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에 놓인 쓰레기봉투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처음 그 물건들을 봉투에 넣을 때는 누구보다 단호했다. 주저하지 않았고, 망설임도 없었다. “이제는 떠나보낼 때다.” 그렇게 확신했다. 하지만 정해둔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마음 한구석에서 갈등이 피어올랐다.
“버릴 것인가,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을 것인가, 아니면 시간을 조금 더 가질 것인가.”
처음엔 확실했다. 이 물건들은 더 이상 내게 필요 없었다. 그런데도 시간이 흐를수록 미련과 걱정이 어깨를 짓눌렀다. “없어도 괜찮을까? 정말 필요 없을까?” 이런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사용한 기억도 없던 물건들이었는데, 왠지 나 없이는 안 될 것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나는 알았다. 물건이 많다고 더 풍요로운 삶이 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삶은 점점 무거워질 뿐이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리가 필요했다. 미니멀한 삶이란 단순히 물건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공간에 여유를 되찾는 과정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그 여유가 내 삶의 방향을 더 분명하게 만들어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나는 조금 냉정해지기로 했다. 쓰레기봉투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정리 이후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그러자 기대감이 피어났다. 그 기대는 미련을 가볍게 누를 만큼 커다랬다. 새로운 여유와 변화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설렘이 마음을 채웠다.
결심이 섰다. 정말 쓸모가 있을 법한 물건만 신중히 골라 가까운 지인들에게 나눴다. 그 외의 것들은 쓰레기봉투에 그대로 두었다. 몇 번이고 마음이 흔들렸지만, 결국 모든 봉투를 버렸다. 집으로 돌아와 텅 빈 공간을 보니 시원섭섭한 감정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러나 섭섭함은 금세 가벼움과 설렘으로 바뀌었다.
이제 내게는 오직 필요한 물건들만 들어올 것이다. 새로 들어오는 모든 물건은 철저한 심사를 거쳐야 하며, 단순히 공간을 차지하는 존재가 아니라 본연의 역할을 다하는 소중한 물건이 될 것이다. 그렇게 내 삶 역시 가볍고 자유로워질 것이다.
정리는 단순히 물건을 버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 삶의 여백을 채우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들만 남기는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