고 반들거리는 눈으로
하루종일 쪼잘거리며 즐거워한다
잠들어 있는 아이들은 천사다
티셔츠의 꼬리꼬리한 땀냄새도
머리맡에서 풍기는 병아리 쉰내도
포동포동 짤뚱만 한 손등도
동그랗고 매끄러운 볼살도
다 천사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