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nquiry concerning human understand..
"말할 것도 없이 인류의 대다수는 세밀하고 난해한 철학에 비해 쉽고 명백한 철학을 좋아할 것이다. 그리고 세밀하고 난해한 철학보다는 쉽고 명백한 철학이 동의하기도 더 쉽고 또 더 유용하여 권장할 만하다는 사실 또한 확실하다. 쉽고 명백한 철학은 우리의 일상에 좀 더 깊이 파고들며 감동을 주고 자극을 준다. 그리고 그렇게 해주는 원리들을 다룸으로써 우리의 행실을 교정해 주기도 하고, 기대되는 이상적인 모델에 더욱 가까워지도록 우리의 행위를 유도해 나가기도 한다. 이와는 달리 정신의 움직임에 기초한 난해한 철학은 일이나 행동에 관여하기 어렵다. 그런 철학은 철학자가 사라지고 나면 모든 것이 사라지게 된다. 난해한 철학의 운리들은 우리의 행실이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끼치기가 쉽지 않다. 우리 마음이 느끼는 것들, 정열의 격동, 감동의 격렬함 같은 모든 것들은 난해한 철학의 결론들을 흐트러뜨리고 심오한 철학자를 그냥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존재로 되돌려 버린다. ... 인간은 이상적 존재다. 그리고 이성적 존재로서 학문으로부터 자신에게 필요한 적절한 지양분을 섭취한다. 그러나 인간의 이해력의 범위는 너무나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 특정 학문으로부터 얻는 양분이 어디까지 안전한 것인지 말하기 어려우며, 또한 그것을 어디까지 획득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만족스럽게 말하기 어렵다.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존재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간이 항상 교제에 동참하고 그것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교제하기에 적절한 분위기를 항상 유지해 나가기도 어렵다. ... 나는 난해한 사고와 지나치게 파고드는 탐색을 금지하고 호되게 꾸짖을 것이다. 그 이유는 그것들이 당신을 구슬픈 침울함 속으로, 그리고 끝도 없는 불확실성으로 끌고 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신의 거짓된 발견물들이 세상에 전해질 때 당신이 부딪치게 될 가혹한 평판 때문이다. 철학자가 되어라. 그러나 당신이 모든 철학 한가운데에서 계속 한 인간으로 존재하라. -인간의 이해력에 관한 탐구 p.25
"여기에서 우리는 정신의 모든 지각들을 두 가지 등급이나 종류로 나눌 수 있다. 그 둘은 지각들이 지는 힘과 생동감의 차이에 의해 구분된다. 덜 힘 잇고 덜 생생한 지각들은 사고들(Thoughts) 혹은 관념들(ideas)이라고 불린다. 더 힘 잇고 더 생생한 지각들은, 우리말이나 대부분의 다른 언어들에 있어서도 특별히 명명된 바 없다. 나는 다른 이유는 없고 오직 철학적 목적을 위해 더 생생한 지각들을 일상적인 용어나 명칭으로 자리매김해 불러보려고 한다. 이제부터 나는, 임의로, 더 생생한 지각들을 인상들(Im-pressions)이라고 부르겠다. 여기서의 의미는 인상이라는 단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될 때의 의미와는 조금 다른 것이다. 즉 우리가 듣고, 보고 느끼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원하고, 의지할 때 갖는 우리의 보다 더 생생한 지각들을 나는 인상이라는 용어로 나타내려는 것이다. 그래서 인상들은 덜 생생한 지각들인 관념들과 구분된다. 관념들이란 앞에서 언급한 감각들이나 활동들 중의 어떤 것들에 대해 우리가 반성할 때 의식하게 되는 것들이다." -인간의 이해력에 관한 탐구 p.39
"모든 자연법칙들과 모든 물체의 작용은 예외 없이 오직 경험에 의해서만 알려진다는 사실을 확신하기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것들만 생각해 봐도 될 것이다. 우리에게 어떤 대상을 제시하고 이미 주어져 있는 관찰 결과의 도움을 받지 않고 그 대상으로부터 어떤 결과가 생길지에 대해 미리 말해보라고 한다면, 정신은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이 일을 수행해 나가야만 할지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그 대상으로부터 나온 결과라고 말할 수 있는 어떤 사건이 창작되거나 아니면 추측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이런 창작물은 전적으로 임의적인 것임에 틀림없다는 것이 너무도 분명하다. 정신이 아무리 엄밀히 조사하고 탐색해 보아도 결코 주어진 원인만 가지고 결과를 발견해 낼 수는 없다. 왜냐하면 결과는 원인과 완전히 다르며, 그에 따라 결과는 원인 안에서 발견될 수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 당구공의 운동은 첫 번째 당구공의 운동과는 사뭇 다른 사건이다. 한쪽의 운동에는 다른 쪽의 운동을 암시해 줄 어떤 것이 전혀 들어 있지 않다." -인간의 이해력에 관한 탐구 p.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