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남기기 프로젝트 1편 : 일단 설명부터...
#1
2011년. 화곡동 옥탑방에 사무실을 작게 차려놓고 '무엇이든 마케팅해드립니다'라는 마음으로 광고회사를 차렸다. 원대한 포부나 거대한 목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지금보다 나은 삶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예측하지 못하는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 회사를 탈출하면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거라 마냥 꿈을 꾼 시절, 회사에서 성실하게 나오는 월급보다 더 확실한 답은 없다는 걸 몰랐던 시절. 무모했었다.
열댓 개의 회사 이름 후보는 거의 영화 제목이었다. 10대에는 내가 영화감독이 될 줄 알았으니까. 이름에라도 꿈을 얹어보았다.
<오픈유어아이즈>가 당첨됐다. 줄여서 OYE. 오예 나오는 삶을 살아볼까. 2011년, 스물여덟 살의 일이었다.
"안녕하세요. 오픈유어아이즈 컴퍼니 대표 김보미입니다"
#2
2024년, 사무실이 있는 홍대 위워크로 출근했다. 커피부터 맥주까지 공짜인 위워크의 서비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컵을 씻어준다는 것이다. 여하튼. 최근의 프로젝트는 LG전자에서 진행했던 <AI와 모빌리티>에 대한 미래 시나리오를 그리는 일이었다. 프로젝트에 따른 조사들을 실행하고 이에 따른 인사이트를 조합하며 미래 방향성을 제시하는 일이다.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있다.
"광고회사가 이런 일도 해요?"
그러게... 어떻게 이런 일까지 하게 되었을까?
#3
광고회사 중에서도 다양한 회사가 있다. 자세한 내용은 나무위키로 대충 설명하자면 광고 영상 제작 전문이라든가, 매체 전문 (중에서도 CF, 온라인, 옥외광고 등) 아니면 기획회사라든가 정말 많은 유형의 광고회사가 있는데 지금의 우리 회사는 기획 회사에 가깝다. 기획 회사 역시 산업별 카테고리로 전문 영역이 나뉘는 경우가 있는데 제법 긴 시간 회사를 운영하면서 전문 영역이 광범위해졌다.
#4
우리는 전체적인 마케팅 비용에 홍보할 수 있는 캠페인 컨셉을 설정하고 이에 맞는 브랜드 슬로건, 디자인, 영상, 채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한다. 이후 세워둔 전략(+비용)에 맞춰 매체를 운영한다. 캠페인 효과를 체크하고 결과에 이르기까지 전체 캠페인을 운영하는 셈이다. 그중에서도 지금까지 회사를 먹여 살려주고 있는 오픈유어아이즈만의 강점(능력?)이 있었으니 바로 '아이디어'와 '스토리텔링'이다.
#5
아이디어, 스토리텔링... 광고회사라면 당연한 덕목이지만 2011년도에는 스토리텔링으로 브랜드의 서사를 만들어가는 것이 생소할 때였다. 운이 좋았다. 덕분에 많은 기업과 풍부한 경험들을 쌓아올 수 있었다. 그러면서 오픈유어아이즈만의 색이나 관점들이 더욱 분명해졌다. 또한 이것이 기업들의 연구자료를 우리만의 언어로 풀어나가고 누구나 이해하고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책이나 영상 등의 콘텐츠로 제작하는 것으로도 이어졌다. 우리 회사는 이러한 작업을 (내부에서) 시그널이라고 표현한다.
<오픈유어아이즈컴퍼니 홈페이지 www.oyee.co.kr>
오픈유어아이즈의 스토리텔링은 이렇게 시작된다. 먼저, 클라이언트를 만나보고 길고 긴 대화를 하며 모든 대화를 나만의 방식으로 기록한다. 나만 기억할 수 있는 단어로. 그리고 그들의 말속에 담긴 진심을 뜨는 작업을 한다. 말의 정수를 요때 건진다. 정수들이 모이면 상상력을 더한다. 때로는 영화 속에서, 때로는 음악 속에서, 만화 속에서, 누군가와 나눴던 대화라거나 어딘가에서 봤던 책에서... 전혀 다른 각각의 키워드들을 말에서 건진 정수 위에 놓아두면 신기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것이 곧 브랜드의 이야기가, 미래에 대한 시나리오가, 캠페인의 슬로건이 된다. 결국은 이 사랑스러운 작업 때문에 나는 이 일을 꽤 오랫동안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이 지루한 이야기를 어쩌면 좋나. 다음에는 더 분발해 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