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것 아닌 일들의 별 일
어제 퇴근길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것도, 보슬보슬 내려앉는 것도 아닌 어중간한 비. 우중충하고 음울하고 우울한 분위기의 이름도 모를 그런 비. 꼭 어제 저녁의 내 기분 같았던 비.
비가 내리고, 차도 막히고. 마음에도 짜증과 우울함이 스멀스멀 피어나던 어제 저녁.
시작은 별 일이 아니었다.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갈 무렵 갑자기 여러 개의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졌고,
평소보다 20분 정도 늦게 퇴근했다. 객관적으로 보면 정말 딱 이만큼인 일이었다.
하지만 한 번 밀려온 짜증이 어찌나 강렬한 기세로 몰려들던지.
일 분 일분 늘어나는 시계를 확인할 때마다 짜증은 배로 커져만 갔다.
저녁 약속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남아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데서 비롯된 초조함.
초조함이 커질수록 늘어나는 속상함.
퇴근해서 집 문을 열 때까지의 시간동안 머릿속에서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헤드폰을 끼고 큰 소리로 음악을 들었고, 좋아하는 쿠키맛 과자를 먹었고, 끊임없이 마인드 컨트롤을 중얼중얼 거렸다. 그리고 그렇게 잠이 들었다.
그리고 하루라는 시간이 흘렀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렇게까지 짜증을 낼만한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별 것 아닌 일에 이렇게 화내고 짜증내고 우울해하는 나란 사람. 과자 한 통에 다시 사르르 녹아버리는 나란 사람. 단순한 사람.
일분 일 분 흘러가는 시간이 초조했던 건 저녁 약속이라는 내 나름의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마 나에게 일을 맡긴 사람들에게도 저마다의 이유가 있었겠지.(어제는 보이지 않았었지만).
그렇게 화가 나고 서러웠었는데, 사람들이 갖고 있을 나름의 이유를 떠올리다 보니 제법 잠잠해졌다.
가끔씩 별 것 아닌 일들이 참 별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퉁명스럽게 전화 받는 사람, 괜히 한 마디씩 하는 사람, 확인 안 해보고 따지는 사람, 일 미루는 사람 등등.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별 일들이, 내 마음과 같지 않은 일들이 일어난다. 온갖 감정들과 함께.
그럴 때마다 툭, 털고 일어나는 것
참 별 일이라고 생각하며 넘어가는 것,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독여주는 것. 그런 태도가 더욱 필요한 것 같다.
내가 상대방을 바꿀 수는 없으니까. 상대방을 바꾸려는 태도로는, 상대방을 미워하는 태도로는 아무것도 나아지는 게 없으니까.
게다가 세상에는 내 맘대로 되는 일보다 그렇지 않은 일이 훨씬 많다. 그러니 어쩔 수 없지. 상황을 받아들이는 내 태도와 생각을 바꾸면 된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면 된다.
나름의 이유를 찾아내는 건,
마음대로 되는 것보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훨씬 많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나만의 방법 중 하나.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름의 이유를 찾을 수 없을 때는,
나에게 큰 가르침을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내가 받아서 좋았던 점과, 받아서 싫었던 상황과 행동들을 돌아보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배운 셈이니까.
오늘도 스스로에게 주문을 건다.
“오늘도 좋은 하루가, 행복한 하루가, 감사한 하루가 될 거야.”
그리고 다짐해본다.
기소불욕물시어인 [己所不欲勿施於人] : 내가 원하지 않으면 남에게도 베풀지 말라
2016.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