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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일리스킨 Mar 02. 2018

‘퍼스널’로 부탁해요

#컬트 화장품 #인디 브랜드 #강소화장품 #커스텀메이드 #2018 트렌드

우리 좀 더 친밀해질 수는 없나요? 안친밀한 공룡 화장품 브랜드를 떠나, 컬트 화장품, 인디 브랜드, 맞춤 화장품에 빠지는 사람들.


 

인디 또는 로컬, 

지금은 강소 화장품 시대  

HERBIVORE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화제다. 다들 한번쯤은 소셜 미디어에서 마주치고, 호감을 느꼈을 것. 일단 과하지 않은 사진과 미니멀한 패키지가 멋지고, 담담한 제품 설명도 마음을 끈다. 심지어 이 낯선 브랜드명을 어떻게 발음하는지, 그 의미가 뭔지도 모르는데 [얼비보레]라고 읽고, '초식동물'이란 뜻이다  첫눈에 사랑에 빠져 조만간 내 화장대에 추가할 플러스 브랜드로 점찍었다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Julia Wills와 Alex Kummerow라는 부부 소유의 이 브랜드는 2011년 부엌에서 소박하게 만든 Bamboo Charcoal 비누 한가지 아이템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불과 7년째인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10 million의 매출을 기록했다. HERBIVORE는 현재 가장 영향력있는 ‘컬트 화장품’으로 꼽히며, 그 성공 비결은 담백하고 세련된 브랜드 스토리, 그리고 소박하면서도 친절한 그들의 SNS커뮤니케이션으로 돌리는 이들이 많다. 지금도 변함없이 인스타그램용 사진을 찍어올리고, 댓글에 달린 사람들의 질문에 일일이 대응해주는 것은 창업주 Julia의 몫이며, 사람들은 여전히 그녀의 아버지가 자신이 만든 기계로 집부엌에서 비누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2017년 한 해 동안 이 아버지 혼자서 만든 대나무숯비누의 수는 무려 8만개였다. 

작을수록 잘할 수 있는 것들 

mintel이 지난해 내놓은 뷰티 리포트에 따르면 유럽 여성의 70% 이상이 작은 뷰티 브랜드를 선호한다고 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더 친근하고, 더 정직해보인다는 것. 우리나라에서도 ‘로컬 프라이드’라는 말까지 탄생시키며, 마니아 소비자들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작은 화장품 브랜드들의 세가 만만치 않다.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 등 국내 글로벌 브랜드가 중국에의 짝사랑에 빠져서 한국 소비자들과 대화하는 법에 무관심했던 몇 년 동안, 국내 소비자의 미세한 니즈들은 이들 작은 브랜드들이 채워줬다. 인디 브랜드들은 애초에 작은 시장 공략을 타겟으로 한다. 따라서 그 시장 내의 소비자들을 개인적으로 만족시키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이슈다.  즉각적이고 친근한 대응은 태생적인 장점인 셈. 거대 브랜드들은 채워줄 수 없는 꼼꼼함, 가려운 곳을 긁어 얘기해주고, 아닌 건 아니라고 실수마저 통쾌하게 인정하는 솔직 커뮤니케이션이 필수다. 또한 출발점부터 ‘기존과 다른 화장품’을 표방한다. 메인 제품 카테고리는 물론 제형, 사용법까지 다르니, 제아무리 화장품에 인이 박힌 소비자라고 해도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들 강소 브랜드를 '컬트 화장품'으로 분류하는 이유는 국내 강소 로컬 브랜드 창립자들의 다수는 성공한 온라인 패션 사업가들이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 상에서 이미 미모나 능력으로 유명세를 떨치며 상당한 팬들을 확보하고 있던 인물들로, 이미 그들의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에 반해있던 사람들은 그 분신 같은 화장품을 대하면서, 까다롭게 성분이나 제조사를 따지지 않는다. HERBIVORE의 경우처럼 대부분은 가장 자신있는 1~2개의 프로덕트로 시작해서, 일단 내놓은 상품의 성공 여부에 따라 추가 라인업을 결정하고, 이 때도 소비자들의 피드백이나 요청이 중요하게 반영된다. 전문성에 대한 공격을 피하기 위해 가격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저렴하게 책정하고, 패션 아이템에 대한 구매 사은품으로 제품을 제공해 생각보다 좋았다는 평들이 입소문을 타게한 것도 영리했다. 특히 온라인에서 잉태되고, 판매되는 이들 브랜드들은 철저히 ‘인스타그램-프렌들리’를 표방하며 기획된다. 비주얼이나 홍보력에 있어 당할 재간이 없다. 인스타그램 사진 톤을 잘 소화하는 패키지 디자인은 물론 로고나 타이포, 제품명에 이르기까지 밀레니얼들의 취향이 치밀한 계산하에 반영된다.

