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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민 Dec 12. 2021

눈, 그리고 나

"한 발짝 멀리서 무심코 쳐다보면 꽤 먼 길을 걸어왔는데 말이지요"

자세히 보면 녹아 없어지기 바쁜

무심코 보면 어느새 쌓여 있는

뜨거울 정도로 시린

얼음 알갱이가 쉼 없이 낙하합니다


나의 모습을 가까이서 주시하니

아무것도 쌓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한 발짝 멀리서 무심코 쳐다보면

꽤 먼 길을 걸어왔는데 말이지요


소복한 눈에 찍힌 발자국만이

내가 남긴 유일한 족적은 아닐 겁니다

방황이 일생의 업이었던 나에게

흩날리는 눈발은 낯설지 않습니다


자세히 보면 녹아 없어지기 바쁜

무심코 보면 어느새 쌓여 있는

시릴 정도로 뜨거운

나의 꿈도 어쩌면 그런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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