쇳물

"그 놈이 또 나를 때린다"

by 김경민

땅 땅 땅

그 놈이 또 나를 때린다


난 휘어지고

구부러지고

망가지고

아프다


몸이 뜨겁게 달아오르면

내 고개를 차가운 물에 처박고서는

일어나

숨쉬어

엄살피지마


이게 죽는 걸까

차가워 몸을 떨고 있으면

다시 땅 땅 땅

그 놈이 또 나를 때린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정신을 잃고 지옥같은 시간이 지나면

어느 순간 아무렇지도 않다


아무렇지 않다

아무렇지 않다

아무렇지 않다

아무렇지 않아?


파편이 떨어지고

껍데기는 바스라지고

자국들이 선명해지는데

어떻게 아무렇지 않겠어


땅 땅 땅

다만 더 이상 휘어지지도

구부러지지도

망가지지도

아프지도 않아


어디론가 흘러가며

모양도 잡지 못하고

몹시 끓어오르던

쇳물이,

그 뜨겁던 쇳물이,

이제는 차갑게

스스로를 두드릴 뿐이야

땅 땅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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