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일리스킨 Mar 01. 2021

[한 달 후 쓰는 리뷰]
PEP 리바이탈라이징 에센스


 

K-뷰티의 위기를 가져온 건 '유행'이다. 

정확히는 그 유행이 '기술'이 아니라 고작 '성분'의 유행이었다는 게 문제다.

달팽이 크림으로 시작해서 최근의 병풀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마치 전체 성분인듯 포장된 일명 '컨셉 성분'은 입소문타기 좋다는 마케팅적인 이유로 온갖 화장품에 다 담긴다. 하지만 사람들을 혹하게 하는 그 성분이 사실은 병아리 눈곱의 백분의 1만큼만 들어있고, 그 결과 시중에 유통하는 대부분이 화장품이 별다를 바가 없으며 효능 역시 기대할 바가 없다는 사실을 아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 그래서 말도 안되는 이력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고 홍보하는 화장품이 팔리고, 소비자들은 계속 실망한다. 


K-뷰티의 붐 이전, 화장품의 고향은 숲이나 밭이 아닌 랩(lab)이었다. 

피부 조직과 호르몬 등을 오랜동안 탐구하며 노벨상을 수상하거나 받을 뻔했던 과학자들로 가득한 R&D 센터와 연구소에서 현미경을 통해 찾아내거나 반복되는 실험으로 만들어낸 성분들이 화장품의 재료였다. 하지만 지금 K-뷰티 시장을 주무르는 큰 손은 ‘원료사’다. 화장품의 성분이 될 수 있는 성분들을 사고파는 원료사들은, 그럴 듯한 스토리와 실제 제품에 들어가는 양보다 1000배 쯤 넣으면 가능한 효능 자료를 OEM사로 넘기고, OEM 사들은 소비자들이 좋아할만한 성분들을 칵테일처럼 섞어서 화장품을 만든다.     


그 때부터였을 것이다. 주변에서 “좋은 화장품을 추천해달라고” 할 때 내가 무겁게 입을 닫아버리기 시작한 것이. 기본적인 연구나 리서치는커녕, 화장품에 대한 전문 지식이나 고민 없이 피부가 좋거나 돈 좀 있다는 이유로 누구나 만드는 ‘개나소나 화장품’이 활개치는 시장에서는 좋은 화장품이 생길 수 없었다.

미네소타에서 온 엄친아 화장품


펩 코스메틱PEP COSMETICS. 

미국 미네소타에 본사를 둔 이 화장품은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 않았고, (자세히 알아보지 않았지만) 까다로운 우리나라 식약청의 여러 규제와 규칙상 들어오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데 어떻게 써볼 수 있었냐하면, 예전 잡지사에서 일하던 당시 미국 본사에서 라이센싱을 담당했던 동료가 현재 이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그녀는 나름 16년간 뷰티 전문 기자와 편집장으로 일했으며 이후 8년 동안은 4개 신규 로컬 브랜드의 컨셉 컨설팅을 담당한 내게, 한국인 소비자로서 제품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듣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말, 처음 연락을 받을 당시만 해도 제품 출시 직전이라,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저명한 미국의 피부과 전문의, 연구자들이 수상자가 연구 개발한 성분이 담겼다는 정보만 전해졌다. 제품 라인도 펩 리바이탈라이징 에센스(PEP REVITALIZING ESSENCE) 딱 하나로 단출하다고 했다. 

망설일 것도 없이 테스터 되기를 승낙했다. 

당시 나는 '딱히 나쁘진 않은데 특별히 피부가 좋아지는 것 같지는 않은' 그저그런 화장품말고 진짜로 피부 상태를 개선해주고 노화를 지연시켜주는 제품의 출시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다.  그래서 글로벌 스킨케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던 ‘바이오 화장품’ 특히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Dr. Barbara Sturm'처럼 개개인의 피부, 혈액 등을 분석해 그 개별 특성을 파악하고, 부족하거나 필요한 생물학적 성분을 더해주는 원리의 분자(Molecule) 화장품에 관심이 많았다.  


