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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투더 폴리틱 Oct 23. 2021

순수한 아시아의 재현은 가능한가?

옥시덴탈리즘에 대한 탐구와 한계

옥시덴탈리즘이란 무엇인가
 옥시덴탈리즘이란, 서구가 동양을 타자화하는 오리엔탈리즘과 달리 동양이 서구를 타자화하는 것을 지칭하는 담론으로, 오리엔탈리즘에 반대되는 개념이다. 옥시덴탈리즘은 오리엔탈 리즘과는 반대로 서양은 비인간적이고 천박하며 물질적이지만, 동양은 인간적이며 고상하고 정신적이라는 식의 이분법적인 구별을 통해 서양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와 편견을 형성한다. 이러한 인식은 서양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를 낳으며, 동양의 전통에 대한 지나친 강조와 예찬으로 나타난다. 예컨대 오늘날 서양의 문화와 사상에 환경 위기 등 다양한 사회 문제들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고, 전통적인 동양의 문화와 사상을 그 대안으로 강조하는 태도가 폭 넓게 나타나고 있다. 옥시덴탈리즘은 오리엔탈리즘의 저항담론으로써 동양과 서양의 동등한 지위를 복구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나 옥시덴탈리즘의 개념은 다음의 분석들을 통해서, 옥시덴탈리즘 개념이 논쟁적인 개념이며 각각의 지식인들에 따라 상이한 개념적 정의의 풍경을 보여줌을 알 수 있다. 


이언 바루마와 샤오메이천의 옥시덴탈리즘
 대표적인 옥시덴탈리즘 이론가로 중국의 지식인 “샤오메이천”과 “이언 바루마와 아비샤이 마갤릿”을 말할 수 있다. 이언 바루마와 아비샤 마갤랫은 옥시덴탈리즘을 “서양의 적대자들이 서양을 비인간적이라고 묘사하는 것” 1 이라고 정의내린다. 그들의 연구는 옥시덴탈리즘의 편견을 조사하고 그 역사적 기원을 추적한다. 옥시덴탈리즘은 단지 이슬람의 특이한 문제로 설명될 수 없다고 보며, 특히 옥시덴탈리즘은 자본주의, 마르크스주의와 같은 근대의 여러 이론과 마찬가지로 유럽에서 먼저 발생하여 나중에 세계의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샤오메이천은 중국 내에서 발생한 옥시덴탈리즘 사례를 중심으로 그 성격을 규명하며 ‘오리엔탈리즘과 옥시덴탈리즘’의 담론적 기능이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은 서양의 세계 지배를 위한 전략이나, 중국의 옥시덴탈리즘은 중국 국내 정치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국내 정치적 권력갈등의) 목적들을 달성하기 위해 중국 사회 내의 다양한 경쟁적인 집단들에 의해 환기된 담론이었음을 주장한다. 이는 자국의 여론 및 국내 정치 세력을 억압 및 통제하는 담론인 동시에 서구화의 유입에 자국을 해방시키기 위한 담론이었다는 양가성이 존재한다. 


