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 séminaire sur 'La Lettre volée'
"이 세미나가 보여주려는 것은 상상계적 특질들이 상징적 연쇄와 관련되지 않는 한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상상계적 특질들은 경험의 본질을 구현하기는커녕 그것들을 결합하고 방향 지어주는 상징적 차원에 의존할 뿐이다. 의미화 연쇄 속에 각인된 상상계적 자질들은 부분적으로나마 상징계를 대체할 수 있다고 우리를 유혹한다. 하지만 주체에게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정신분석학적 결과들은 상징계가 갖는 특별한 법칙에 의해 지배된다. 배제(Verwerfung)나 억압(Verdrangung), 거부(Vemeinujng)와 같은 정신분석학적 결과들이 기표들의 자리바꿈(Entstellung)에 의해 발생한다는 사실을 강조해야만 한다. 반면에 상상계적 요소들은 그들이 갖는 관성(inertia)에도 불구하고 상징적 과정 속에 그림자를 드리우거나 상징적 연쇄를 그저 반영할 뿐이다." -욕망이론 p.102
"두 개의 극적 장면이 있다. 하나는 우리가 조심스럽게 원초적 장면이라 불러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두 번째 장면이 첫 번째 장면을 무의식적으로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초적 장면은 궁주의 내실에서 일어난다. 고귀하신 분이라 불리며 궁중의 내실에 혼자 있을 때 편지를 받은 사람은 다름 아닌 왕비다. 마침 그때 또 다른 고귀한 분이 들어왔으므로 왕비는 당황했다. 알다시피 그가 편지를 보게 되면 왕비의 명예와 안전에 큰 손상이 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고귀한 분이 정말로 로왕일까 하는 의심은 D장관이 등장함에 따라 곧 사라진다. 왕비는 편지를 그대로 편 채 책상 위에 둘 수밖에 없었지만 주소를 쓴 곳이 위로 나오고 편지의 내용은 가려져서 왕의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편지는 장관의 괭이 같은 눈을 피할 수 없었다. 그는 왕비의 당혹스러운 안색을 보고 대뜸 그 편지에 무스 비밀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이후로 모든 일은 자동적으로 진행되어 갔다. 평상시와 다름없이 업무를 처리한 다음 장관은 문제의 편지와 매우 비슷하게 생긴 편지를 주머니에서 꺼내어 읽는 척하다가 그 편지 옆에 바싹 대놓았다. 그리고 재미나는 이야기를 좀 더 한 후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문제의 편지를 가지고 가버렸다. 장관의 계략에 완전히 속은 왕비는 물론 장관을 책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바로 그 순간에 그의 옆에 있는 왕이 눈치채는 것을 두려워했기 떄문이다. ...
두 번째 장면은 장관의 집무실에서 일어난다. 집무실은 그의 저택 안에 있고 파리 경시총감이 뒤팽에게 들려준 설명에 의하면(여기서 포는 두 번째로 수수께끼를 해결하는 천재 뒤팽을 등장시킨다) 경찰은 장관이 밤새 집을 비워두는 습관을 이용해 집과 주변 건물들을 지난 8개월 동안 샅샅이 뒤져왔다.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장관이 자신의 손이 미치는 가까운 곳에 편지를 감추어두었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추측할 수 있다.
마침내 뒤팽이 장관을 방문하게 된다. 장관은 지루해서 견딜 수 없다는 듯이 태연히 그를 맞아들인다. 하지만 장관의 이러한 태도에 속지 않는 뒤팽은 색안경을 끼고 그의 주의를 피해 방안을 샅샅이 살펴본다. 그의 시선이 아주 더럽게 구겨져 있는 편지에 멈췄을 때 뒤팽은 그것이 자기가 찾는 편지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 편지는 벽난로 한복판 아래, 겉만 번지르한 채 매달려 있는 아주 보잘것없는 마분지로 된 편지꽂이에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었다. 편지의 면적만이 일치할 뿐 편지가 총감이 설명한 것과는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뒤팽은 오히려 이것이 자기가 찾고 있는 편지라는 것을 더욱 확신한다.
다음날 다시 찾아올 구실을 만들기 위해 뒤팽은 담뱃갑을 책상에 두고 일단 장관의 저택을 물러 나온다. 다음날 그는 그 편지와 똑같은 가짜 편지를 가지고 다시 장관의 집에 방문한다. 적절한 시기에 거리에서 소동을 일으켜 장관의 시선을 창문 쪽으로 돌린 다음 뒤팽은 도난당한 편지를 꺼내고 가짜 편지를 넣은 다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 집을 떠난다." -욕망이론 p.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