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행에서 가장 편안하다고 느낀 순간은?
여름 유럽의 날씨는 정말 덥다.
그렇지만 우리나와는 다른 느낌의 더위다.
햇살은 피부과에서 레이저를 맞는 기분이다. 전신에.
반면 습하지 않아서 햇살만 피할 수 있다면 바람도 선선하고 우리나라의 초가을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유럽을 돌아다니다 보면 나무 아래 그늘에 정말 많은 벤치들이 있다.
그런 벤치에서 정말 낮잠을 많이 잤다.
처음에는 누가 내 물건을 훔쳐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꾸벅꾸벅 졸면서 휴식을 취했는데,
여행 막바지로 갈수록 익숙해지기도 하고,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 머리만 닿으면 잠이 온다.
내 여행이 끝나기 하루 전, 어떻게 보면 마지막 여행 일이었다. 다음날 이른 오후엔 공항에 가서 비행기를 타야 하니까.
뮌헨에 머무르면서 길거리 음식으로 점심을 때우고 님펜부르크 성을 보러 갔다.
사실은 보러 가야겠다는 마음이 있어서 라기 보단 멀지 않은 곳에 가지 않은 곳이 남아 있어서 님펜부르크 성을 선택했다.
트램을 내려서 성으로 가는 길을 걷다 보면 성 앞에 작은 호수 물이 흐르는 길을 따라서 산책로와 낡아서 칠이 다 벗겨져가는 초록색 벤치들이 놓여있다.
점심도 먹었겠다, 그늘에 바람이 솔솔 부니 벤치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초록색 나뭇잎들을 천장 삼아 벤치에 누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노숙자처럼 보였을 게 분명하다. 그래도 남한테 피해 안 주고 얌전히 낮잠을 즐겼다.
평일이라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종종 지나다니는 인기척이 들렸지만 눈꺼풀이 내려오는 걸 막지는 못했다.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는데, 자는데 손등이 자꾸 간질간질했다.
유럽에 악명 높은 베드 버그인가 싶어서(물론 침대는 아니었지만…) 화들짝 일어났는데,
주황색의 작고 귀여운 무당벌레였다.
별 거 없는 길거리 노숙 시간이 가장 편안했던 때 하면 떠오르는 순간이다.
여행을 별 탈 없이 마무리했고,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어있으면서도 여행의 끝이 아쉽기보단 새로운 시작이라는 생각이 컸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냥 좋은 햇살, 선선한 바람, 작은 인기척들, 귀여운 무당벌레가 함께 만들어낸 편안함 감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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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해보면 참 완벽한 순간이었다.
여러분들의 여행에서 가장 편안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요?
단지 좋은 날씨 때문인가요 아니면
설명하기 힘든 복잡한 것들이 함께 얽혀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