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시케의 결혼
하루아침에 에로스의 모습이 변한 것에 신들은 모두 놀라워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는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아프로디테 또한 신기해했으나 에로스가 말을 하지 않았기에 알 수가 없었습니다. 에로스는 입을 굳게 다물고, 누구에게도 그날 밤의 일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아름다움에서 태어난 자답게 청년이 된 에로스는 건장한 몸에 수려한 용모를 하고 있었고, 갓 태어난 거나 마찬가지인 그를 흠모하는 여신과 정령들이 여럿 생겨났으나 에로스의 머릿속은 온통 프시케에 대한 생각뿐이었습니다. 아프로디테에게는 틀림없이 프시케에게 저주를 걸었노라고 했으나 그것은 거짓말이었습니다. 거기다 자신이 프시케에게 화살을 쏘려다 실수로 금화살에 찔려, 그녀에게 걷잡을 수 없는 애정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어머니가 알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프시케를 향한 그의 사랑은 불타는 듯한 갈망이었습니다. 에로스는 그녀를 원했습니다. 공주는 다른 어떤 여자와도 달랐습니다. 프시케가 아니면 누구라도 소용없었습니다. 제우스가 그녀에게 눈독을 들이다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가장 못난 사내를 사랑하게 만들려 했다니! 다른 어떤 남자도 그녀를 차지하게 둘 수 없었습니다. 에로스는 강한 질투심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아프로디테가 프시케에게 느끼는 질투심과는 차원이 다른 분노였습니다.
그 이후로 프시케에게 들어오는 혼담이 뚝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언제나 인기가 많았던 프시케였고, 두 언니들은 이미 결혼하여 자식도 낳고 살고 있어 왕과 왕비는 프시케에게 최고의 신랑감을 골라 짝지어 줄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밀려들기만 하던 구혼자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당황하고 이상하게 생각한 왕은 신탁을 구했습니다. 사제는 그들에게 말했습니다.
“프시케는 신의 노여움을 사 벌을 받는 것이다. 인간 남자라면 누구와도, 결혼하지 못할 것이다.”
왕과 왕비는 놀라고 슬퍼했으나 예언은 끝이 아니었습니다.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사제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했습니다.
“준비된 날에 프시케를 홀로 돌산 위에다 올려 보내라. 공주의 신랑이 그녀를 데려갈 것이다.”
귀하게 키운 공주, 가장 예쁜 막내딸을 산 위에다 버려두고 오라는 말이었습니다. 신랑이 누구인가에 대해서는 대답을 들을 수도 없었습니다. 왕 내외는 예언을 듣지 않으려고 했으나 사제의 말은 절대적이었습니다. 나라에 재앙이 닥칠 거라는 위협에 어쩔 수 없이 프시케를 결혼시킬 준비를 했습니다.
신랑도, 오고 가는 축하 예물도, 기쁘게 웃고 떠드는 하객 한 사람도 없는 결혼식이었습니다. 왕궁은 초상집 분위기였습니다. 왕과 왕비는 식음을 전폐했고, 프시케는 매일 방에 틀어박혀 눈물을 흘렸습니다. 높고 험한 돌산 위에서 누가 그녀를 데리러 온다는 말일까요? 거의 죽으러 가는 거나 마찬가지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말은 안 했을 뿐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결혼식 날, 프시케는 예복을 입고 가마에 올랐습니다. 모두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왕과 왕비가 울며 그 뒤를 따랐습니다.
프시케를 산꼭대기에 올려놓고, 사람들은 산을 내려갔습니다.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왕비는 프시케의 손을 잡고 작게 속삭였습니다.
“프시케야, 조금만 참고 기다리고 있거라. 밤이 되기 전에 다시 오겠다. 그때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우리와 함께 궁으로 돌아가면 된단다.”
프시케는 혼자 남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두려움과 슬픔이 몰려왔습니다. 아무리 그렇다지만, 정말로 자신만 여기에 내버려두고 모두 가 버리다니요. 사방을 둘러봐도 허허벌판일 뿐, 아무도 없었습니다.
신랑이 데려갈 것이라는 말은 거짓이고, 사실 자신은 정체를 모르는 괴물에게 산 제물로 바쳐진 것이 아닐까. 그래서 어머니 아버지도 차마 진실을 말해주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만큼 산 위에서 부는 바람은 춥고,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거칠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강한 바람이 그녀가 타고 있던 가마를 뒤흔들었습니다. 프시케는 놀라 기둥을 손으로 부여잡고 비명을 질렀습니다.
“어머니!”
그때 그녀의 귓가에 들려오는 음성이 있었습니다.
“나는 서풍의 신 제피로스다, 프시케. 신의 뜻에 따라 너를 인도하는 것이니 두려워하지 말아라.”
프시케는 가마가 너무나 가볍게 위로 떠오르는 것을 느끼고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도무지 믿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제피로스의 말은 묘한 안도감과 믿음을 주었습니다. 이상하게도 두려움이 가시는 듯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다다른 곳은 돌산보다도 더 높은 산꼭대기 위였습니다. 서풍의 인도를 받아, 프시케는 깃털이 날듯이 당도할 수 있었습니다. 프시케는 눈을 크게 떴습니다. 눈앞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궁전이 세워져 있었던 것입니다.
프시케는 감탄했습니다. 이런 산 위에 궁전이 있다니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가마에서 내리자 궁전은 그녀를 위해 마련된 것처럼 자연스럽게 길을 열어 주었습니다. 신전보다도 더 거대하고 호화롭게 지어진 궁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무도 나와 보지 않았습니다.
어디선가에는 감미로운 선율이 흘러나와 귓가를 적셨는데 도저히 인간 세상의 것 같지 않았습니다. 프시케는 황홀한 기분으로 노랫소리를 듣고 있었습니다. 연주하는 이를 찾고 싶었지만 목이 마르다고 생각하자마자 음식과 마실 것들이 잔뜩 차려진 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먹어도 될까 주저했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저 식탁은 그녀를 위해 차려진 것이었습니다. 왜인지 모르지만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프시케는 자리에 앉아, 포도주라고 생각되는 것을 잔에다 따라 마셨습니다.
너무나 맛있었기 때문에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맛있는 포도주는 먹어본 일이 없었습니다. 아니, 포도주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옆에 놓인 과일이며 음식들을 조금씩 맛보았는데 모두가 처음 보는 진기한 것들뿐이었습니다. 마치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대체 여기에는 누가 사는 것일까?’
프시케는 궁금해서 잠자코 앉아 기다렸지만 이 궁전의 주인은 나타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피로해져서 쉬고 싶다고 생각할 때에 궁전은 그녀를 침실로 안내했습니다.
바깥은 어두워졌고, 프시케는 결혼식 예복을 입은 채로 조심스럽게 침대 위에 누웠습니다. 자지 않고 기다리려고 했지만, 어느 샌가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프시케는 눈을 떴습니다. 정신을 차려 보니 자신은 방금 전까지 걸치고 있던 거추장스런 장신구 같은 것들은 간데없이 편안한 옷차림으로 보드랍고 따뜻한 잠자리에 파묻혀 있었고,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겁이 더럭 났습니다.
“누구세요?”
프시케는 어둠 속을 응시하며 물었습니다. 그리고 전에도 이런 적이 있지 않았나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대체 언제였을까요?
프시케는 용기를 내어 한번 더 물었습니다.
“당신이 이 궁전의 주인이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