샤오메이천의 국내정치-대외투쟁 중심의 옥시덴탈리즘 분석 

중국의 옥시덴탈리즘, 특히 마오쩌둥 이후 시기의 정치적-문학적 표현에서 확인되는 옥시덴탈리즘은 두가지 상호 관련 되면서도 분리된 담론 행위, 혹은 동일한 담론의 현저하게 다른 정치적 목적을 위한 서로 다른 두가지 방식의 전유로 간주 될 수 있다. 첫째, 샤오메이천이 (1) ‘관변 옥시덴탈리즘’은 중국 정부가 서양의 본질주의화를 자국 국민에 대한 내적 억압 기능을 수행하는 민족주의를 지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 측면이다. 이 과정에서 구성되는 서양이라는 타자를 중국의 민족과 정신을 위협하는 대상으로 타자화하고, 중화중심주의 사상을 중심으로 서양에 대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 더 나아가, 자국 내에서의 중국적 자아를 교화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지배하기 위한 정치적 장치로서 서양에 대한 부정적인 타자화를 담아내는 중국식 옥시덴탈리즘을 작동시킨 것이다. 예를 들자면, 표면적으로는 서양 제국주의 정책에 대한 제 3 세계의 저항을 지향하고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명백히 국내 정치에서의 문화대혁명을 옹호하기 위한 시도로서 진행된 그의 과격한 반서양, 반부르주아 이데올로기의 한 부분이었던 것이다. (2) 둘째, 관변 옥시덴탈리즘과 더불어 우리는 반관변 옥시덴탈리즘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례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을 전파하는 집단은 국가-당 기구가 아니라 그것(관변 옥시덴탈리즘)에 반대하는 사람들, 특히 다양하고도 상호모순적인 이해 관계를 가진 여러 비판적인 지식인들이다. 다시말해, 그들은 관변 옥시덴탈리즘이라는 정치적 장치로 격하된 옥시덴탈리즘의 왜곡을 바로 잡고, 제 3 세계의 저항담론으로 재정립하고자 했던 반-마오쩌둥 집단이자 서양에 대한 동양의 해방을 주장했던 조직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반관변 옥시덴탈리즘은 서양이라는 타자를 전체주의 사회의 이데올로기적인 억압에 저항하는 일종의 정치적 해방에 대한 은유로 이용하는 강력한 반관변 담론으로 이해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중국의 옥시덴탈리즘적인 재현의 예시는 중국의 ‘6.25’ 영화와 관련된 재현의 방식 그리고 중국 정부가 해당 영화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오늘날의 풍경일 것이다. 중국의 6.25 관련 영화는 ‘영웅아녀’, ‘상감령’, ‘철도위사’, ‘기습’, ‘빙혈 장진호’와 같은 영화들이 있다. 이 영화들은 6.25 전쟁을 미국에 맞서 북한을 지원한 전쟁이라는 의미로 항미원조 전쟁이라고 부른다. 이들 영화는 모두 제작 시기는 다르지만 강적을 두려워하지 않는 중국인들의 정신을 표현하고 중국인들의 민족정신을 고취시킨다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더 나아가, 위와 같은 영화들이 중국의 방송에 편성되는 시점은 늘상, 중국이 서구국가와의 정치적인 분쟁 혹은 갈등이 첨예화된 시기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미중 무역 분쟁이 심화된 시기, 위의 반미주의적 영화를 중국의 주요 채널의 프라임 타임에 배치시키는 전략을 보여주었다. 그와 동시에, 중국은 ‘싸우고 싶지 않고 원하지도 않지만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라는 구호와 함께, 미국의 패권 권력에 대한 목소리를 낸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5월 19일, 1950년 11월과 12월에 중공군에 밀려 미군 천명 이상이 사망함으로써 가장 고전한 전투로 불리며 한미동맹의 상징이 된 ‘장진호 전투’를 다룬 영화 ‘빙혈 장진호’를 CCTV 채널에 송출한 중국의 옥시덴탈리즘적 행태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바루마와 마갤릿의 옥시덴탈리즘 분석 

바루마와 마갤릿은 옥시덴탈리즘의 기원을 서구 내부에서 탐구한다.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터키, 그리고 유럽에서는 독일과 러시아와 마주하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은 강력한 서구화를 시행했던 국가라는 점이다. 메이지 유신, 케말 아타튀르크의 개혁, 프리드리히 대제와 표트르 대제의 서구화와 같이 근대화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대표적으로 논의되는 국가들은 바루마와 마갤릿에 의하면 이후 반서양적 사상의 온상이 되었다고 한다.3 예컨대 ‘영웅’의 나라인 독일의 낭만주의자들은 기개가 넘치는 자국 정신 문화를 강조하면서, ‘용렬한 상인’의 나라인 영국과 프랑스를 폄훼했다. 러시아 슬라브주의자들과 일본의 전통주의자들도 독일의 예를 따라 수준 높은 자국의 ‘정신적 전통’을 숭상하고 물질주의적인 ‘서양정신’을 비판해 마지않았다. 이처럼 서양을 악의적으로 해석한 사상이 바로 서양과 전쟁도 불사하는 ‘옥시덴탈리즘’을 낳았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탐구를 독일과 중국의 사례를 통해서 알아보자. 