PEP COSMETICS의 홈페이지(pepcosmetics.com) 중 

PEP COSMETICS의 컨셉은 한마디로 '피부 재생에 필요한 나노 단위의 미세한 분자 성분들을 담은 패키지(active care package)를 만들고, 이를 피부에 흡수시켜 손상 및 노화 단계의 피부가 스스로의 힘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 

원리는 평범해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내공이 만만치 않다. 불과 1 oz.의 제형 속에 들어있는 액티브 패키지의 갯수가 무려 수 조 개(trillions)에 달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조 단위의 어마어마한 성분들이 한 번에 피부 속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그간 그토록 찾았던, 실제로 피부 개선 효과가 있는 유효 성분을 찐으로 그득하게 채운 '진짜' 화장품이다 싶었다.  

 

한국인 소비자 대표로 테스트 하기에 앞서 PEP COSMETICS 테스팅 담당자가 요청한 내용은 더 흥미로웠다. 시간이 걸려도 좋으니 'PEP REVITALIZING ESSENCE(30ml)' 한 통을 다 쓰고 난 후에야 리뷰를 해달라는 것. 제품에서 약속하는 효과는 적어도 피부가 재생되고 바뀌는 최소한의 시간인 28일, 즉 한 달 이상을 꾸준히 사용해야 측정할 수 있는 수준의 변화가 나타날 거라고 했다. 

사실  나는 연예인이나 소위 뷰티 전문가들이 등장해 화장품을 놓고 품평하는 TV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다. 피부 좋은 인플루언서들이 올리는 제품 리뷰도 읽지 않는다. 엉터리이기 때문이다. 이런 프로그램이나 리뷰는 제품을 손등에 바르고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질감, 향, 흡수력만 가지고 평균 만족도 98점을 주는 게 태반이다. 흡수가 빠르고, 촉촉하고, 피부에 잠시 윤기가 돈다는 건 기껏해야 피부 각질층에서 일어나는 얘기다. 주름 케어, 미백 케어, 탄력 케어 같은 부분들은 각질이 아니라 피부 표면에서 한참 들어간 진피층에서 일어나므로, 이런 겉핥기 평가로는 절대 진짜 좋은 기능성 화장품을 구분할 수 없다. 

한 통을 다 쓰고 난 이후에 리뷰를 들려달라니, 이건 제품 기능에 대한 확신이나 자신감 없이는 절대 할 수 없는 요청이다. 그때부터 빨리 써보고 싶어서 몸이 달았다. 



한 달간 한 통을 사용해보다


일주일 후, 미네소타 우체국 소인이 찍힌 패키지가 도착했다. 함께 들어있던 사용 매뉴얼에는 매일 저녁, 각질 제거 기능이 있는 부드러운 클렌저로 세안한 후 얼굴과 턱 라인에 고루 바르고, 에센스를 바른 후 완벽히 흡수될 때까지 그 위에 다른 보습 크림을 덧바르지 말라고 적혀있었다. 제품이 피부에 온전히 스며들 수 있도록만 도와주라는 의미였다. 제품을 사용하기 전 얼굴 사진을 찍어둘 것과 한 병을 다 쓰고 난 후 얼굴 사진을 찍어서 비교하면 좋을 거라는 코멘트도 더해졌다. 


용기는 속이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진공 펌프 패키지로, 언뜻 평범해 보였다. 투명 젤 타입의 에센스는 약간은 끈적거리고 손끝에 닿았을 때 농축된 제형 특유의 꽉 찬 느낌이 전달될 정도다. 하지만 피부에 펴바르는 순간 녹아들듯이 금세 흡수된다. 흡수 직후에는 피부 겉이 살짝 당기는 느낌이 드는데, 피부가 건조할 때의 느낌과는 확실히 달랐다. 나는 '오일리스킨'이라는 별명처럼 지성 피부라 괜찮았는데, 한국 여성들에게 흔한 중건성 피부 타입이라면, 권장 사용법에 적힌 '에센스가 완벽하게 흡수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보습 크림을 덧바를 때까지 기다리라는 시간이  길게 느껴질 수도 있을듯. 하지만 이는 리바이탈라이징 에센스의 성분이 피부속까지 도달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돕는 시간이니 그 만큼 기다릴 가치가 있다. 


