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행에서 가장 크게 웃은 순간은?
여행하다 보면 가끔 밥 먹기가 정말 귀찮은 때가 있다.
구글 지도로 레스토랑 찾는 것도 지치고, 지나다니면서 가게 앞에 놓여있는 메뉴판을 훑어보는 것도 지치고,
그렇게 고민과 방황을 하다 보면 웬만한 식당들은 어느새 사람들로 붐벼서 어딜 들어갈지, 들어가도 될지 고민이 커진다.
그럴 때 숙소에서 취사가 가능하다면 장을 봐서 음식을 해 먹는 편인데, 함께 있는 사람들과 숙소가 다르다면 그것도 꽤나 골치 아픈 일이다.
파리에서도 역시나 늦은 저녁시간에 그렇게 길거리를 방황하고 있는데,
에펠탑 앞 길거리에서 바게트 빵에 그 자리에서 구운 고기를 끼워 넣어주는 길거리 음식점이 있었다.
철판에서 굽는 고기 냄새가 나 말고 여러 사람들을 붙잡았는지 줄이 꽤나 길었다.
함께 있던 분과 침을 꼴깍 삼키며 줄을 서 있었고, 20분가량을 기다렸나…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됐다!
기억에 개당 4유로 정도 되었던 거 같다.
레스토랑에서 인당 10-15유로 정도 주고 식사를 하는 것보다 저렴했기에 맛이 조금은 없어도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심지어 음식 냄새 만으로는 이미 저녁 메뉴는 성공이었다.
빵을 받아 들고 먹을만한 장소를 찾아 걷다가 비라켕 다리 위 넓은 곳에서 먹기로 했다.
잘 먹겠습니다~ 하고 딱 한입 베어 무는 순간, 아니 베어 물지를 못했다.
바게트가 너무 딱딱하고 즐겨서 칼로 썰어 먹어야 할 지경이었다. 칼로 자른다면 잘릴까 의문이 들 정도였다.
둘이서 동시에 빵을 입에 넣고 눈이 마주치고 그 자리에서 동시에 웃음이 터졌다.
단 한입도 베어 물지 못하고 동시에 당황하는 눈빛을 봤을 때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여행에서 정말 별 거 아닌 걸로 많이 웃었지만,
아마도 그날 무지 더웠고, 무지 많이 걸어서 지쳐 있었고,
지쳐있을 때 배고픈 우리에게 가장 비극적인 웃음의 순간이라 그런지 여전히 가장 크게 웃었던 순간을 떠올린다면
그날 비라켕 다리에서 길거리 음식을 먹던 순간이 떠오른다.
여행에서 사소한 걸로 참 많이 웃고 울게 되는 거 같아요.
턱이 아픈 게 바게트 때문인지 너무 웃어서인지 모를 만큼 웃었어요.
여러분들도 별 거 아니지만 날 크게 웃게 만든 사건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