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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민 Dec 28. 2021

구르는 바퀴는 언제나 닳는다

"피부에 생채기 하나 남지 않은 것은 어제와 오늘이 같다는 증거다"

그리는 연필은 뭉뚝해지고

구르는 바퀴는 언제나 닳는다


상처로 가득하고

닳아 없어질 것 같은 나의 몸은

어제의 내가 힘차게 구른 탓이리라


바닥에 붙은 흑연

아스러진 살갗이 자취에 나부낀다


끝을 헤아릴 수 없는

한없이 뻗은 광야


멀리서 바라본 상처의 파편들은

먼지 한 톨보다 작아 보인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지만

그 덕에 내가 더 나아갔음을 안다


피부에 생채기 하나 남지 않은 것은

어제와 오늘이 같다는 증거다


그건 자랑스러워할 일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마땅히 머리 숙여 사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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