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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민 Jan 11. 2022

"공허는 시나브로 그리움이 되어 이파리에 새벽이슬로 맺힙니다."

꿈을 꾸었습니다. 저는 매일 꿈을 꿉니다. 잠에서 깨면 꿈에 대한 기억은 굴뚝에서 피워오는 연기처럼 아스라이 사라지지만, 불을 꺼도 굴뚝에 온기가 남아있듯 출처 모를 감정이 얼굴에 남아있습니다. 왜인지 모르게 그 감정들은 소중한 것들이라서 참참이 기억의 계단을 되짚어보곤 합니다. 꿈의 배경은 지극히 현실적입니다. 반면에 배경을 활보하는 인물들의 정황은 그렇지 못합니다. 대표적으로 주체인 '나'가 그러합니다. 듣기에 따라서는 제가 악몽을 꾸었나 생각할지 모릅니다만,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습니다. 꿈속에서의 나는 어쩐지 모르게 고양되어 있습니다.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가 원만하고 전반적으로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에 심지어 썩 행복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꿈의 내부에 자리한 현재에 만족합니다. 꿈에서 일어나는 매 순간의 미래를 기대합니다. 이야기가 무르익고 기승起承을 지나 전轉에 다다르면 문득 차가운 방 안의 공기와 함께 잠에서 깨어 현실로 돌아옵니다. 저는 오늘도 꿈의 결말을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꿈과 현실 사이의 간극, 결말을 완성하지 못한 데에 자책감, 그것들은 터무니없는 공허를 만들어 이내 몸을 무겁게 짓누릅니다. 어디서부터가 문제였을까요? 흐리멍덩해지는 기억의 끈을 간신히 붙잡습니다. 마음을 얼룩덜룩 어지럽힌 무의식의 파편들을 가슴에 쓸어 담습니다. 기억을 되짚으면 공허는 시나브로 그리움이 되어 이파리에 새벽이슬로 맺힙니다. 해가 뜨면 이슬도 점차 모습을 감출 겁니다. 꿈이 남긴 흔적에 마냥 사로잡혀있지 않으려 오늘도 애써 아침 해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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