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이 벽돌을 헤엄치던가
계단이 지평선을 배회하던가
글자 바람에 나부끼는 연홍색
울타리였던가 마룻바닥이었던가
수레 붙은 천막 그 좁은 틈 사이에
진하게 아지랑이 핀 개나리 풀숲
연석 위 난쟁이들의 대행렬과
흩뿌려져 날아가는 무지개
그건 풍선이었던가 깃털이었던가
숨 가삐 달리면서도
도심 속 롤러코스터
맨 앞자리 나란히 앉아 바람을 맞을 때
자동차, 넝마, 놋쇠그릇과 쳇바퀴가
우리 주위에 우레와 같이 쏟아지고
나뭇가지와 대리석 붙은 금자탑을 오르며
우산도 쓰고 갈대도 불고
바람에 네 머리칼이 내 입에 들어와
저녁노을을 빨랫줄에 걸기도 했지
별거 아닌 일에도 꺄르르하고
폭죽의 잔해는 사라지는 걸까
바닥에 내려앉아 양분이 되는 걸까
시답지 않은 논쟁을 벌이고
손을 잡고
마주 보고
유난히 사랑스럽던 네 왼쪽 눈물점을 멍하니 바라보다
왜 그렇게 쳐다보냐며 쿡쿡대던 그때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시 되찾고 싶다
그때 놓친
모빌을 꿈꾸던 발굽과
가로등을 불던 오목눈이
몸을 파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