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검은 도화지에 자수가 되기로"
어두운 하늘에 누군가
별 조각 몇 개를 흘리고 간 모양이다
쌍둥이가 맞댄 어깨라든가
오리온이 두른 허리띠라든가
그런데 그날의 그 별은 유난히 빛났다
사자와 곰 사이에서도
무척이나 용감하게
자신의 몸을 도거리로 부수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너를 기억한다
시간의 풍화에 옅어지는 너의 얼굴도
소리도
향기도
끝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지만
하늘을 바라보며 포갠 두 손만은
아릿한 감각으로 기억한다
투박한 내 손을 부드러이 쥐고
가장 빛나는 별들을 표지판 삼아
한 걸음
두 걸음
그리고 세 걸음까지
그러다 만난 출처 모를 부랑자에게
서로의 이름을 붙여주곤
우리가 혹여나 우주에서 길을 잃었을 때
비로소 마주보고 외치기로
비로소 검은 도화지에 자수가 되기로
약속했던 밤
오늘도 거기에 있었다
그렇게 여전히
그 이름 없는 별은 아름답게 소리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