독일은 서구에 속해있지만, 서구로 표상되는 또 다른 국가 혹은 민족인 유대인, 미국, 프랑스 그리고 영국과 전쟁을 지르며 독일이 그들을 ‘적’으로 규정하는 서구 내부의 분열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독일은 유럽의 중부에 위치한 국가로, 동쪽에는 볼셰비키(현재 러시아)가, 서쪽에는 유대인이 만든 유럽과 미국의 민주주의가 있다고 거론하며, 자신들이 적들로 둘러싸여 있다고 믿었다. 당시, 바이마르 공화국의 반대자들(나치주의자)은 유럽과 미국의 민주주의 국가를 ‘서구에 매수된 적대적인 국가’로 보았다. 당시 독일 내부에서는 ‘게르마니즘’과 ‘낭만주의’를 기반으로 ‘유기적인이고 단일한 민족성’과 이성 중심의 계몽주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순수한 감각으로의 회귀’의 흐름이 창안되고 있었다. 이와 같은 당시 독일의 민족주의적이며 낭민주의적인 정신을 아래의 당시 독일의 민속학자 헤르더의 주장에서 발견할 수 있다. 


“요한 고트프리트 폰 헤르더의 저작은 이러한 대비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열렬한 민속학자였던 헤르더는 민족이란 유기적인 공동체로서 고향에 뿌리를 둔 나무처럼 자라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언어와 문화는 각 공동체의 독특한 정신을 간직하고 있다. 이러한 공동체에 담긴 그들의 언어와 거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민족정기는 오래된 지혜와 따뜻한 인간의 덕이었다.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차가운 유럽 세계는 보편적인 이성을 내세우는 프랑스 철학을 의미하는 철학에 의해 얼어붙고 말았다.”


계몽주의와 합리주의를 기반으로 성립된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인공적이고 합리적이며 인종적으로 순수하지 못하고 물질주의적이며 탐욕스러운 유대인이 가득한 곳으로 간주하여 맹목적인 공격을 가했던 독일의 전체주의와 군국주의야말로 잔인한 옥시덴탈리즘의 가장 좋은 사례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옥시덴탈리즘은 단지 ‘서구’라는 추상적 표상에 대한 적대감이라기 보다는 그 내부의, 구체적인 서구 의 ‘미국’ , ‘프랑스’, ‘영국’, ‘유대인’으로 대변되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합리주의에 대한 적대적인 목소리임을 알 수 있다. 그 대칭으로 독일에서 주창된 가치는 ‘민족주의’, ‘낭만주의’와 같은 전통적인 가치관을 표상했다. 


이와 같은 서구 문화권에 대한 단정은, 독일 뿐만 아니라, ‘이성, 합리, 민주, 계몽, 개인주의 VS 토착성, 민족, 정신, 공동체주의’와 같은 가치 체계의 대립 구도로 다수의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 북한, 쿠바, 베트남, 이라크, 이집트 등에서 나타난다고 바루마&마갤릿은 주장한다. 중국의 경우, 마오쩌둥은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며, 천자는 중국 제국이 정신적, 정치적 중심이라고 제창했다. 서양의 영향을 거부하는 당시 마오쩌둥의 독점 권력은, 서양의 지식은 무기와 같이 실용적인 문제에 관한 것이지만, 중국의 학문은 정신적이고 도덕적인 문제에 관한 것이다라고 분리해 주장한다. 9.11 테러를 일으킨 이슬람의 경우도 ‘도시를 탐욕스럽고 신을 모르고 뿌리도 없는 세계주의의 사악함의 상징화’를 통해 도시, 자본주의, 서양의 기계문명, 상업, 유희라는 반 서구의 가치를 제창하며, 그에 반한 순수한 신성성, 신정의 일치성, 이슬람 전통적 삶의 가치를 말한다. 이와 같은 옥시덴탈리즘의 사례들 속에서 발견되는 일관되게 발견되는 언술은 토착적 순수성을 보호하기 위한 서양에 대한 혐오하는 폭력적인 형태들이다. 옥시덴탈리즘의 특징은, 서구와 동양을, 서구는 차가운 유럽세계 혹은 보편적 이성, 물질적이며 탐욕스러운 기계주의적 공간으로 바라보며, 동양 혹은 반서구성을 유기적 공동체, 민족 정기, 인간의 덕, 순수성으로 전형화 시켜 서구에 대한 일방적인 폭력을 가함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해당 국가들은 사회주의, 공산주의, 신정일치사회와 같이 ‘이념’, ‘민족성’, ‘국가주의’, ‘종교’, ‘전통성’와 같은 요소들을 중심으로 단일한 권력의 속성을 지님을 보여줌을 알 수 있다.                         


