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벼락과의 대화

by 오옐

여름날에 햇살이 정면으로 맞닿는 길을 나서며 눈을 찌푸린다. 강하게 내리쬐는 빛을 손으로 애써 가리려는 건 빛을 막기 위함이 아니다. 버스 정류장의 그늘 옆, 햇빛 아래서 마을버스에 올라타 창문 가에 앉았다. 사람들이 많으면 멈출 줄도 알아야 할 텐데, 그렇게 눈치가 빠른 녀석이 아니었다는 걸 줄줄 흐르는 눈물이 말해준다. 울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연신 눈가를 닦아낸다. 오후 4시에 마을버스 안에서 우는 나를 틀림없이 사람들이 쳐다보지 않았을까.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에게 관심이 없다지만, 그래도 왠지 들켜버린 것 같아 창문가에 코가 닿을 듯 고개를 돌렸다.


‘왜 그리 서럽게 우는 걸까?‘ 가끔 길에서 우는 사람을 볼 때면 궁금했다. 같은 질문을 자신에게 묻다가 ‘왜’는 어디로 가고 그냥 서러움이 밀려왔다. 시작은 몸이 아파서, 아픈 몸으로 일을 해야 되는데 남은 일이 너무 많아서, 몸과 표정에서 힘껏 미뤄내는 지금을 감당할 수 없어서 나중엔 눈물을 그쳐야 할 이유도 잊은 채 운다. 아무래도 이대로 집에 들어가기엔 어려울 것 같아 옆 골목으로 들어섰다. 이 집 저 집의 담벼락과 마주하며 훌쩍 그리고 슥슥. 아무래도 (당연히) 사연이 많아 보이는 사람 같아 보이겠지만 어쩔 수 없다. 그동안 담벼락 앞에서 얼마나 다양한 대화가 오고 갔을는지, 그중에 나같이 울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면 말이다. 오늘은 왠 모르는 사람이 한참을 서있어서 당황스럽겠지만 이해해 주길 바란다. 밖은 너무나 환하고 심지어 여름날의 오후는 경쾌하니까.

이번에는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서 나오는 길이였다. 배차간격이 긴 버스를 한 대 놓쳐서 걷다가 수도꼭지가 터지 듯 눈물을 멈추는 타이밍도 놓쳐버렸다. 나의 부모님이 아프셔서 마음 한 편에 무거움을 안은 채로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부모님보다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께서 내 손을 잡으며 건넨 안부에 그만 무방비 상태가 되었다. 예상치 못한 뜻밖의 위로에 마음이 녹듯이 일렁였다. 하지만 여기서까지 눈치가 없다니, 결국 눈가가 그렁그렁한 채로 인사를 하고 나왔다. 집까지 걸어가길 잘했다. 진짜 요즘 너무 걷기를 안 했더니 걷고 싶었다니까.

일요일 오후, 골목 안 담벼락과 기나긴 대담을 나누 듯 마주 서서 눈물을 슥슥 닦아내자 ‘이번에는 왜 또 그러니?‘ 하고 물어온다. ‘글쎄, 왜인지는 몰라. 하지만 울지 말라고 옆에서 다독이면 더 울어버릴지도 몰라.’라고 답했다. 이제 우는 게 지겹다 느껴지면 정말 멈춰야 할 때다. 한숨을 크게 내뱉고 꾹꾹 부은 눈가를 누르며 그만 울컥하자고 마음을 다져가며 걸어간다. 다음 날이 되면 여러 겹의 쌍꺼풀이 무겁겠지만 어느 한 구석은 털어낸 공간이 가벼워지면 좋겠다. 꼬박 우느라 기운을 다 쓴 하루에 어둠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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