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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 같지 않던 그 시절

by 오옐

내 맘 같지 않을 때, 왜 내게만 그러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때에는 주변 사람들의 ‘힘내’라는 말도 와닿지 않곤 한다. 아무리 걱정과 위로가 차곡차곡 쌓여도 자신이 이 정도의 일은 이겨낼 수 있는 굳은살이 배기기 전까지는 말이다. 누가 해주기를 바라는 걸까, 내가 나에게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왜 다른 사람에게 기대하는지. 나 스스로 잘했다, 이만큼도 충분하다고 얘기해 줄 수 있어야 하는 걸.

어떤 계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해줬던 그 많은 위로들이 정확히 내 마음에 와닿았던 적이 있다. 특별히 어떤 기쁜 일이 있던 것도 아니었는데, 지인들이 내게 해주었던 말을 곱씹으며 정확히 그 언어들이 치료제가 되어 작용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날, 내가 느꼈던 감정은 다시 되살아나서 문득 요란하게 흔들어대는 창문을 잠재워준다. 덜컹이다가도 살짝. 결국에 헛되지 않았다고 나에게 주변에게 증명해 보이고 싶어서 괜히 마음이 설레던. 뭐라도 어서 만들어서 이만큼 했다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들썩들썩할 때. 연필을 잡는다. 글을 쓴다. 기울여 놓았던 이젤을 꺼내 들고 그린다. 그런 시간들이 모이고 모인다.


예전에 마음이 힘들었던 지인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이 있다. ‘우울의 그늘이 너에게 너무 깊게 드리우지 않길 기도해.‘ 한발 짝만 나가면 그늘에서 벗어난다는 드라마틱하고 공공캠페인에 나올법한 말은 믿지 않는다. 내가 걱정하고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만큼, 그 마음들이 모여서 더 나은 지금을 살아가게 하겠지.

오늘 글의 제목은 마이 앤트 메리의 노래 제목에서 가져왔는데, 가사도 노래도 참 좋다.

‘내 맘 같지 않던 그 시절’

항상 내가 먼저 가자고 했지

그곳엔 무언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고


함께 힘겹게 오른 언덕 너머엔

웬일인지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지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멀어지는 빛나던 우리의 꿈들


그땐 나도 내 진심을 알 수 없어 눈물 흘렸고

그저 우리 발걸음만이 가르쳐 주리라 믿었어


다 이렇게 끝나는 건 아닌지 두려워했고

언제 또 시작될런지도 알 수 없었지


그땐 나도 내 진심을 알 수 없어 눈물 흘렸고

다만 우리 발걸음만이 가르쳐 주리라 믿었어


기억 속에 희미해진 어렸던 그때의 그 꿈들

이젠 남은 이 길 위엔 또 혼자가 돼 버린 우리들

내 맘 같지 않던 그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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