 옥시덴탈리즘의 친서구주의적인 이면성에 대하여 위의 논의에서는 동양이 서구를 적대적 위치로 타자화하는 옥시덴탈리즘의 측면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옥시덴탈리즘의 풍경에서는 역설적이게도 동양이 서구를 지나치게 긍정적인 가치를 기반으로, 자기화된 타자로서 서구를 대하는 옥시덴탈리즘의 측면 역시 발견할 수 있다. 주혜연, 노광우(2013) 에서는 한국 드라마 속 외국인의 극 중 역할 유형화를 동경집단, 동정집단, 근접집단, 기타집탄으로 분류한다. 주목해야 할 지점은, 동경집단에 속한 미국인과 유럽인 출신의 백인과 백인혼혈인이 대체로 긍정적이고 밝은 분위기에로 한국 드라마에서 묘사되고 있으며, 대부분이 부유한 집안 출신 혹은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남성들로 외모가 수려하고, 호감을 주는 성격을 지닌 것으로 재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5 이와 같은 동경집단으로 표상되는 백인종에 대한 동양의 편향적인 인식으로서 옥시덴탈리즘은 동정집단으로 표상되는 동남아시아인에 대한 재현과의 비교에서 더욱 선명하게 부각된다. 동정집단에 속한 동남아시아인과 중앙아시아인은 드라마 속 부정적이고 어두운 이미지로 묘사되며, 한국사회에서 낮은 위치에 있으며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어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로 묘사된다. 따라서, 시청자로 하여금 특정 인종적 이미지를 사회적 지위와 일치시키고, 특정 집단에 대한 동경의 이미지 혹은 동정의 이미지를 재생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위의 동양의 서구에 대한 동경적인 편견으로 재현된 옥시덴탈리즘의 모습은 단순히 드라마 속 뿐 만 아니라, 동양인들의 외모에 대한 미적 기준에도 백인종의 외모가 절대적인 미적 기준이라는 깊은 고정관념을 갖고 있음을 박소정, 홍석경 (2019)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위의 글에서는 한국인의 ‘도자기 피부(porcelain skin)’ 혹은 BB 크림과 CC 크림과 같은 미백과 안티에이징 기능이 있는 한국화장품이 외국에서 K-뷰티로서 인기가 있는 현상을 다룬다. 해당 연구진은 미국.케나다의 니베아(NIVEA)제품라인에는 존재하지 않은 화이트닝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제품들이 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등의 제품라인에 존재한다는 사실과, 한국에서 하얗고 밝은 얼굴색이 아름다운 미적 기준이 되어, 한국 미스코리아 심사 기준, 한국의 화장품 시장 속 미백 제품, 한국 미디어에 스타의 매력을 연출하는 관습의 풍경으로 묘사한다.6 무엇보다, 연구진은 “K-뷰티란 한국인이 형질적으로 타고난 미의 형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이 규범화하여 정체성의 일부로 수행하는 미를 의미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7 라며, ‘하얗고 밝은 얼굴색’에 대한 동경이 한국의 고유한 미적 요소가 아니라 사회적인 맥락 속에서 구성되었음을 강조한다. K-뷰티 속에서 발현되는 ‘하얗고 밝은 얼굴색의 미적 기준’의 성격에 대해서는 그것이 서구의 직접적 영향이라는 제국주의적 관점에만 규명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하지만, 아시아인들의 하얀 피부에 대한 동경을, 기존의 아프리카인이 머리를 펴는 것이 백 인을 모방하려는 행위로(Craig, 2006), 아시아 여성의 쌍꺼풀 수술이 서양인을 모방하려는 행위와(Holiday & Elfving-Hwang, 2012)8 같은 맥락에서는 제국주의적 관점에서 구성된 동양인의 하얀 피부에 대한 동경심리를 읽어볼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한다. 


최근의 옥시덴탈리즘 사례중국의 <캡틴 차이나

중국산 히어로가 등장하는 SF 물 제작 박차 <몽키 마스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마블 슈퍼히어로의 스탠리와 중국 샤인워크 픽처스가 공동제작 중이며, 중국 영웅 캐릭터 손오공이 주인공이다. 이와 더불어, <캡친 차이나>프로젝트가 있다. 만화 <중궈뚜이장>의 영화판이며 마오쩌둥이 슈퍼인류계획으로 만들었던 캡틴이 50 년 만에 깨어나 인류를 구원한다는 내용이다.


