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간 에로스
프시케는 다른 방으로 가 램프를 찾았습니다. 램프에 불을 붙인 다음 조용히 침실로 돌아왔습니다. 마치 금지된 일을 하는 것처럼 온몸이 떨렸습니다. 심장이 너무 두근거려 그 소리가 귀에 들릴 지경이었습니다.
지금이라도 그만둘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을 보고 싶다는 욕망이 너무 강했습니다. 또다시 아무 희망도 얻지 못한 채 다음 날 아침에 그를 떠나보낼 생각을 하니,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마침내 프시케는 방금 전까지 그와 함께 누워 있던 침대로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묘한 기대와 두려움으로 침착함을 유지하기 힘들었습니다. 램프를 조금씩 위로 들어올리자 남자의 형상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프시케는 몹시 놀랐습니다. 침대 위에 잠들어 있는 남자는 상상한 추남도, 괴물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아주 잘생긴 남자였습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남자를, 고귀한 생김새를 본 적이 없었습니다.
짙은 색깔의 고수머리, 근육질의 어깨와 등 뒤로 솟아올라 있는 아름다운 날개.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완벽한 존재였습니다. 도저히 인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사내는 하늘에서 온 사자임에 틀림없었습니다.
그가 괴물처럼 생겼다고 해도 놀라지 않고 받아들일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프시케는 시간이 멈춘 듯이 그 자리에 서서 하염없이 에로스를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프시케는 황홀했습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이렇게 아름답다는 것에 희열에 가까운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에로스가 곧 잠에서 깨어나고 말았습니다.
프시케가 들고 있던 등불의 초가 녹아 기름이 떨어진 것입니다. 어깨 위로 촛농이 닿자 그 뜨거움에 에로스가 움찔 하며 눈을 떴습니다. 그리고 멍하니 자신을 보고 있는 프시케와 눈이 마주친 그는 모든 상황을 알아차렸습니다.
“프시케!”
프시케는 정신을 차렸습니다. 에로스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서려 있었습니다. 그가 놀란 만큼 그녀도 놀랐기에 얼른 아무 말도 나와주지 않았습니다. 에로스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왜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았소?”
“아…….”
프시케는 그만 발밑으로 램프를 떨어뜨렸습니다. 하지만 에로스가 그 순간 큰 날개를 휘둘러 바닥에 붙은 불을 껐습니다.
그는 신이었습니다. 에로스가 당황한 나머지 인간인 그녀의 앞에서 내내 숨기고 있던 권능을 드러내자 프시케는 눈만 크게 뜬 채로 주저앉아서 떨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마치 산이나 바람처럼 거대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신성한 존재와 마주하자 생각했던 어떤 말도 행동도 할 수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그가 화난 눈을 하고 그녀를 보자 두려움이 몰려왔습니다. 실수를 저질렀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습니다.
“나를 믿어달라고 하지 않았소?”
프시케는 손으로 입을 가렸습니다. 갑자기 눈물이 났습니다. 원망하는 듯한 그의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가슴을 쳤습니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는데, 그가 자신에게 대뜸 화를 내자 겁이 나고 서글픈 마음이 들었습니다. 언제나 다정한 말만 들어왔기 때문인 것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조차도 마음속에서는 그에 대한 벅차오르는 애정이 느껴졌습니다. 프시케는 겨우 말할 수 있었습니다.
“미안해요……. 나쁜 뜻은 아니었어요! 그냥…….”
당신의 얼굴이 보고 싶어서……. 나에게 숨기는 게 있는 것이 싫어서, 사랑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뿐이라고…….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그녀의 큰 눈에서는 구슬과 같은 눈물이 맺혀, 방울방울 아래로 떨어져 내렸습니다. 그런 그녀를 두고 에로스가 창가 앞에 가 서자 문이 큰 소리를 내며 저절로 열렸습니다.
닫혀 있던 큰 창이 열리고, 지금까지는 몰랐던 거센 바람이 부부의 침실 안을 뒤흔들었습니다. 프시케는 에로스가 떠나려 한다는 것을 깨닫고 더 이상 앞뒤 생각할 겨를이 없이 두 팔을 앞으로 뻗으며 그를 향해 소리쳤습니다.
“안 돼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가지 마세요!”
하지만 그는 날아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순간 모든 것이 함께 사라졌습니다.
거대하고 안락한 궁전도, 언제나 넘치듯이 느껴지던 따뜻함도 꿈속에서와 같이 떠돌던 향기도, 엎어진 등불처럼 한순간에 꺼져 버린 듯이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이제 프시케의 앞에 놓여 있는 것은 넓게 펼쳐진 들판이었습니다.
방금 전까지는 한밤중이었는데, 지금은 낮이었습니다. 마치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잔잔한 풀들이 한가롭게 부는 바람에 조금씩 흩날리는 모습을 보면서,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안 프시케가 마침내 넋이 나간 얼굴로 중얼거렸습니다.
“아아, 진짜 형벌이 시작됐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