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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이 Mar 22. 2021

임신테스트기 두 줄에 엄마라는 출발점에 섰다.


대학시절 선후배로 만나 6년의 연애 끝에 결혼한  1 8개월 우리에게 아이가 생겼다.  2 마지막 주말 컨디션이 유난히 좋지 않았던 대구 여행, 집에 돌아와  자고 일어난 다음날 아침 "설마"하는 마음에 임신테스트기를 했고 선명한 두줄을 마주했다.


 서른하나 여자는 새벽 여섯 , 임신테스트기  줄과 함께 엄마라는 출발점에 섰다.


8개월간 계획했던 임신. 3~4개월이면 될 줄 알았던 임신이 매달 실패하자 초조하기도 불안하기도 했던 날들. 작년 연말 난임 검사도 진행했을 만큼 아이를 기다렸다. 감사하게도 남편과 나 모두 정상이라는 말에 안도했고 그 이후 한두 달 사이에 생긴 소중한 생명, 그 생명의 존재를 알리는 테스트기 두 줄.


손이 떨리기도 하고 어벙 벙하기도 하고 난생처음 느끼는 너무나 생소한 감정 이상한 느낌이었다.

분명 임신을 하면 너무 좋아서 소리를 지를 줄 알았는데 2021년 3월 1일 그 순간의 감정은 복잡 미묘했다. 나 홀로 네임펜을 들고 작은방에 가서 테스트기에 오늘 날짜를 쓰고 하트를 그려봤다. 그리고 다시 누워 쿵쾅 거리는 심장을 붙잡고 곤히 자는 남편을 바라봤다.


나보다 더 평소에 아이들을 좋아하는 남편, 서프라이즈를 하려고 했는데 이 대박 뉴스를 몇 시간 아니 몇 분도 못 참겠어서 안방 불을 켜고 찡그리는 남편에게 귓속말을 했다.


오빠, 아빠가 된 것 같아

황당해하고 놀란 남편에게 수줍게 건넨 테스트기 남편은 두 눈을 벅벅 비비며 두줄을 확인했고 심장이 두근두근 거린다며 나와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오빠도 비슷한 마음이었으려나, 너무 너무나 기다렸던 아이 소식에 비하면 3.1절 새벽 다소 미적지근했던 우리의 반응. 임신테스트기를 마주한 솔직한 부부의 표정이었다.

어쩌면 준비가 아직 덜된 건 아니겠지?
솔직한 내 심정은 이랬다.


앞으로 잘할 수 있을까? 우리의 달콤했던 신혼생활은 이젠 안녕일까? 회사에는 어떻게 알리지? 진짜 임신일까? 착상은 잘 된 걸까? 병원에는 내일 바로 가면 될까?


임신테스트기 두 줄과 함께 수 없이 떠오른 몽상가 적인 질문, 현실적인 걱정들 속에 나는 엄마라는 출발점에 섰다. 이런 생각을 하다니 벌써 나쁜 엄마가 된 건가 복잡한 감정들이 오갔지만 그 순간 다짐했다.


부자 엄마 아빠는 아니지만  가난한 엄마 아빠가 되지 않을 것이며  무엇보다 행복한 가정에서 행복하게 자랄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임신 사실을 축하하기 위해 찾은 코스 요릿집에 가서 온 싱싱한  한 두점을 괜찮을 거야~하고 먹었던 다소 철없는 서른하나의 엄마지만 유머러스한 아빠는 너를 항상 웃게   것이며 요리 잘하는 엄마는 평생 너를 굶기지 않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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