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여자와의 결혼을 극복할 수 있을까?
영국의 작가인 대프니 듀 모리에의 소설 '레베카'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 유명하지만 히치콕 감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2020년에 리메이크될 정도로 레베카는 현대적이고 인기 있는 작품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휴양지 몬테카를로에서 주인공 '나'는 맥심 드 윈터와 처음으로 만나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몬테카를로는 모나코의 해안가 도시이다. '나'는 젊은 미혼 여성으로 귀부인에게 고용되어 여행에 따라다니며 동행하는 일을 하고 있다.
맥심은 영국의 귀족 가문 출신으로 잘생기고 부유해 여자들의 흠모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다만 그는 이전에 한 번 결혼했는데, 아내는 죽고 없다. '나'는 맥심과 결혼해 유럽을 여행하다가 그의 저택인 맨덜리로 돌아와 살게 된다.
맨덜리에서의 생활은 그녀에게 낯설고 무엇보다도 집안 곳곳에,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남아 있는 맥심의 전 부인 레베카의 흔적이 '나'를 괴롭힌다. 그 선두에 선 것이 집사인 댄버스 부인이다.
댄버스 부인은 레베카의 사람으로, 죽은 레베카의 방을 생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존해 두고 '나'를 적대시하며 교묘하게 맥심과 그녀의 사이를 이간질하는 등 '나'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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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심은 레베카에 대한 이야기를 '나'에게 하지 않는다. '나'는 레베카가 익사했다는 사실만을 알고 있으며 레베카가 나오는 악몽과 그녀의 환영에 내내 시달린다. 그러다 죽은 레베카의 시신이 바다에서 발견되고, '나'는 맥심으로부터 레베카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듣는다.
레베카는 결혼의 시작부터 맥심에게 다른 남자들을 만나며 살 것이라고 통보하는 식으로 그를 우롱한다. 레베카는 아름답고 능력이 뛰어난 여자로 칭송받았지만 사실은 다른 사람들을 자기 손아귀에 넣고 지배하며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것을 즐기는 여자였다. 남편에게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 아이를 가졌으며, 그 아이로 가문을 이어갈 것이라 그를 도발하고 맥심은 레베카를 죽이는 데 일조하게 된다.
'나'는 맥심의 고백을 듣고도 그가 레베카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하고, 경찰 조사를 받게 된 그를 돕는다. 댄버스 부인과 레베카의 내연남 잭 파벨은 맥심을 유죄로 몰아넣기 위해 음모를 꾸미지만, '나'는 레베카가 사실 임신한 것이 아니라 자궁암에 걸렸으며, 곧 죽을 것을 알면서도 맥심에게 거짓말을 해 그에게 살인자로서의 멍에를 씌운 것을 밝혀내고 맥심을 위기에서 구해낸다.
레베카는 자살한 것으로 결론이 나고, 수사는 종결된다. 돌아오는 길에 맥심과 '나'는 맨덜리가 불타는 것을 본다. 댄버스 부인은 저택에 불을 지르고 '나'가 보는 앞에서 절벽으로 몸을 던진다. 부인은 '나'에게 행복할 수 없을 거라고 말하지만, '나'는 행복할 거라고 말한다. 그 후 '나'와 맥심은 새로운 살 곳을 찾아 다시 유럽 전역을 여행하게 된다.
주인공 '나'가 부자인 데다 지체 높은 남성과 결혼해 대저택에서 살게 된다는 도입부 자체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인 것처럼 보이지만, 행운으로 찾아온 줄 알았던 결혼 생활이 전 부인의 망령에 시달리게 되며 점차 히스테릭하고 공포스럽게 변해간다는 이야기의 전개는 심상하지 않고 독특하다. 특히 '나'의 심리에 대한 묘사가 잘 나타나 있다.
격이 맞지 않는 결혼을 했다는 사실과 낯선 곳에서의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야 하는 현실에 대한 부담감, 레베카와 남편의 관계에 대한 의심과 질투, 불안감과 공포 등이다. 어쩌면 새 신부인 '나'가 가지는 이러한 감정들이 레베카와 댄버스 부인이라는 상징적인 인물들로 구체화된 것일지도 모른다.
주인공의 이름이 나오지 않고 '나'로만 표현되며, 소설의 제목부터 시작과 끝까지(단 한 번도 실제로 등장하지 않으면서)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유일하게 이미 죽은 사람이면서도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압박감과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 레베카라는 점에서 '레베카'는 '나'의 이야기가 중심이 아니라 나의 주변, 특히 레베카로 인한 미스터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세련되고 참신한 설정과 전개 방식은 '레베카'를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의 공감과 흥미를 자아내는 수작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맥심과 '나'와 같이 레베카의 본질을 아는 사람들은 레베카를 싫어하면서도 두려워하지만 레베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잘 알면서도 그녀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인물이 있다. 바로 댄버스 부인이다. 댄버스 부인은 죽은 레베카를 대신해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역할을 맡고 있는데, 저택의 사람이 '나'를 도와 맥심을 구명하려 하자 분노에 떨며 이렇게 말한다. '나의 레베카는 마음껏 즐기며 살았다', '여자는 즐기면서 살면 안 되는 거야?’
당시로서는 더 용납되지 않았을 난잡한 생활까지도 감싸며 레베카의 편을 들고 무조건적으로 그녀를 옹호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댄버스 부인조차도 레베카에 대한 두려운 감정을 가지고 있다.
새로 들어온 여자를 빨리 쫓아내지 못했다고 이미 죽고 없는 레베카에게 혼이 날 것을 걱정한다. 댄버스 부인은 레베카에게 완전히 정신적으로 지배당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며, 그 모습과 행동거지는 흡사 사이비 종교 신도의 그것과도 닮아 있다. 레베카를 찬양하지만 실은 세뇌되어 있고, 근본적으로는 그녀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레베카는 누군가가 사랑할 수 있는 여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레베카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댄버스 부인의 말에 따르면 레베카는 자신의 앞에서 쩔쩔매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경멸했다. '남자도 여자도, 동물까지도 홀렸다'는 레베카는 지배욕이 강하고 잔인한 성격의 보기 드문 여자였던 것이다.
모든 사건이 끝난 이후 맥심은 여리고 순진했던 '나'가 변한 것에 안타까워한다. 젊음 말고는 가진 것이 없는 '나'에게 맥심이 사랑을 느낀 이유가 드러난다. 그동안 교활하고 사악한 레베카에게 그는 질려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한다.
맞다. 이렇게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렇게 되었기 때문에 '나'는 맨덜리의 악몽과 레베카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의미에서 그와 함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니면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나쁜 여자에게 맞서려면 비슷하게 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