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 없이, 행복하다 말할 수 있다는 것

내가 사랑하는 내 삶, 나만의 삶.

by 오융

가장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떠난 여행.

평생 기억에 남을것 같은 이번 휴가에는 총 세 권의 책을 읽었다.


출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한 권, 여자에게 여행이 필요한 때

귀국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한 권, 니체의 인생 강의

한국으로 돌아와서 또 한 권, 완벽한 하루


딱히 어느 책을 먼저 읽겠다고 순서를 정한 건 아니었다.

그저 손길 닿는 대로 읽었을 뿐이었는데

마지막 책을 덮으면서, 이 순서대로 읽어서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자로 살고 싶은 마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 삶의 기준점 설정까지.

차곡차곡 쌓인 책처럼 그간의 상념들이 차곡차곡 정리가 된 기분이랄까.


#여행은 해방이다. 익숙함으로부터, 규칙적인 생활로부터, 잊고 싶은 아픔이나 골칫거리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욕망에서 출발한다.
해방에 대한 로망으로 우리는 늘 떠남을 꿈꾼다. 더 이국적이고 더 색다른, 내가 처한 현실세계와 전혀 다른 곳을 찾길 원한다. 여기서 얻지 못하는 값진 깨달음과 즐거움을 기대한다. 하지만 여행을 통해 얻는 것은 이국의 단순한 즐거움 그 이상이다. 여행지의 자연과 사람 사는 모습 속에서 내 삶을 발견한다.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을 발견하는 여행자의 눈을 기르게 된다.
(...)
수 많은 여행을 되풀이하며 깨달은 것은 쌓여가는 여행 노하우와 지식 뿐만이 아니었다. 여행 이후에는 나에게 주어진 삶으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하나의 끝맺음은 또 하나의 시작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려준다. 삶에서 해방되려고 떠난 여행과 내 삶은 나란히 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관점의 르네상스가 시작되었다.

[여자에게 여행이 필요할 때] 중



#니체가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인간은 어찌 보면 의미 없는 존재다. 그런데 의미 없는 존재가 의미 있는 이유가 있다. 의미 없는 존재가 의미 있는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질 줄 안다.”
#우리는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을 예술가라고 이야기하죠.
’신은 죽었다.‘ 라는 니체의 명제를 달리 표현하면 자신의 삶의 예술가가 되라는 말입니다.
“절대적 가치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아도 좋다. 그렇지만 너의 몸을 인정하고 너의 충동과 감각과 본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너는 바로 본래의 네가 될 것이다.” 이렇게 니체는 이야기 합니다.

#“사람에게 위대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그가 목적이 아니라 하나의 교량이라는 점이다. 사람에게 사랑받아 마땅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그가 하나의 ‘넘어가는 과정’이요, ‘내려가는 과정’이라는 점이다.”

#의문스럽고 알 수 없고 낯설고 이질적인 것에 대한 긍정. 낯선 것은 다르고 다른 것은 틀렸다고 하며 무조건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낯선 것을 환영하고 포용할 수 있는 긍정. 이런 긍정을 갖출 때 우리는 비로소 운명을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니체는 “존재하는 것에서 빼버릴 것은 하나도 없으며, 없어도 되는 것은 없다”라고 이야기합니다.
(...)
자신의 삶 그 자체를 갖고자 원하는 것이 바로 아모르 파티, 운명애라고 이야기합니다.
“필연적인 것을 단순히 감당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은폐는 더더욱 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것을 사랑하는 것.”
이것이 바로 허무주의 시대에, 신이 죽은 시대에 우리가 이 삶을 견뎌내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입니다.

[니체의 인생 강의] 중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비슷비슷한 삶을 살아간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쳐 정규 교육과정이 끝나면 그 이후의 삶은 스스로 정해야 하지만, 다들 대학에 가지 않으면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재수, 삼수를 해서라도 대학에 간다. 특별히 하고 싶은 공부나 꿈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그저 서울 유명 대학에 가는 게 목적이다. 그러다보니 고등학교 3년 내내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른다. 입시전쟁에 뛰어든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에게는 조금의 여유도 허락되지 않는다.
(...)
우리 인생에도 애프터 스쿨(덴마크의 교육 시스템 중 하나, 고등학교나 직업학교로 진학하기 전에 1년 동안 자신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과정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쪽으로 편중되는 정보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사회 시스템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정작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진지하게 시간을 들여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 당신은 학생이니까 당연히 공부를 했고, 직장인이니까 당연히 일을 했겠지만 왜 했는지는 잘 모른다.

#남이 시키는 대로만 살면 정작 주도적으로 살아야 할 때 그러지 못한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성실하게 살아왔다면 잠깐만 멈춰서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자. 남이 시키는 대로 살지 않기 위해 오늘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왜 그것을 원하는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와 같은 궁금한 모든 것들을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해보자. 그러다보면 주체적인 삶이 보인다.
(...)
오늘 나는 누구의 하루를 살았는가? 부모님이 원하는 딸? 후배들이 우러러보는 선배? 아니면 TV에 나오는 유명인사를 따라 하지는 않았는가? 누구의 하루를 살았는지 생각해보면 내가 누구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남의 인생은 그만 따라 하고, 나만의 하루를 살아야 한다.

[완벽한 하루] 중


조급해하지 말자.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최근 중요한 자리에서 몇 번이나 들었던 말이다.

내 삶의 방향대로, 그 속도대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지만

성취와 인정에 익숙해져서 자꾸만 스스로를 채근하는 태도를 버리지 못했다.

16년이나 되는 학창시절 내내 익숙해졌던 그 습관, 경쟁의식을 끊어내는 것이 쉽지 않지만

조금씩 해내면 된다. 나에게 집중하면 된다.


2016. 베트남. 무이네

부족함 많은 나라는 존재지만

삶 속에 하루하루 시간이 쌓여갈수록 더 성숙해지기를.

삶을 더 사랑할 수 있기를,

더 이해할 수 있기를,

그래서 더 많이, 행복하게 함께할 수 있기를.

상처와 굴곡마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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