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결핍을 통해 내가 놓인 곳을 알게 됩니다"
마른 잎가지들이 바람에 흔들려
서로에게 쉼 없이 부딪히니
나는 정말로 산에서 파도 소리를 들었습니다
바다 향기는 나지 않았지만
그래서 비로소 풀의 내음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꽃들이 만든 향의 화음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두 발을 딛고 있는 곳이
평생을 흔들리다 떨어진 나뭇잎 위인지
평생을 파도에 쓸려가던 모래알 위인지
그렇게 결핍을 통해 내가 놓인 곳을 알게 됩니다
부족함을 등불 삼으니
파도 소리를 들어도
나는 바다에 쓸려 갈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지긋이 눈 감고 그저 감상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