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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오늘윤
Aug 15. 2024
01. 무더운 여름, 백수가 되었다.
8월의 백수
유난히 덥게 느껴지는 여름
유난히 더위에 약한 나는
8월의 백수가 되었다.
권고사직이었다.
이유는 경영난...
권고사직 당한 날을 기억한다
날이 참 좋던 6월 초 회사 앞 카페에서
그저 미안하단 말만 반복하시며 어렵게 얘길 꺼내시던
대표님의 얼굴도 기억난다.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무척 당황했지만
여리고 맘 따뜻한 대표님이 내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
더 신경 쓰였던 그날의 기분을 기억한다.
회사시작 이래 처음으로 권고사직이라는 결정을
내려야 할 만큼
회사는 휘청이고 있었고 들어온 지 몇 달 되지도 않은 나는 그런 속사정까지 알 턱이 없었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대표님을
나는 다독이고 있었다.
"괜찮아요. 대표님 요즘 경기가 다 어렵다잖아요. 그동안 말도 못 하고 속 끓이느라 고생하셨어요.
들어온 지 얼마 안돼서 아쉽긴 하지만 인연이 여기까지 인가 봐요. 하하"
괜찮긴 뭐가 괜찮아.
당장 근무 일수도 부족해 실업급여 대상자도 아니고
뉴스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경제 불황이 나날이 심해져가고 있다고 떠들어대고 있고
나이는 빼도 박도 못하게 주민번호 앞자리가 며칠 뒤엔 바뀔 예정이고
몇 달 전 겪어본 구직 과정 속 수많은 지난한 순간들이 아직 내 머릿속에 또렷한데
또 그런 과정을 겪어야만 하는데 뭐가 괜찮아.
누가 누굴 위로해
오지랖이 태평양이다.
그런데
가끔 뭐 그런 순간 있지 않은가
심장이 저 발끝까지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지만
맥 박동수조차 평온한 그런 날
너무 큰 충격에 현실감각이 잠시 상실된 탓인지
더 밝은 미래를 내다본 것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해고되던 날의 내 기분이 그랬던 것 같다.
"어떻게든 되겠지"
어떻게든 되겠지를 되뇌던 예비백수에서 찐 백수가 된 지 딱 보름째
기분상으론 두 달은 지난 것 같은데 이제 보름이라니
도대체 별것도 없이 살면서 뭐가 그리 바쁜 걸까
일상이 바쁜 건지, 마음이 바쁜 건지
좀 기록해 봐야겠다.
나 왜 바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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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윤
휘발되어 가는 기억의 끝자락이라도 붙잡고 싶어 기록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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