우리는 여기서 옥시덴탈리즘이 갖는 애매함 혹은 그 이론의 한계를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옥시덴탈리즘이 서양에 반하는 동양의 본래적 정체성과 목소리 자체에 대한 탐구에 실패하고,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동양적 성격’을 갖고 있을 지는 몰라도, 그 형식에 있어서는 오리엔탈리즘 속 서구의 권력 메커니즘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모순적인 풍경은, 이안 바루마와 마갤릿의 논의 속, 서양의 풍요로운 프랑스, 미국의 도시에 대한 동경과 경멸의 


양가적인 심성을 보여주는 반서구적인 국가들의 풍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상하이의 새로운 산업화 왜곽 지대인 푸동에 건설된 마천루를 새로운 형태의 헌정이라며, 권위적인 국가의 적나라한 경제적 힘에 대한 찬사이자 정치적 자유를 거세한 통제 자본주의에 대한 헌정이라고 말한다.10 즉, 이러한 도시들은 방법은 다르나 자신들이 추월하고자 하는 대상인 서양문명을 그대로 모방함으로써 극복하려는 것임을 이안 바루마와 마갤릿은 말한다. 


의의와 한계 

논 발제문을 시작하기 전 옥시덴탈리즘이라는 개념의 참신성에 있어서는, 기존의 동양에 대한 지배적인 담론으로서 오리엔탈리즘과의 효과적인 비교와 대종의 가능성에 의존한 측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러나 자료조사를 시작하며, 옥시덴탈리즘이라는 개념이 신생적 개념이라는 점에서 폭 넓은 연구와 자료가 부재했음을 깨달았고, 이안 바루마와 마갤릿의 <옥시덴탈리즘>과 샤오메이 천의 <옥시덴탈리즘>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게 되었다. 


그 결과 본 발제문에서는 옥시덴탈리즘의 개념에 대한 오늘날의 논의들을 개괄하는 기회가 되었다. 이안 바루마와 마갤랫은 ‘옥시덴탈리즘’에 대한 동양의 서구에 대한 비판이라는 일차적인 정의에서 찾을 수 없는, 옥시덴탈리즘의 서구로 부터의 기원적 요소를 통찰하며, 동양이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에 대한 저항담론을 자기 자신의 학문 혹은 지식 토대의 담론으로 발전시키기 못하고, 서구 내부의 반서구적 더 정확히 말해서는 반 민주주의 혹은 자본주의 속성의 이데올로기에 의존해 성장했음을 보여주었다. 이에 대한 예시가 샤오메이 천의 논의에서 들어 난다고 보는데, 옥시덴탈리즘이 마오쩌둥 시기에 어떻게 정치적 장치로서 사회통제 담론으로 활용되었는지에 대한 관변 옥시덴탈리즘 개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반관변 옥시덴탈리즘이라는 관변 옥시덴탈리즘에 반대하는 세력이 중국 내에 존재했음을 보여주며, 서구에 대한 동양 내부의 시각이 상당부분 분열되는 현상도 바라볼 수 있었다. 끝으로 오늘날의 옥시덴탈리즘이 서구를 부정적으로 타자화하는 것 뿐만 아니라, 동경화 혹은 우상화하는 사례를 K-뷰티에 대한 미백 연구와 한국 드라마 속 재현되는 동경집단과 동정집단으로 분화된 양상을 바라볼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옥시덴탈리즘의 양가적 속성은, 자본주의와 같은 경제적 시스템이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지배적인 체제로 자리 잡으며, 동양의 시각에서 단순히 서구를 부정만을 할 수 없는 위치에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아시아 국가의 경우 자국 내부 정치를 위해 민족주의, 자국주의, 동양/아시아 중심 주의와 같은 담론이 요구되는데 비해, 자국 외부 정치를 위해서는 자본 혹은 문화의 세계화 현상에 동조해야 하는 위치에서는 어느 정도 서구주의와 타협하거나 혹은 종속되는 경향을 보이는 양가적 현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이후에 보다 국지적인 연구 혹은 탐색을 통해 더 심화되고 확장된 시각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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