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와의 대화

by 오옐

평소 거리를 지나다니면서 빌딩 외벽에 있는 시계를 올려다볼 일이 흔치 않았다. 시간을 확인하려면 핸드폰을 보면 되고 그럼 자연히 시선이 아래를 향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저 건물 외벽에 시계가 있었던가 무심코 지나쳤던 거리를 다시 찾았다. 맞은편에 있는 정신건강의학과의 문을 열고 의자에 앉아 대기하는 데 정면으로 그 시계가 보였다. 핸드폰으로만 시계를 보다가 정면으로 마주하니 시간의 움직임이 가깝고도 느리게 느껴졌다.

어쩌면 병원을 찾게 된 것은 나에게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일 수도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불안과 우울함을 어느 정도인지 값으로 메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마음은 그때그때 달라서 섣불리 그렇다고 말하기가 어려웠다. 이런 애매모호한 생각들이 꼬리를 잡고 물어지면 결국 말은 숨어버린다. 그렇게 다른 사람과 나도 모르는 속이야기가 된다.


몇 주 혹은 길어야 몇 달 정도만 다니면 되지 않을까 하는 내 예상과는 다르게 진료를 꾸준히 받게 되면서 그만큼 대기하는 시간들이 쌓여갔다. 보통 한 시간 정도는 기본으로 기다리다 보면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피아노 연주 음악에 멍해지거나 문을 열고 드나드는 저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하러 왔을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가끔은 병원에 가서야 오늘 어떤 상담을 해야 할지를 떠올린다. 병원은 아파서 오는 것일까? 아니면 오게 되면 아픈 게 생각나는 것일까. 둘 중에 어떤 것이 먼저인지 헷갈린다면 나에게는 좋은 신호일지도 모르겠다. 생각만으로 떠올렸던 고민을 입 밖으로 꺼내면서 스스로 답을 찾아간다. 머리 아프게 했던 그 일도 어쩌면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는 문제였을 수도 있다고.

처음에는 실타래가 엉켜버린 듯한 속내를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시간이 낯설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그 과정을 일상에서 해볼 수 있는 용기를 조금 갖게 되었다. 시계의 숫자는 달라지고, 시간이 가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그 힘을 믿어보자고 다짐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