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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민 Dec 29. 2021

시골집 툇마루

"옻칠한 이목구비 아름답게 윤난다"

저녁놀 포근히 내려앉은

시골집 툇마루


나이를 숨기려는 듯이

옻칠한 이목구비 아름답게 윤난다


이도 잘 맞지 않아

등에 기대면 나는 삐걱삐걱 소리


지금은 소음일 뿐인 그 소리가

그때는 괜스레 좋았다


아무것도 안 하면서

무엇인가 늘 바쁜 어린아이

여름철 하루종일 땀 흘리고

해가 숨을 때 툇마루에 누워

발로 바닥을 툭툭 치면

그 정겨운 소리가 들려온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삐걱 소리에 장단 맞춰

귀뚜라미 연주하고 개구리 노래한다

너희도 나도 괜히 신이 났구나


서사 모를 합창이 결말에 다다를 때쯤

할머니 부름이 나를 현실로 깨운다


밥 먹으라는 말이 훑고 지나면

툇마루에 정적만이 흐른다


달빛이 간신히 비추는 툇마루

아직도 그 정적을 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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