2018년의 새로운 트렌드로 이 퍼스널라이징을 꼽은 중요한 이유중 하나는, 이 시장이 올해를 기점으로 부쩍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정부가 2019년부터 그간 위생관리 사각지대에 있던 고형비누, 흑채, 제모용왁스 제품군을 화장품으로 전환해 관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제 많은 인디 화장품들이 까다로운 제약없이 비교적 만들기 쉬운 고형비누나 향초 등에 머물러있는데, 이들 브랜드들이 기왕 화장품 제조판매자 기준에 맞철 거면 아예 제품군을 확대해 본격 스킨케어 시장으로 뛰어들 확률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편리하게, 어플리케이션 커스텀-메이드로! 

퍼스널라이징은 부정할 수 없는 화장품의 미래다. 시세이도가 지난 2017년 1월, MATCHCo를 매입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산타모니카의 3년된 스타트업 회사였던 이곳은,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피부색과 일치하는 파운데이션을 만들어 보내주는 서비스를 창조해냈다. 그리고 인수된 후 정확히 1년만인 올 2월, MATCHCo는 bareMinerals를 위해 업그레이드 된 맞춤 파운데이션 어플리케이션을 창조했다. MADE-2-FIT이라는 이름의 앱을 깔고 우리나라 앱스토어에는 지원되지 않는다 지시에 따라 셀피를 찍으면, 자신의 피부색과 정확히 일치하는 MADE-2-FIT Fresh Faced Foundation을 보내주는 것. 가격은 $49로, 고급스러운 파운데이션 병에는 주문자의 이름과 블렌딩한 날짜를 새겨지니, 그야말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파운데이션이 탄생하게 된다.  그에 반해 우리의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라는 건, 매장에서 하는 피부 진단 수준에 아직 머물러있다. 시세이도는 조만간 최첨단의 커스텀-메이드 서비스와 제품을 갖고 나올듯한데, 우리는 너무 mass 시장에 골몰해있다... 

몸집이 크다고 섬세하지 않은 건 아냐 

그렇다면 퍼스널화는 이미 몸집이 커져버린 중대형 글로벌 브랜드에게는 불가능한 일일까? 방법은 있다. 앞으로 커스텀-메이드라는 질적인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일주일 전인 2018년 2월21일, 맞춤화장품 관련 화장품법 개정 법률이 마침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제조 또는 수입된 화장품의 내용물에 다른 화장품의 내용물이나 원료를 추가해 혼합하여 화장품을 만들거나, 제조 또는 수입된 화장품의 내용물을 소분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어떤 얘기인고 하면, 쉽게 말해 키엘 매장에서 지난해부터 제공하기 시작한 ‘Apothecary Preparations’ 맞춤 에센스 제조 같은 서비스가 일반화될 것이라는 것. 맞춤형화장품 제조 자격증을 취득한 피부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일대일 컨설테이션을 통해 개별 피부 고민이나 취향에 맞춘 세럼이나 크림을 ‘주문’할 수 있다. 가장 기대되는 것은 메이크업 시장의 변화다. 이제 기성 파운데이션이나 파우더에 억지로 껴맞추지 않고, 내 피부색에 완벽하게 일치하는 제품을 주문해 쓸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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