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산책읽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ㅣ Oct 31. 2023

방법서설

Discour de la methode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는 명제로 유명한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 르네 데카르트, 그는 모든 학문의 확실성에 대하여 의문을 가진 자였다. 진리는 상대적 이어선 안된다. 진리는 예외 없이 언제나 참이어야 하며, "본래부터 인간의 영혼 속에 존재하는 진리들의 싹 이외의 어떤 다른 원천에서도 유출될 수 없다.". 이러한 데카르트의 구절에서 인간의 영혼이란 인간의 정신, 이성을 뜻한다. 이성은 합리적 추론을 가능하게 해주는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이다. 데카르트는 인간의 이성에 대한 확실한 체계를 갖추, 이성을 통하여 확실한 지식들을 확립해 가며 진리를 추구할 수 있다 생각했다. 데카르트는 이러한 지식들의 예시로 수학과 기하학을 제시한다. 수학과 기하학은 확실한 공리와 정의의 토대 위에서 진리와 모순을 판명하게 밝힐 수 있다. 철학도 수학의 방법론처럼 확실한 토대 위에서 진리를 밝혀야 한다. 데카르트는 이러한 자신의 사상을 <방법서설(1637)>에 남겨 근대 합리론의 시작을 세계에 알렸다.


 "상식은 세상에서 가장 잘 분배된 것이다. 왜냐하면 각자는 상식을 아주 잘 갖추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 밖의) 다른 모든 것에서 만족해하기 가장 어려운 이들조차도, 그들이 지닌 상식보다 더 많이 지니기를 전혀 원하지 않곤 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모든 이들이 잘못 생각했던 것 같지는 않다. 이 점은 사람들이 상식 또는 이성이라고 부르는 문자 그대로 잘 판단하는 그리고 거짓된 것에서 진실된 것을 가려내는 역량이 모든 인간 안에 동등하게 있다는 것을 오히려 증명한다. 그리고 또, 우리 견해들이 다양성은 어떤 이들이 다른 이들보다 더 이성적이라는 데서가 아니라, 우리가 생각들을 다양한 경로로 이끌고, 동일한 것들을 고려하지 않는데서 유일하게 기인한다. 왜냐하면 훌륭한 정신을 지니는 것으로는 충분한 것이 아니고, 제일 중요한 점은 정신을 잘 적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원대한 영혼들은 가장 커다란 덕행들과 마찬가지로 가장 커다란 악덕들을 행할 수 있다. 그리고 만일 항상 정도를 따라간다면, 단지 아주 천천히 걷는 이들이, 달음질을 치고, 정도를 벗어난 이들보다 훨씬 많이 앞서 나갈 수 있다." -방법서설 p.9


 데카르트는 이성을 상식과 동등한 선상에서 표현하고 있다. 상식은 주관보다 더 보편적인 것이며 이성은 보편을 합리적으로 추구하는 능력이다. 무지해 보이는 사람도 본인에게 내재된 이성적 능력을 교육을 통하여 펼칠 수 있다.  “데카르트, 유럽 르네상스 이후 인류를 위해 처음으로 이성의 권리를 쟁취하고 확보한 사람이다.” 라 적힌 그의 묘비명의 구절처럼 데카르트는 자신의 사상을 통하여 모든 이들의 보편적 잠재성을 밝혀주었다. <방법서설>은 모든 인간의 고유한 이성의 사용방법을 기술해 둔 지침서이기도 하다.


 데카르트는 이성을 통한 진리의 추구를 위하여 <방법서설>에서 4가지의 추론규칙을 확립한다. 1. 명석 판명하게 인식된 것만 참된 것으로 간주한다. 2. 사태를 작은 부분들로 나누어 파악한다. 3. 부분들의 연관, 관계, 인식과 같은 것들은 단순한 것에서 출발하여 복잡한 것들로 재구성하여 설명한다. 4, 완벽한 열거를 통하와 전체적인 재검토를 한다. 여기에서 명석함은 어두운의 반대개념이며, 판명함은 혼란함의 반대개념이다. 명석 판명한 관념은 확실하게 인식되며 확실하게 구분되는 관념을 뜻한다. 그리고 이러한 명석 판명한 관념은 주관적 해석에 따라 변화되지 않으며 그 자리에 계속 있어야 한다.


 데카르트는 위의 추론규칙들을 통하여 방법론적 회의를 시도한다. 그는 지식의 절대적 확실성을 위하여 끝없는 의문을 제기하는 방법을 통해 모든 지식의 출발점을 찾고자 하였다. 내가 눈으로 보는 인식은 확실한가? 그렇지 않다, 인간은 사물들의 인식을 자주 혼동한다. 그렇다면 나의 육체는 확실히 있는가? 그렇지 않다, 인간은 가끔씩 꿈을 꾸는데, 이러한 꿈속 세계에선 그곳의 물체가 실제 있지도 않으며 나의 육체도 실제움직임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내가 알고 있는 수학과 기하학의 법칙들은 확실한가? 그렇지 않다, 이따금씩 사람들은 계산에 오류를 범하며 악한신(악한 무언가)이 우리의 계산을 혼란하게 하고 있음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확실한 것은 무엇인가?... 방법론적 회의를 이어나가던 데카르트는 부정되어선 안 되는 명제를 하나 발견하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이 명제는 참이 아니면 모순이 되는 진리명제이다. 이 명제는 근대 철학의 효시를 알리는 기념비적인 발견이었다.