사실 나는 40대 중반임에도 아직까지 계절과 호르몬 변화에 따라 종종 성인 여드름을 앓는 민감성 지성 피부를 타고 났고, 효모 성분을 비롯한 몇몇 화장품 성분에 심한 알레르기 증세를 보인다. PEP REVITALIZING ESSENCE의 주 성분이 혈액 속 '혈소판(platelet)' 성분이라는 홈페이지의 설명을 보고, 혹시 바이오 성분에 대한 민감성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두 통을 다 쓰기까지 어떤 민감한 반응도 없었다. 물론 이 역시 꼼꼼한 검증 후 출시하는 랩lab 화장품에게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결과는 어땠냐고? 

흥미롭게도 PEP REVITALIZING ESSENCE 한 통을 쓰고난 후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얼굴형이 달라졌다는 얘기를 듣게된 것이다. 

제품을 한창 쓸 당시는 코로나19 경계 수위가 2단계 이상으로, 바깥 출입도 운동도 예전만 못했다. 그리고 그 동안 체중이 불어난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내가 마스크를 벗을 때마다 주변 사람들이 ‘살이 빠졌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체중이 줄지 않았다고 해도 다들 얼굴선 특히 턱 라인이 예리해졌다고 했다. 그래서 한 달 여 전에 찍은 BEFORE 사진과 비교해봤더니 (OMG!) 얼굴선이 달라져 있었다. 특히 코를 기준으로 턱선이 가늘어지고 팔자 주름의 깊이가 옅어졌다. 지금까지 나는 레이저 시술이 아닌 화장품으로 리프팅 효과를 얻는 것은 어렵다고 믿는 사람 중 한 명이었기에, 이 변화를 가장 믿을 수 없었던 사람은 다름아닌 나 자신이었다. PEP COSMETICS의 홈페이지에 실린 사용자 리뷰 중에는 '주름이 옅어졌다'는 평이 가장 많고 그 외에 '피부색이 밝아졌다', '피부 표면이 정돈되었다'는 등의 평가도 달렸는데 나는 여기에 리프팅 효과에 대한 소감을 추가하기로 했다. 


나는 이게 제대로 된 '랩(lab)'의 힘이라고 믿는다. 그저 흥미롭기만 한 스토리가 아니라, 실제 효능과 수치의 변화로 화장품의 진정한 스토리를 만드는 사람들이 이뤄낸 결과이기에 가능한 얘기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천연 성분 스토리와 껍데기뿐인 빅데이터 리뷰만 앞세우고, 정작 중요한 리서치와 랩lab 기술에 대한 언급은 꺼려온 K-뷰티가 반성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일 것이다.    


두 통을 더 주문하다

PEP COSMETICS는 온라인으로 주문한 제품을 내보내기 전 한 병 한 병의 성능을 테스트한다고 한다. 그게 어떤 방법으로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화장품이 제 기능을 잘 할 수 있다는 걸 확신하지 않고서는 할 필요도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실제 모든 포뮬러는 기계를 통한 대량 생산 및 포장이 아니라, 이런 확인 과정을 위해 까다로운 핸드크래프트 생산의 원칙을 고수해야 하므로 한번에 생산하는 제품의 양도 많지 않다고 한다. 


PEP REVITALIZING ESSENCE 한 통을 다 쓰기 전, 나는 제품 두 개를 주문했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제품을 만났다는 기쁨 때문이기도 했고, 지난해 말 미국 미디어 몇 곳에 소개된 후부터 홈페이지에서 자주 '품절' 표시되는 걸 목격한 이유 때문이기도 했다. 피부과에 맘편히 갈 수 없는 팬데믹 동안, 내 피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화장품을 찾을 수 있게 되어 참 다행이다. 그리고 조만간 국내에서도 PEP COSMETICS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제품 리뷰는 미국 PEP COSMETICS 본사로부터 PEP REVITALIZING ESSENCE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The TOOL RAIDER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