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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작가 Oct 15. 2020

너무 큰 꿈 (미션 임파서블)

에세이 [진짜좋은거] / 1. 들어가며 -3

나에겐 아버지가 둘이었다.


나에게 하나님 아버지는 꽤나 두려운 존재였는데, 내 육체의 아버 지도 그 못지않았다. 

그런 아버지가 둘씩이나 있다는 사실이 나는꽤 버거웠다.

아버지 두 분이 나에게 바라시는 건 많았다. 

내가 궁극적으로 꿔야 하는 꿈을 주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내가 해야 하는 것들을 주셨다. 

아마 그래서 내가 어릴 적에 딱히 원하는 게 없었던 것 같다. 

이미 내가 해야 하는 것이 너무 많았고, 

내가 원하는 것들은 어차피 바람직하지 못한 것들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하늘나라로 정해져 있는데 내가 어찌 다른 세속적인 꿈을 가질 수 있을까.

내가 훌륭한 직업을 꿈꾸기를 바라셨던 육체의 아버지 때문에 조금은 혼란스러웠지만, 

아마도 위대한 직업을 갖고 ‘잘’ 살다가 나중에 죽어서 하늘나라에 가면 두 분의 바람대로 되겠거니 생각했다.


어차피 가야 할 곳은 천국이었으니 판검사쯤은 큰 꿈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천국에 들어가는 미션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 너무나 어려워 보였다. 

성경에 쓰인 대로 산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나 스스로를 두고 판결을 내려보면 무조건 지옥행이었다. 내 모든 것을 다 아시는 전지전능하신 하나님 아버지에게 내 죄를 숨길 수도 없으니 당연했다. 그래서 애초에 그냥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어린 나에게 천국은 가당치도 못할 만큼의 큰 꿈이었다.


“산타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누가 착한 앤지, 나쁜 앤지~”


이 노래를 들으면서 소름 끼쳤던 아이가 과연 나밖에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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