"... 전적으로 의심할 나위 없는 어떤 것이 나의 신뢰 속에 남아있지 않는지 보기 위해서, 최소한의 의심일지라도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나는 완전히 거짓된 것으로 내던졌다. 따라서 우리 감각들이 우리를 때때로 속이기 때문에, 감각들이 우리에게 상상하게 만드는 어떤 것도 그와 같이(상상하듯) 존재하지 않는다고 나는 가정하고자 했다. 그리고 기하학의 가장 단순한 분야에 대해서조차 추론하면서 오인하고, 거짓추리들을 범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다른 이와 마찬가지로 나는 과오를 범하는 주체였다고 판단하였으므로, 나는 증명들이라고 이전에 취했던 모든 근거들을 거짓으로 내던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가 깨어있을 때 지녔던 모든 동일한 생각들을 우리가 잠들어 있을 때도, 사실인 것은 어떤 것도 거기에 없이, 역시 오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서, 나는 내 정신 안으로 이제껏 들어온 적이 있었던 모든 것들은 내 꿈의 환영보다 더 진실한 것은 아니라고 가상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그 직후에 나는 모든 것이 거짓이라고 생각하기를 그처럼 바라는 동안, 이것을 생각하는 나는, 필연적으로 어떤 것이었어야만 한다는 것에 주의했다. 그리고 이 진리;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je pense, donc je suis)는  아주 화고하고 아주 확실하여서, 회의주의자들의 가장 기상천외한 모든 가정들로도 그것을 흔들 수는 없다는 것에 주목하여, 그것을 내가 찾고 있는 철학의 제일 원리로써 불안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나는 판단했다." -방법서설 p.52


 물론 위의 명제가 참이 되려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보편적 법칙이 있음' 그 자체이다. 이 세상의 확실성, 중력에 의한 낙하궤도는 우연이 아니며, 모든 과학적 법칙은 우연이 아니다는 것의 확실성이 전제되어야만 한다. 명석 판명한 관념들이 인간의 주관적 경험밖에 존재한다는 것. 이것의 증명 없이는 그 어느 것도 확실해질 수 없다. 이러한 확실성을 데카르트는 무한자, 즉 신의 존재를 증명함을 통하여 확립하고자 한다. 철학에서의 신의 개념은 여타 종교의 신과는 다르다. 만물의 근원이자 무한자, 결여된 것이 없는 자 로서의 신. 결여됨이 없기에 거짓이 없으며, 무한하며, 항상 옳은(같은) 법칙을 행한다. 무한하기에 둘로 쪼개질 수 없으며 유일하다. 이러한 신이 증명되어야만 데카르트의 명제와 모든 학문의 확실성은 증명될 수 있다. 그러므로 데카르트는 신 존재 증명을 시도한다.


 데카르트는 두 가지 논리를 통하여 신의 존재 증명을 시도한다. '1. 인간의 내면에 무한하며 완전한 자의 관념이 존재한다. 무한함과 완전함은 유한자가 경험할 수 없는 것이며 상상된 관념이 아니므로 생득관념이다. 이 관념의 원인이 존재해야 하며 그것이 신이다. '2. 신의 관념은 완전한 존재를 나타내며, 완전성의 관념은 존재라는 속성을 내포한다. 따라서 비존재의 완전성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모순에 빠지게 된다. 우리는 모든 면에서 절대적으로 완전하면서도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존재에 대해 조리 있는 생각을 가질 수 없다. 우리가 삼각형의 속성들을 인지하지 않고 그것을 생각할 수 없는 것과 같이 신의 관념이 명석하게 존재의 속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않고는 그것을 생각할 수 없다.' 이와 같은 논리로 데카르트는 신 존재 증명을 시도한다.


"... 그들이 신의 존재를 미리 가정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들이 이 의심을 제거하기 위해 충분한 어떤 근거를 줄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왜냐하면, 첫째로, 내가 조금 전에 규칙으로 취한 것, 즉 우리가 아주 뚜렷하게 그리고 아주 구별되게 받아들이는 것들이 모두 참이라는 것은, 신이 존재하거나 현존하고, 신은 완전한 존재이고, 우리 안에 있는 모든 것이 그한테서 나오므로 오직 확보될 뿐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의 관념들이나 개념들은, 실제 사물들이고 신에서 생기니까, 그것들이 뚜렷하고 구별되는 모든 점에서, 단지 그 점에서 진리일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거짓들을 포함하는 관념들이나 개념들을 상당히 자주 지닌다면, 그것들 안에 단지 애매하고 모호한 어떤 것이 존재할 수 있어서다. 왜냐하면 그 점에서 관념들 또는 개념들은 무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즉 오직 우리가 전적으로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들은 우리 안에서 그처럼 불명료하게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짓 또는 불완전함이 신에게서 생긴다는 것은, 진리 또는 완전함이 무에서 생긴다는 것 못지않게, 그 자체로서, 모순적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우리 안에서 실재하고 참인 모든 것이 완전하고 무한한 존재로부터 온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면, 우리의 관념들이 뚜렷하고 구별되기 위해, 우리는 그것들이 참이라는 완전함을 지닌다는 것을 확신시켜 주는 어떤 근거도 지니지 못했을 것이다." -방법서설 p.61


 경험 실증적인 학문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는 허무맹랑하게 들릴 수 있지만, 데카르트는 경험을 뛰어넘는 합리성을 통하여 진리에 다가갈 수 있다 생각하였다. 왜냐하면 경험적 증명은 무한번의 시도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경험을 통한 지식은 잠정적일 수밖에 없으며 데카르트는 이러한 지식은 확실하지 않으며 토대가 될 수 없다 생각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사상들은 후대에 많은 비판들을 받으며 보완되어진다. 데카르트는 근대철학의 효시를 알리며 서양철학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근대철학은 데카르트의 수용과 비판의 주석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어쩌면 현대의 모든 학문들 또한 데카르트가 봤던 것과 보지 못했던 것들로 나누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성에 근거한 자연과 은총의 원리, 모나드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