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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YE Feb 03. 2023

<딥블루 레이크> 이철원 임차인 이야기

띵당의 임차인 인터뷰


망원시장 초입이나 그곳에 있는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러 가다 보면 만날 수 있는 푸른색 건물. 벌써 6년 넘게 그 자리에 있는 푸른색 건물의 카페 딥블루 레이크. 은속 재질로 된 간판의 알파벳 하나하나가 햇빛에 반사되면서 눈에 확 띄는데요, 오픈 주방이 보이는 유리창에 블루리본 서베이 수록 인증 스티커 6개가 일렬로 나란히 줄이 서 있습니다. 2017~2022년까지 6년 동안 꾸준히 수록 됐다는 뜻입니다. 건물, 인테리어, 인증 스티커까지도 딥블루답게 파랗습니다.



"4~5년의 준비 기간 동안 여러 나라를 다녔어요. 공부라기보다는 맛보러 다녔던 것 같아요. 한 번은 북유럽 가서 커피를 마시는데 커피 맛이 신기하게 맑고 깨끗한 느낌이 났어요. 그때 그냥 바로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나도 이런 커피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어느 날 와이프가 "깨끗하고 맑은"이라는 단어를 들으니 깊고 푸른 호수가 떠오른다고 하더라고요. 듣는 순간, 이거다 싶었고, 그렇게 딥블루 레이크가 탄생했습니다. 이 건물의 색도 이렇게 호수처럼 색칠하게 됐고요."


당연하지만 음식은 맛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 맛이 뭐가 맞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음식을 만들고 있는 나 자신이 어떤 게 맛있는지 알아야 내가 추구하는 음식에 대한 성향을 알 수 있습니다. 맑고 깨끗한 맛의 커피, 사장님의 맛은 분명합니다.



"대중적으로 많이 판매되고 있는 커핑 점수가 80점 이하인 커머셜 커피에서 느낄 수 있는 맛이 쓴 맛, 단 맛뿐인데 85점 이상인 스페셜 티 커피에서는 과일맛, 꽃맛, 견과류 맛 등 훨씬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커피의 풍부한 맛들을 손님들과 공유하고 싶었어요. 제가 북유럽에서 경험했던 것처럼요."


매일 바뀌는 망리단길의 커피 경쟁 시장에서 6년간 견고하게 자리한 딥블루 레이크의 경쟁력은 바로 특별한 원두에 있습니다. 원두 가격부터 결코 만만치가 않으니까요. 하지만 스페셜 티가 가진 깊고 풍성한 맛을 알리고 싶어서 시작한 이철원 임차인의 선택은 결코 틀리지 않았습니다.


"느낄 수 있는 맛이 다양해지면 그만큼 정성이 들어갑니다. 매일 쉬지 않고 원두를 로스팅해서 에스프레소를 세팅하고 맛을 봅니다. 공들여 로스팅했는데 원두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판매하지 않아요. 그 양이 엄청나더라도 과감히 버리고 다시 처음부터 반복합니다."



재료를 유지하는 일


원두의 맛을 표현하려는 이철원 임차인의 노력. 가격대를 유지하면서 최상의 품질인 재료를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저 단순하게 커피가 좋아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창업자의 시행착오라는 것이 있잖아요. 처음엔 스페셜 티 커피만 팔겠다고 잔 없이 종이컵으로 시작했거든요. 손님들이 왜 잔으로 주지 않느냐 해서 부랴부랴 잔을 구매하고 그 뒤 잔이 마음에 안 들어서 네 번 넘게 바꾸기도 했습니다. 메뉴는 커피만 팔렸는데 손님들이 다른 음료들을 원하시기도 해서 주스, 티, 시그니처 음료 등도 브랜드 콘셉트를 담아 개발했습니다. 처음에는 일방적으로 이 맛을 알릴 거야 생각했다면 지금은 내가 알고 있는 맛과 서비스를 손님들의 입장에서 더 가깝게 느끼게 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는 편입니다."


이철원 임차인의 모든 생각과 끝에는 맛이 있습니다. 커피에서 맑고 깨끗한 맛이 나서 맑고 깨끗함 속에 다양한 맛을 알리고 싶어서, 저렴하게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기보다는 맛있게 만들기 위해서, 맛을 알고 찾아 주시는 손님들을 위해 오늘도 혀 끝에 모든 신경을 집중시킵니다.



"기본적으로 4천 원 이상이어야 단가가 맞는 스페셜티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커피 템플과 협업하여 게스트 바리스타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커피 한 잔에 12000원~15000원, 원두는 30000원~40000원 넘게 팔았는데 멀리서까지 오셔서 드시는 거예요. 밖에 비가 와도 그 한잔을 드시려고 두 시간 넘게 기다리시는 걸 보고 내가 하는 일이 결코 의미 없는 일은 아니구나 생각하게 됐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철원 임차인은 한 잔의 커피를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맛을 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점을 늘렸습니다. 서울까지 오기 힘든 분들을 위해 수원에 2호점을 열었고, 망원 한강공원 근처에 3호 점도 연달아 오픈했습니다. 1,2호점이 스페셜 티 커피를 알리는 공간이라면 3호점은 철저하게 로스팅만을 위한 공간입니다.



토마토맛도 나는 것이, 견과류 맛도 나는 것이


투명한 통유리창 안으로 커다란 로스팅 기계들과 은색의 포장지에 꽉꽉 눌러 담아져 있는 원두 봉지들이 보이고, 카운터 맞은편에는 버스 정류장스러운 의자가 인테리어 되어 있습니다. 의자에 앉아 정성스럽게 내려준 커피 한 모금을 쭉 들이켜봅니다. 어떻게 한 잔에서 이렇게 여러 맛이 날 수 있는 걸까요? 마치 맛을 여행하는 기분입니다.



커피에만 집중된 작은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2~3평 내지 5평 정도의 공간을 찾고 있습니다. 빌딩의 1층이어도 좋겠고, 독립된 공간이어도 좋습니다. 외부에서 봤을 때 이 공간의 아이덴티티가 어느 정도 보일 수 있는 그런 곳이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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