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행에서 가장 돌아가고 싶은 순간은?
예전에 유럽 여행을 할 때, 유랑 카페라는 곳이 유명했다.
카페에서 동행을 많이 구한다길래 인터라켄에서 펀 패키지를 할 분들이 계신가 하고 글을 올려봤다.
비슷한 타이밍에 두 분에게 연락이 와서 괜찮으시면 셋이 다니자고 했는데,
두 분 다 흔쾌히 좋다고 하셔서 인터라켄 중앙의 공원 벤치에서 이른 점심시간에 만났다.
당시에 열아홉이었던 난 어딜 가든 막내였다.
두 분은 동갑이었고, 다행히(?) 나와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또래였다.
‘나 같은’ 학생들이 유럽여행에 오면 스위스 같이 물가가 비싼 나라에서는 돈을 아껴서 쓰게 된다.
그리고 실제로 아껴 써도 확인해보면 딱히 쓴 것도 없는데 지출비용이 크다…
그래서 점심은 간단하게 마트에서 빵과 우유를 사서 가기로 했다.
마트에서 묶음으로 파는 빵과 우유, 주스 등을 사서 그린델발트로 올라가는 열차에 올랐다.
펀 패키지를 하려면 그린델발트 역에 내려서 10분 정도 걸어서 피르스트로 가는 곤돌라를 타는 곳으로 가야 한다.
그 길을 걸어가는 동안 난 주변을 둘러보다가 걸음이 느려져서 두 분과 떨어지게 되었다.
앞에 가는 두 분이 원래 친했던 사람들처럼 이야기를 하며 걸어가고 있었다.
아직도 그 모습이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만난지 한 시간가량 되었지만, 여행이라는 공통 주제로 뭉친 좋은 사람들의 신난 뒷모습과
멀리는 웅장한 알프스 산맥이 보이는 모습,
손에는 비록 맛이 뛰어나진 않지만 배를 채울 수 있는 빵과 좋아하는 오렌지 주스가 들려있었다.
처음에는 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을 떠올리면 그때가 떠오르는지 몰랐다.
근데 몇 년이 지나도 이렇게 세세한 것까지 모두 기억하는 것을 보면 가장 행복했던 순간임에 틀림없었다.
그날 그 후로 별다른 건 없었다.
올라가니 날씨가 좋지 않아서 비 맞으며 빵과 주스를 먹고,
레저를 즐기고 내려올 때가 되니 비가 그쳐서 캠핑장에서 고기를 구워 먹은 게 전부다.
그래도 그날 점심은 정말 기분 좋은 순간이었다.
처음 만났지만 이야기가 끊기지 않는 좋은 사람들과 멋진 풍경,
그 두 가지면 앞으로도 내 인생을 좋은 순간들로 채울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나게 멋진 풍경을 본 순간인가요?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것을 먹던 순간인가요?
아니면 여행을 막 시작하는 두근거리는 순간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