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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이 Mar 26. 2021

절박유산 증세로 깨달은 내리사랑

너는 너 자식을 지켜라 나는 내 자식을 지킬 테니


하루 종일 졸렸던 임신 5~7주 차 원래도 10시에 자서 6시에 일어나는 잠순이였는데 시도 때도 밀려드는 잠에 깨어있는 시간은 출퇴근하고 회사에서 업무 보는 시간이 전부였다. 다행히 입덧은 심하지 않았고 급한 성격만 어르고 잠재우며 지냈던 2주. 이렇게 무탈하게 지나가는구나 했던 임신 7주 차에 사건이 터졌다. 분만병원으로 옮기는 첫 진료를 앞두고 갈색 출혈이 비춘 것.


별거 아니겠지 생각하고 받은 진료에서 이 시기 출혈은 이유를 막론하고 안 좋다며 ‘절박유산’이라는 무서운 단어로 교수님은 절대 안정을 권했다.


업무상 바쁜 시기에 잠시 고민했지만 교수님의 진단서 속 무서운 단어들에 정신을 뻔쩍 차리고 회사에 사실을 알리고 5일 연차를 사용했다.


하루 종일 집에 혼자 있으면 너무 따분하고 힘들 것 같아서 남은 3일을 친정집에서 보냈다. 이 얼마만의 엄마 밥의 향연인가. 결혼하고 명절엔 하루씩 친정에서 자긴 했지만 이렇게 오래 엄마 아빠와 시간을 보내는 건 결혼한 지 1년 8개월 만에 처음이었다. 홀몸이 아닌 딸을 위해 엄마는 요리사이자 보호사로 변신했다.


엄마의 손수제비

김치찌개, 오므라이스, 손수제비까지 먹고 싶은걸 뚝딱 해주는 엄마의 맛있는 음식과 맘 편히 누워있는 생활에 출혈은 점차 멎었고 다음 주 스케줄을 걱정하며 엄마와 대화를 나눴다.


다리 떨지 마라, 빨리 걷지 마라 인스턴트 먹지 마라.. 엄마는 폭풍 잔소리로 대화가 마무리되어갈때즘 엄마의 한마디에 마음이 쿵 하고 무너졌다.


 너는 너 자식을 잘 지켜야 한다.
나는 내 자식을 지킬 테니

일주일 내내 배 속에 아기가 무사한지 걱정뿐이었던 나, 그리고 그런 자식을 걱정했을 엄마 마음을 떠올리니 왈칵 눈물이 날뻔했다.


어렸을 때부터 징징이로 살았던 내가 서른이 넘어서도 엄마 앞에서 너무 징징댔나. 반성을 하면서도 여전히 징징거릴 수 있는 엄마가, 나를 지켜주는 부모님이 옆에 있음에 감사했다.


8w1d 초음파


가족의 극진한 보살핌 아래 내 자식은 젤리 곰으로 안녕 인사를 건넸다. 여전히 소량의 출혈은 있어 절대 안정을 해야 하는 시기. 자식을 지켜낸다는 우리 엄마의 강인한 의지처럼 나도 조금 더 강인하게 굳건하게 아기를 지켜내야겠다.


이렇게 나는 엄마로서 조금씩 단단해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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